[Let's go MTBing] 수원 광교산
[425호] 2005.03 입력 2005.03.02 11:51 | 수정 2005.03.02 11:51
올마운틴 스타일의 거미줄 같은 산길 산재
겨울도 어느덧 그 정점을 지나 봄의 문턱으로 가고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하루 빨리 파란 싹이 돋아나는 것을 그리며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서울 근교의 싱글트랙으로 구성된 산악자전거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달에는 분당 인근을 둘러보았는데, 이번에는 분당의 산과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광교산을 찾아보기로 했다. 광교산(582m)은 수원의 진산으로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를 이루고 넓은 산자락을 늘어뜨리고 있다. 크게 보면 수원시를 북에서 싸안고 있는 형상이다.
사실 주말에 등산객이 많으면 산악자전거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속도가 나는 특성상 먼지를 일으키며 위협적으로 달리면 등산객들은 질색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숨 가쁘게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오다가 들이키는 먼지에 짜증도 나고 그 살벌한 속도에 움츠러든다.
때문에 광교산의 경우 주능선이나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코스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산이 워낙 넓고 완만한 구릉이 많아 그 때의 상황에 맞추어 다양하게 라이딩이 가능하다.
광교산 산악자전거 코스는 크게 두 곳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한쪽은 수지 방면이고, 다른 한쪽은 경기대학교 부근인 북수원의 하·상광교동이다. 먼저 수지쪽 코스를 살펴보자. 광교산 정상에서 수지의 LG아파트쪽으로 연결된 긴 주능선이 가장 눈에 띄는 코스로 꼽을 만하다. 다음으로는 낙생저수지 경유 바라산(428m)에 오른 뒤 동쪽 능선을 타고 고기동으로 내려설 수도 있다.
형제봉에서 도마치고개쪽으로 연결된 능선도 좋으나 직접 답사는 하지 못했다. 형제봉에서 신갈(버들치고개)쪽으로 이어진 능선도 있으나, 이 구간은 휴식년제로 라이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크게 4개의 능선이 수지쪽에서 라이딩이 가능한 곳들이다.
답사팀은 수지쪽 라이딩을 계획하고, 가장 무난해 보이는 정상~LG아파트단지 능선을 코스로 잡았다. 자전거로 광교산 정상에 오르는 최단코스는 신봉동에서 토끼재를 경유하는 것으로 40분 정도 소요된다. 물론 자전거를 어깨에 지고 오른다.
주말에는 등산객 많아 주의해야
출발해서 약 15분간은 타다가 들다가 타다가 들다가를 반복한다. 그러다 계곡이 끝나는 지점부터 어깨에 메고 10여 분간 아주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토끼재에 이른다. 토끼재에 오르니 형제봉과 광교산을 오가는 등산객들이 눈에 많이 띤다. 이분들은 자전거를 들고 올라온 일행을 보고 신기해하며 어떻게 올라왔냐고 물으신다. 토끼재에서 잠시 쉰 후 우회전해 타다 끌다하며 약 10분 가니 정상능선에 다다른다. 이후 2~3분 라이딩하면 이윽고 광교산 정상(시루봉)이다.
정상에 올라 주위를 조망하니 분당과 수지, 그리고 멀리 건너편 청계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포로 가는 비행기가 낮게 떠간다. 멀리 저유소단지가 보인다. 여기서 수지쪽으로 싱글의 다운힐이 시작된다. 약 3~4분 내려가면 아주 심한 급경사가 나온다. 자전거로는 내려가기 쉽지 않아 묶인 줄을 이용해 쉽게 능선으로 내려선다.
여기부터 4km 정도는 대단히 훌륭한 싱글의 내리막이다. 계속된 내리막에 계단길은 우회로까지 있어 정말 자전거를 즐기기 좋았다. 일부러 이렇게 해놓진 않았겠지만…. 앞서가는 동료들이 급브레이크를 잡으면 길이 말라있어서 먼지가 많이 인다. 올라오는 분들을 피해 조심조심 내려간다.
이윽고 능선이 뚝 떨어져 끝을 이룬 곳에 이르는데, 중손고개인 것 같다. 고개를 가로질러 다시 능선에 붙으니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진 XC형 라이딩 코스에 접어든다. 긴 계단을 우회하여 시도해 보는데 언덕이 너무 길어 중간에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오른다.
여기부터 전형적인 동네 야산의 형태를 띤다. 약수터와 운동시설들이 연이어져 있다. 이리저리 난 소로를 통하여 오르내리며 라이딩하다 우측길을 통하여 수지의 LG아파트단지에 이른다. 여기서 차를 주차해둔 신봉동으로 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10km 넘는 백운산 남쪽 능선
다음은 북수원 광교산 코스인데 이쪽 방면도 능선과 코스가 다양하다. 수원쪽 라이더들이 많이 찾는다. 경기대 정문쪽이 하광교동이고, 광교산 입구쪽이 상광교동이다. 산악자전거의 코스는 여러 곳이 있으나, 이번 광교동쪽 라이딩은 익스트림 버전으로 설정하고 긴 코스를 찾았다. 13번 버스종점에서 정상까지 난 도로를 통하여 통신대 헬기장까지 오른 다음, 광교저수지까지 내려오는 약 10km의 능선길을 택했다.
경기대 정문을 지나 광교저수지를 끼고 13번 버스종점까지 차를 이용해 올라갔다. 버스종점을 조금 지나서 주차한 뒤 전열을 정비해 긴 포장도로 업힐을 오른다. 백운산 정상에 있는 통신대로 통하는 길이라 산속에 있어도 넓게 포장이 잘 되어 있었다.
익스트림 버전이라 해서 의정부에서 근무하는 미국 친구들 3명도 일행으로 붙었다. 그런데 코스가 길기는 해도 난이도가 익스트림하지 않아서 내심 걱정도 된다.
긴 업힐을 끝내고 헬기장에 이르니 마침 미군들이 훈련하고 있다. 군인 하나가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데, 이곳에서 동료를 만났다며 의정부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운다. 나중에 물어보니 까마득하게 보이지도 않는 쫄병이란다. 이 통신대 헬기장에서 광교헬기장으로, 다시 한천약수터를 거쳐 광교저수지쪽으로 아주 긴 다운힐을 시작한다. 10km 이상 되는 아주 긴 산속의 능선길이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등산 온 분들이 너무 많다. 신기해하는 사람들 사이로 싱글길을 찾아서 라이딩한다. 약간의 오르막들을 오르내리며 조금씩 속도를 내며 내려간다. 익스트림하진 않지만 일단 내리막이 시작되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들 즐거운가 보다.
한참을 내려가다 쉬다 한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가 조금 늦게 내려간 사이데 일행들이 온데간데 없다. 한참을 찾다가 유추해보니 이 친구들이 능선을 벗어나 한천약수터쪽으로 내려간 것 같다. 주차된 곳으로 다시 오겠지 생각하고 나머지 긴 능선을 따라 신나게 달렸다.
저수지에 이르러 한마음광장이라는 곳을 좌측으로 도니 광교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통과해 둑을 건너 주차해둔 버스종점을 향해 도로를 타고 올라간다. 이윽고 주차를 해둔 곳 부근에 이르니 아까 헤어진 동료들이 웃으며 반긴다.
어디로 해서 왔냐 했더니, 한천약수터로 빠져서 헤매다 다시 산을 넘어서 왔다고 한다. 반갑게 해후한 후 차에 오르니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한 코스 더 타겠느냐고 했더니 별로 생각이 없는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유인즉 광교산 코스가 대체로 싱글트랙의 긴 능선코스지만, 우리들이 생각했던 익스트림한 코스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었다.
광교산 코스를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올마운틴(All Mountain·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가능한 한 모든 코스를 주파하는 XC와 프리라이딩의 중간 스타일) 형태의 라이딩 코스라 하겠다. 긴 싱글트랙과 속도감이 더해진 회전의 즐거움, 업힐과 다운힐의 즐거움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코스인 것이다. 하드테일과 5인치 이하의 풀샥 형태의 자전거에 알맞은 곳이다.
광교산을 즐겨 찾는 라이더들이 만들어놓은 코스 개념도를 보면 코스는 30개 이상이라고 한다. 이 많은 코스를 다 타보진 않았지만, 이번 겨울 중요한 몇 개 코스를 라이딩한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다음에 다시 찾을 광교산을 기대하며 동료들과 못다 한 회포를 풀러 일요일 남은 시간 또 다른 산으로 향했다.
*광교산forMTB(http://eyelet.com.ne.kr/) 사이트에 여러 코스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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