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 감귤농장 사이의 자전거길(제주도 서귀포시 보목마을)
하 : SBS 드라마 <올인>을 촬영했던 섭지코지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 신양리 소재)
진작 꿈꾸어오던 제주 일주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습니다.
출발점은 중문, 자전거는 저의 것을 택배로 가져갔었습니다.
7월16일 11시부터 자전거를 조립하여
곧바로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코스는 중문을 기점으로 시계방향입니다.
12번 국도를 중심으로 하여 서해안 도로를 거쳐
동해안 도로를 달려가는 것입니다.
산방산, 송악산, 모슬포를 돌아서
바람 부는 서해안 도로를 달리고 달렸습니다.
점심은 모슬포의 어느 허름한 식당에서
제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자리물회로 밥공기를 뚝딱 비웠습니다.
하모, 동일, 일과, 영락을 거쳐
수월봉 언덕에 올라 잠시 쉬었습니다.
이곳은 제주도 남제주군 한경면의 바닷가 언덕에 위치한
매우 아름다운 전망대입니다.
용수, 용당, 금등, 금릉, 협재, 한수, 대림, 곽지
애월, 신엄, 중엄, 구엄, 하귀를 거쳐
드디어 제주시에 도착했습니다.
제주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대체로 잘 되어 있었는데
검은 아스팔트 포장은 평탄하고 매끄러웠으나
붉은 아스콘을 깐 곳은 굴곡이 많아서 바퀴가 튀었습니다.
덥고, 자동차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공항 뒤쪽의 해안도로를 달려서
용두암, 조천, 북촌, 동복, 월정, 한동, 평대
구좌에서 해안도로로 빠져 하도해수욕장 부근을 지나는데
마침내 일몰이 왔습니다.
자전거에 라이트를 장착하고 다시 달려서
종달리를 지나 드디어 성산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시간은 저녁 8시50분,
허기와 피로에 지쳐서
갈치국으로 늦은 저녁을 먹고나니
어둠에 잠긴 성산 일출봉이 그제사 눈에 들어왔습니다.
최근 제주도는 푄현상이 계속되어서
남제주 쪽은 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서해안 도로와 제주시의 기온은 무서운 불볕 더위였습니다.
하루 종일 물을 3-4 리터는 마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땀으로 모두 배출되어 버리고
화장실 갈 생각은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첫날의 주행거리는 143킬로미터,
라이딩 시간은 9시간,
무척 고단하고 힘이 들었지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후로 맨 처음
대단한 기록을 올린 것에 대해 스스로 가슴 뿌듯했습니다.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성산의 조촐한 민박집에서 눈을 붙였습니다.
해녀 출신의 주인아주머니는
멍게, 소라, 해삼, 전복 등을 팔면서
민박집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7월17일은 새벽 5시반부터 라이딩을 시작해서
섭지코지를 한 바퀴 돌아
해안도로와 12번 도로를 중심으로
달리고 달렸습니다.
소나기도 한 차례 만나고
서귀포를 지나 오후 1시경, 드디어 중문이 다가옵니다.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둘쨋날의 주행거리는 88킬로미터,
1박2일 동안 달린 거리는 도합 231킬로입니다.
셋째날 우도에 가서 30킬로미터를 종횡무진 누빈 것까지 합치면
약 260킬로 이상을 탔군요.
우도는 참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우도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까지의 업힐도 좋았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부분은
엉덩이의 안장 닿는 곳과
쏠리는 체중을 많이 받은 손목, 어깨의 관절입니다.
혼자서 제주 해안도로를
완주했다는 감격이 물결쳐 옵니다.
저녁에는 회 한 접시와 소주 한 잔을 따뤄놓고
자축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험한 인생길을 살아가는 것도
이렇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는 꼭 이겨내야만 하겠지요.
여러분들도 틈을 내어 제주 일주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흐뭇하고 아름다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도로 건너편에서 힘겹게 페달을 밟아가던
젊은 라이더들과 싱긋 웃으며 손을 마주 흔들던 기억이
너무도 신선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들은 샵에서 빌린 무거운 자전거에
텐트와 불판, 코펠 등
야영장비를 한 짐씩 싣고 지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1100고지가 있는 영실 쪽 도로와 그 주변의 중산간지대
아름답고 환상적인 산악 업힐 코스에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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