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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공룡능선 등반기

dslee2004.07.24 21:29조회 수 47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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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위는 공룡능선에서 바라본 내설악의 전경(좌측 능선에 대청봉이 보입니다)
* 천불동 계곡의 입구인 비선대의 맑은 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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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여름의 한복판에서 폭염과 씨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지요^^
  비록 자전거 투어 보고서는 아니지만 그냥 재미삼아 읽으시라고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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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 동안
설악산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제주도 해안도로 완주를 마친 뒤의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로
힘겨운 코스를 오르게 되어서 더욱 힘들었습니다.
설악산은 최고봉인 대청봉이 해발 1708m입니다.
이번 산행의 코스는 설악동까지 버스로 도착하여
신흥사 입구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오후 12시 45분 정각,
설악동에서 비선대와 양폭산장을 거쳐
희운각 산장까지 오르는 과정이 첫날의 일정입니다.

중로에 통과하는 곳은 천불동 계곡의 절경들입니다.
문수담, 이호담, 귀면암, 오련폭을 지나면
양폭산장이 나타납니다.
산장 입구의 물통에는 캔맥주를 가득 채워 두었는데
유혹이 많이 갔지만 참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더욱 더 많은 가파로운 코스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양폭산장에서 휴식한 뒤 음폭과 양폭을 거쳐 천당폭을 지나면
드디어 희운각 산장의 모습이 먼 발치로 숲사이에 모습을 나타냅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 때쯤 희운각 산장에 도착하여
우선 맥주부터 한 캔씩 마셨습니다.
그리곤 곧 개울물에 쌀을 씻고 저녁식사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어둑어둑한 시간에 랜턴을 켜고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설악산 능선 위에 별이 총총 떴습니다.

골짜기를 쓸어오는 바람은 완연한 가을입니다.
지금쯤 도시는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여름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은 고통스러워 할 것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몇몇 분들이 이미 등산배낭에 감추어 두었던
술병을 제각기 꺼내와서 거나한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내일의 고된 일정을 우려해서
술을 마시지 않고 적당한 시간에 슬금슬금 산장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 산장의 내부 풍경은 완전히 군대의 내무반과 비슷합니다.
나무로 깔아놓은 마루바닥에 모노륨을 덮어 놓았군요.
모두들 갖고온 침낭을 꺼내어 잠자리에 듭니다.
여기저기서 코를 골기 시작하고
누군가가 끙끙 앓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산장 앞마당에는 자정이 넘도록 소주병을 비우는
주당들의 떠들썩한 소리도 들려옵니다.
이렇게 설악의 밤은 깊어 갑니다.

새벽 5시에 누군가가 몸을 흔들어 곤한 잠을 깨웁니다.
속히 조반을 지어먹고, 빈 도시락에 밥을 담아서
출발을 서둘러야 합니다.
어둠 속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모두들 잠이 부족하여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는 소리들이 들립니다.
이런 가운데서 이윽고 날이 밝고
희운각 산장의 아침은 분주히 돌아갑니다.
동작들이 무척 빠릅니다.
간밤 늦도록 술을 마셨던 주당들은
아침에도 술이 덜깬 얼굴로 눈이 다알리아처럼 붉습니다.

드디어 7시 정각에 출발입니다.
우리 일행들은 7월22일, 온종일
설악산 공룡능선이라 불리는 코스를 통과해 가야만 합니다.
공룡능선이란 설악산의 북쪽 백두대간의 주맥이 통과하는
험준한 산악코스입니다.
마치 공룡의 등처럼 깊은 골짜기와 우뚝한 봉우리가 즐비하여
붙게 된 이름입니다.
희운각 산장에서 마등령까지는 불과 5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코스이지만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는 험준한 코스입니다.

희운각 산장을 출발하자마자
곧바로 칠형제봉의 가파른 봉우리들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바이패스로 어렵게 어렵게 통과하고 나면
잦은바위골의 주봉들이 또 다시 눈앞을 화들짝 가로막습니다.
마치 어딜 가느냐고 멱살을 잡는 것 같습니다.
그 많은 바위산 중에 유난히 우뚝한 봉우리가 범봉입니다.
이 범봉이 잇달아 있는 바위봉우리들의 연속이
천화대 리지 코스입니다.
이 코스는 공룡능선 주변 코스 중에서 가장 험하기로 악명 높은 구간입니다.
자일을 제대로 다루는 청년산악인들이나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나는 공룡능선의 한 중간 길목에 서서
고도가 1275m여서 1275봉이란 이름이 붙어있는 봉우리에 올라
설악의 주봉들을 두루 관찰하고 조망합니다.
이 천화대를 비롯하여 용아장성 능선도 악명 높기로 유명하지요.
칼같은 바위 능선이 마치 용의 이빨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곳은 그야말로 밧줄에 몸을 묶어서 올라가야할 구간들이 많습니다.
진정 산을 즐기는 매니어들은 바로 이런 험준한 코스를 좋아하지요.
우리는 그곳을 우회하여 통과해 갑니다.

그곳에서 또 다시 앞을 가로막는 바위산의 연봉은
석주길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난코스입니다.
과거 석이란 청년과 주야란 처녀가 이 코스를 통과하다가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그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라 합니다.
공룡능선의 바위봉우리들은 이처럼 무시무시한 설화를 간직하고 있는
험준한 코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코스를 등산하게 될 때 먼저 겁을 잔뜩 집어먹게 되지요.
하지만 이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의 양만큼이나 힘이 들 뿐
안전한 등산로를 따라서 전진해 가면
어느 틈에 마등령(1327m)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등령에서는 이제 비선대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하산길의 위험도가 대단합니다.
힘든 구간을 걸어오느라 다리의 힘은 풀려 있는데
부서진 돌이 많은 하산길을 무려 5시간 이상 내려오다 보면
다리가 후둘거려서 자칫 앞으로 구르게 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날도 두 사람이나 옆으로 굴러서 정강이와 등에 찰과상을 입은
비교적 경미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등산에서의 대부분의 사고는
하산길에 일어난다는 교훈을 잘 명심해야겠습니다.

마등령에서 세존봉을 옆으로 돌아서 기우뚱거리며 내려오다 보면
약 3시간 지날 때쯤 금강굴로 오르는 철계단이 보입니다.
가파른 수직벽에 뚫어놓은 동굴이 금강굴입니다.
수백 개의 철계단을 오르다 보면 금강굴이 나타납니다.
굴속에는 누군가가 불당을 차려 놓았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내설악의 경치가 그저 그만입니다.

금강굴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드디어 계곡의 물소리가 들립니다.
이 물소리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터벅터벅 내려오다 보면 비선대가 나타나지요.
이곳에서 좁쌀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설악동 입구로 몸을 흔들며 내려옵니다.
오늘 등산에 소요된 시간은 도합 10시간,
마침내 공룡능선 등반일정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고
설악의 하늘에도 아름다운 황혼이 걸렸습니다.
아, 황홀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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