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벌초 라이딩"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오늘 제가 바로 이 벌초 라이딩을 실천하고 돌아왔습니다.

바야흐로 벌초 시즌입니다.
다음 주 일요일은 벌초 차량이 너무도 붐빌 듯합니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새벽 4시 반에 출발하여
경북 김천에 있는 부모님 산소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가는 도중 약목을 지나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네요.
이거 큰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길을 나섰는데 어찌하겠습니까?
비를 맞으면서 벌초를 할 각오를 합니다.
물론 자전거도 자동차의 뒤편에 얌전히 함께 타고 갑니다.
어딜 가나 자전거가 빠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나정지라는 골짜기에 있는 어머님 산소에
먼저 가서 벌초를 하고 내려옵니다.
이 어머님께서는 제가 태어난 지 10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신 매정하신 분입니다.
얼굴조차 모르는 어머님 산소 앞에 엎드려
형언할 길 없는 심경에 사로잡힙니다.

다시 상좌원 마을로 내려와 쇠주골 골짜기에 자리한
아버님 묘소에 올라가서 벌초를 합니다.
1년 만에 찾아오는 묘소는 길조차 사라져버렸습니다.
지난 여름의 무더위만큼 풀도 무성하군요.
점심때를 지나서 겨우 벌초를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대충 요기를 하고나서
상좌원 마을에서 출발하여 직지사가 있는 대항면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넘어갑니다.
상좌원-도동(들음들)-공자동-주공리-명덕리-바람재-직지사
이런 코스를 자전거로 달립니다.
어쩐지 마을 이름이 너무 유교적이지요?

가랑비가 줄곧 뿌려서 도로는 미끄럽지만 시원합니다.
바람재목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자욱한 안개에 휩싸여 있습니다.
산길 구석구석마다 먼곳에서 달려온
벌초 차량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제법 긴 코스로 여겼던 코스를 단숨에 달려서
직지사 경내로 내려옵니다.
너무 짧은 코스라서 허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벌초를 하고난 다음
고향 마을 부근의 도로를 달려보는 재미도 쏠쏠하군요.

라이딩 하는 중에
최근 장만한 MP3에 담아놓은
흘러간 노래 <세 동무>를 무려 서른 번 이상 연속으로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아버님으로부터 이 노래를
어느 비오는 날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울산 출생의 가수
고복수가 처연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나간 그 옛날에 푸른 잔디에
꿈을 꾸던 그 시절이 언제이던가
저녁 하늘 해 지고 날은 저물어
나그네의 갈 길이 아득하여요

어차피 오늘은
무덤 속의 부모님을 위해서 봉사하는 날
부모님 생각에 잠겨
고향 마을 언덕길을 가랑비 속에서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이상 벌초를 테마로 한
라이딩 경과를 보고 드립니다.
우리 벗님들!
늘 열심히 잔차질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