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목표는 경북 영천군 화북면에 위치한 보현산 천문대(1124m)입니다.
봄날 이른 아침, 영천 자양댐 입구에서 아침 7시20분에 출발했습니다.
댐 주변이라 그런지 아침 공기가 무척 차가웠고, 불어닥치는 찬바람에 두 볼이 얼얼했습니다.
봄 장갑을 착용했는데 손등과 손가락이 몹시 시려웠습니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이 계절 라이딩에는 겨울 장갑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마스크까지 해봅니다.
하지만 곧 불편해져서 마스크는 벗어버립니다.
마을 주변을 지나가는데, 동네 개들이 너무도 그악스럽게 짖어댑니다.
저 놈들은 자전거 바이커만 보면 왜 저렇게도 적대감을 표시하는지... 원참~~
줄이 풀린 어떤 놈들은 송곳니를 드러내고 마구 달려들기까지 합니다.
나는 자전거를 세우고 돌을 집어드는 시늉을 합니다.
그러면 녀석들은 백발백중 꽁무니를 내리고 도망칩니다.
드디어 자양댐을 통과하여 보현 마을 입구로 꺾어들어 한참을 달립니다.
산과 산 사이의 계곡으로 난 도로라 아직 햇살이 제대로 들지 않습니다.
보현 1리 마을을 지나서 2리, 3리를 거쳐 보현 4리까지 통과하니
그제야 보현산 천문대의 모습은 원경으로 시야에 그 모습을 나타냅니다.
저 높은 산의 정상까지 지금부터 허위허위 올라가야 하는 것입니다.
보현산은 포장된 도로를 오르는 방법이 있고, 초입에서 비포장 임도를 통해 전체 구간의 일부를 오르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오늘은 포장길을 따라서 오르고 또 오릅니다. 경사도는 그렇게 심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앞만 보고 페달질을 열심히 해가면 됩니다.
복잡하고 번거롭던 일상의 업무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나 머리 위에 가까이 떠 있는 흰 구름을 보는 상쾌한 기분, 볼을 간지르는 듯한 봄바람의 희롱을 즐기는 기분이란 이루 말로 형언할 길이 없습니다. 오르고 또 올라서 잠시 숨을 돌리며 내가 힘들여 올라온 구간을 내려다 봅니다. 뿌듯한 성취감이 온몸에 넘실거립니다.
내가 저 아득한 길을 올라왔단 말인가?
분명 내가 올라온 길이건만 얼른 믿어지질 않습니다.
몇 구비의 모롱이길을 돌면서 올랐을까?
거의 마지막 오르막 코스를 휘돌아듭니다. 저만치 천문대 철탑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오늘따라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직 여유만만합니다.
간간이 지나가는 자동차에서 승객들이 창문을 열고 고개를 쑥 빼어서 쳐다봅니다.
그들에겐 이렇게 땀흘리고 힘들여서 자전거로 산을 오르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이커들에겐 그들만의 보람과 감격이 있는 것입니다.
마침내 보현산 천문대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천문대의 각종 시설물에 대한 안내판 앞에서 한 커트 찰칵 찍습니다.
이런 나의 모습이 유리에 반사되어서 어렴풋이 보입니다.
팔공산 동봉 정상에서 보면 보현산 천문대가 아련히 보입니다.
그 천문대 정상을 올라와서 오늘 저는 팔공산 동봉 쪽을 바라다 봅니다.
팔공산에서 바라보던 보현산이 무척 우뚝하고 특별해 보이던 것처럼 보현산에서 바라다 보는 팔공산의 위용도 오늘따라 더욱 비범해 보입니다.
우리네 삶도 때로는 이렇게 바라보는 위치를 달리해서 서로를 조망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평소 안보이던 것이 새롭게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따뜻한 봄 햇살 속에 앉아서 잠시 간식을 즐깁니다.
둘러보는 것마다 모두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보현산의 북쪽 5부 능선으로 길게 뻗은 임도 코스가 확인이 됩니다.
포장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적당한 갈림길에서 임도 코스로 접어듭니다.
역시 산악자전거는 자갈이 덮여 있는 임도가 제격입니다.
매끈한 포장도로만 달려온 자전거가 갑자기 신이 나서 즐거워하는 듯합니다.
바퀴도 훨씬 잘 굴러갑니다.
하지만 거센 빗줄기에 가끔 임도 가운데가 둘러파인 홈으로 바퀴가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바이커들에게 이런 긴장이란 얼마나 신선하고 짜릿한 것입니까?
따신 봄햇살을 즐기러 나온 도마뱀 녀석들이 가늘고 작은 몸으로 쪼르르 임도를 가로질러 반대편 풀숲으로 숨는 광경이 보입니다. 놀란 꿩들이 푸드득거리며 날아오르는 광경도 즐겁습니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기슭에서 혼자 발그레한 뺨을 물들이고 있는 저 진달래는 마치 화장기없는 산골 처녀처럼 소박하고 어여쁩니다.
깊은 산 임도 코스는 이런 비경들을 몰래 감추고 있다가 바이커들에게 느닷없이 펼쳐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침에 달려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갑니다.
출발할 때에 그토록 춥고 냉기가 돌던 것이 이제는 약간 더위가 느껴질 정도로 기온이 올라갔습니다.
보현산 자락의 벚꽃들은 아직도 한창 만발하는 중이었고, 바람이 불적마다 후두둑 꽃잎들이 수만 마리의 나비처럼 눈부시게 팔랑팔랑 나부꼈습니다.
그 날리는 꽃잎을 머리에 어깨에 맞으며 나의 자전거는 경쾌하게 달리고 또 달립니다.
휴일을 맞아서 요란한 소음을 뿌리고 지나가는 오토바이족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일부러 시위하듯이 더욱 부르릉거리며 뽐을 내듯 나의 옆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출발 장소로 되돌아 와서 속도계를 확인해 보니 도합 58KM, 총 소요시간은 약 4시간 정도였습니다.
모처럼 가뿐하고 상쾌한 봄 라이딩을 즐겼습니다.
이제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동안 바빠서 자전거를 못탔다는 말은 모두 핑계였던 것같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자전거를 더욱 열심히 타야겠다는 생각만이 가슴을 가득 채웁니다.
자전거야말로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부라는 확신으로 오늘 라이딩을 마무리합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