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엄청나게 바빴던 일과 속에서 모처럼
느긋한 시간을 얻어 자전거를 타고 나갔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경산 남천 임도입니다.
경산에서 출발하여 남천 산전리 임도 입구로 접어들어 신나게 산길로 업힐합니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라 몸이 둔하고 페달에 힘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그럭저럭 아등바등 애를 쓰며 드디어 상원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다다릅니다.
단숨에 상원리로 다운힐입니다.
두 볼에 와 닿는 바람이 상쾌합니다.
올라올 때의 힘들었던 기억이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상원리에서는 통신대 방향으로 길고 긴 업힐의 시작입니다.
날씨가 워낙 더워서 시내 사람들이 차를 몰고 숲속으로 들어와 쉬는 광경이 보입니다.
임도 차단기를 통과하여
엄청나게 짖어대는 개들 옆을 유유히 지나
드디어 산길로 오릅니다.
풀밭에 누워서 숲을 올려다 보니 녹음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길가의 산딸기가 잘 익어서 제풀에 떨어집니다.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그냥 올라갈 수 없습니다.
한참을 따먹다가 보니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습니다.
차츰 라이딩 리듬에 익숙해집니다.
기운차게 상원리 통신대까지 오릅니다.
길가에 돋아난 금강초롱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혼자 환하게 등불을 켜고 있네요.^^
이 금강초롱은 정말 청정한 지역이 아니면 피어나질 않습니다.
가쁨 숨을 몰아쉬며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바로 싱글길로 접어듭니다.
한여름으로 들어가는 계절의 초입이라
산길 등성이에는 예쁜 야생초들이 많이 피어 있습니다.
산나리꽃이 요염한 자태로 피어나 있습니다.
아직 활짝 피기 전의 산나리꽃 어여쁜 봉오리도 만났습니다.
얼마나 청초한 자태입니까?
카메라를 꺼내어 요놈 조놈 눈에 들어오는 대로 찍습니다.
하나같이 어여쁩니다.
이 노란 얼굴의 야생초는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누가 아시는 분은 답글로 알려주셔요.
이 놈도 이름을 모릅니다.
이 놈도 이름을 모릅니다. 너무 답답합니다.
왜 이렇게도 야생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까요?
공부를 한참 더해야겠습니다.
오밀조밀하고 촘촘한 야생초의 구조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너무도 경이롭고 신비스럽습니다.
지난 가을에 떨어진 솔가비가 폭신하게 깔린 싱글 코스는 참 아름답습니다.
마침내 남천 임도와 만나는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인적 없는 산길에서는 자연이 정갈하게 보존이 되어 있습니다만
임도로 내려서니 이 산길에 웬 볼일없는 자동차가 그리도 자주 다닙니까.
임도를 가로지르던 두꺼비가 바퀴에 치어 죽은 처참한 광경이 보입니다.
나무를 자르는 부부도 보입니다.
나물채취를 하는 사내도 보입니다.
사나운 개를 8마리나 데리고 사냥을 하러 나온 한 사내를 보았습니다.
이놈들이 짖으며 한꺼번에 옆으로 달려오는 바람에 너무도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섰다가
자전거를 살금살금 끌고 빠져나왔습니다.
개 주인은 그늘에 앉아서 엽총을 닦으며 그냥 괜찮다고만 말하면서
개를 부르는 시늉만 했습니다.
그 모습에 너무도 화가 돋았지만 총을 들고 있었고,
또 개들이 겁이 나서 그냥 지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산을 가만히 놓아두질 않습니다.
그저 꺾고 자르고 뽑고 뭉개고 무너뜨립니다.
자연의 원형을 자꾸만 손상시키는 것이 그악스런 인간들입니다.
오늘은 남천 임도에서 대자연의 내밀한 광경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이 대자연은 아직은 우리 곁에서 그런대로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인간의 대책없는 냉대를 받아서
아주 떠나버릴지 염려스럽습니다.
이상 더위 속에서의 산길 임도 43km 라이딩 보고서였습니다.
몸과 마음이 상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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