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에 관한 이야기는 조선시대 정약전(丁若銓)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 가장 재미있게 묘사되고 있다.
홍어는 생긴 모습이 마치 연(蓮)잎 같다고 했고, 그 생김새와 습성, 먹는 방법까지 그림을 그려보이듯 상세히 적어놓았다.
흑산도에서 잡히는 홍어는 그 당시도 낚시를 이용했던 모양이다.
암컷이 낚시에 걸려 올라오면 짝짓기를 하던 수컷은 등에 업힌 채 그대로 따라 올라왔다는 것이고, 입춘 전후 제맛이 나고, 나주 등 내륙에서는 삭혀서 먹는 것을 더 즐겨한다고 했다.
실제로 홍어가 물 속에서 음직이는 모습은 연잎이 바람에 너울대는 것 같고 모래 위에 펼쳐놓으면 가오리연(鳶)을 방불케 한다.
먹는 방법도 싱싱할 때는 회를 떠 무쳐 먹기도 하지만 홍어의 본고장인 전라도지방에서는 말 그대로 코가 싸해 재채기가 날 정도로 삭혀 먹는다.
예나 지금이나 삭힌 홍어는 ‘아무에게나 그 맛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호남지방의 자존심이 담겨 있는 독특한 먹을거리로 전해온다.
특이한 것은 다른 생선은 상하면 먹을 수 없는 것이 상식이지만 홍어만은 썩혀도 독이 사람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몸 속의 담배독이나 술독을 제거하고 심지어는 담석까지 삭혀준다는 속설이 전해오는 식약을 겸비한 별미다.
요즘은 그 값이 하도 비싸 본고장인 호남의 내력있는 홍어집들이 모두 문을 닫아 고지식하게 끓여내던 옛맛을 맛볼 수 없다.
특성에 따라 찜과 무침, 회, 탕 등 다양하게 조리를 한다. 특히 썩힌 홍어에서 꺼낸 내장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웬만해서는 상에 내지 않을 만큼 진귀한 별미로 여긴다.
가장 널리 알려진 홍어찜과 회는 주로 살결이 일정하고 물렁뼈가 알맞게 박힌 날개부위로 하는데, 매콤하게 삭은 하얀 속살과 오독오독 씹히는 물렁뼈가 초보자들에게도 무난하다.
그러나 한점 입에 넣으면 마치 박하사탕을 삼킨 듯 목구멍이 후끈거리는 느낌은 처음 먹는 사람이라면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이때 시원한 막걸리라도 한모금 삼키고 나면 시큼털털한 막걸리에 싸한 기운이 감싸이며 술맛이 한결 신선하게 살아나고 입에 붙는 맛이 묘한 유혹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 맛이 하도 기막혀 ‘홍탁’(烘濁)이란 별개의 이름으로 부르는데 홍어를 먹는 방법 중 가장 절묘한 맛 중 하나로 꼽는다.
그 맛은 본고장 전라도 사람보다는 홍탁에 맛들린 경상도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더 실감난다.
홍어를 먹고 나서 입 안에 남는 뒷냄새는 부산의 자갈치냄새와 자반구이냄새, 쪼림(조림)내 등 생선의 모든 냄새가 다 담겨 있고, 톡 쏘듯 싸한 맛은 막걸리 맛을 완벽하게 살려주는 선주(仙酒)의 경지를 이끌어낸다고 격찬한다.
출처 : 한겨레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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