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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후기

........2002.09.11 02:13조회 수 20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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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이미 와 있었습니다.

하산길 산사에서 만난 어느 여승이 활짝 웃는 얼굴로 우리 일행에게
" 벌써 가을입니다!" 라며 인사를 건넵니다.
그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가을이 시작되었더군요!


- 어머니의 품과 같은 산입니다.

지리산은 정말 크고 깊은 산입니다. 한없이 펼쳐진 산봉우리들이
장엄하게 압도하지만, 그 부드러운 선들은 포근하고 정답게 다가
옵니다.


- 안개는 모든것을 감추고

구례구역에 04:05 도착하여 택시로 성삼재까지 이동하니 04:30 쯤
되었습니다. 황당할 정도의 강풍과 짙은 운무 때문에 노고단까지
걸어가는 동안 헤드라이트의 둥근 불빛에 의지합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부딪힐수도 있지만 잘
찾아보면 항상 길은 있습니다.


- 어깨를 짖누르는 주체할 수 없는 무거움이여!

무거운 배낭을 져보지 않았던 K2님은 배낭에 수건을 접어 완충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으나 땀에 젖어 피부를 짖무르게하는 요인이었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평범한 진리여...


- 당신들 지금 뭐하는 거야?

벽소령에서의 첫날밤은 전날 야간열차에서 못잔 잠과 반야봉을 거쳐
오는 바람에 거의 13시간(휴식시간 포함)을 걸어온 피로감 때문에
단잠에 빠졌으나, K2님의 포효하는 일성에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당신들 지금 뭐하는 거야?"  밤 10시에 소등하여 캄캄한 대피소에
비상구 표시등이 환하게 빛나고 있어 예민한 K2님은 누군가 불을
켜놓고 있는것으로 오인하여 잠결에 호통을 친거였습니다.


- 침낭속에서도 빛나는 야광시계가 미워서

둘째날 밤은 장터목대피소에서 보냈습니다. 첫날과 달리 여유있는
일정이라 피로는 어느정도 가셨고... 불면에 대비한 K2님은 제가
준비한 양주를 달라고 하십니다.(K2님이 술을 청하는걸 처음봅니다)
한잔들이키고 잠자리에 드셨다가 2시간도 채 못자고 깨어나서 계속
불면의 고통속에서 괴로워 하는데 옆자리(접니다) 침낭속 시계가
훤히 보이더랍니다. 이게 신경에 거슬려 미워 죽겠더라나요...
결국 자는 저를 깨워 묻습니다. " 몇시에요?" "1시반인데요"
침낭속에서도 훤히 빛나보이면 그냥 보시면 되지 자는놈 깨워서
시간을 물어보는 심통은 무었이란 말입니까?


- 동물과 대화를 하는 특별한 재능

장터목대피소에서 전화가 터지는 곳은 화장실...
이 오묘한 장소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의 전화 통화내용은
섬찟한 전율이 돌게 만들었습니다.
" 바꿔봐! 음 그래 아빠야! 뭐하니...아빠 내일 갈거야...엄마바꿔!"
이 통화 내용은 K2님이 당신의 애견과 통화한 내용이며 전적으로
사실입니다.(통화중에 애견의 이름을 몇번 불렀으나 잊었습니다)
세상에 개하고 통화를 하다니...


- 천왕봉의 정기를 흐트린 권주가

새벽4시에 기상하여 준비하고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장터목에서
잠을 자고 올라간 50여명의 등산객중 1사람만이라도 3대에 걸친
덕을 쌓은 사람이 있기를 기대하며... 없었습니다.
정상주를 마셔야 한다고 술을 달라 하십니다.(누구긴 K2님이지)
양주와 포도주를 석잔쯤 마시고 취하셨습니다.
술에 취하고, 안개에 취하고, 기분에 취하고...
중산리로 하산하는 가파른 바위계단에 휘청대며 내려가는 뒷모습
이 전날밤 화장실 사건에 이어서 또다시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 자연속에서도 작업반장님의 이미지 관리

밥먹고 한가한 시간에 갑자기 위~잉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세상에 전기면도기를 꺼내 면도를 하고 스킨을 바르는 엽기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이럴수가... 식사후에 남은 햇반(210g) 하나 더
넣으시라고 해도 무겁다고 싫다 하시더니... 역시 작업반장님!
저런거 빼고 장비 나누어 패킹하였으면...   


- 5분도 안돼!

K2님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여 시간계획표와 차질을
빚지 않도록 팀을 독려합니다.
"지금 계획보다 5분 늦어졌습니다. 자 서두릅시다"
"여기 이구간 지나면 약간 험한 오르막이구, 거기 지나면 괜찮구.."
가본 사람보다 더 잘압니다. 아예 지리산을 통째로 외웠습니다.


- 다음은 어디로?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고 달성하고... 이제 또다른 시작을 위해
다음 산행지를 물색합니다. 단풍이 물든 설악산은 어떨까?
"도전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습니다!" 

★ 우리는 9/6 PM 10:50 무궁화열차편으로 출발하여
  구례구역-성삼재-노고단-돼지평전-노루목-반야봉-삼도봉-연하천
  -벽소령(1박)-세석-장터목(2박)-천왕봉-칼바위-중산리로 하산하여
  진주에서 고속버스로 서울남부터미널에 9/9 PM 9:00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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