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애마와 나

kwakids2004.02.23 15:08조회 수 763댓글 1

    • 글자 크기



만 40세에 가까운 나이에 잔체에 입문한지 일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동안 돌이

켜 생각해보면  참 좋은 추억이 이 문명의 이기로 많았습니다. 덕분에 제 자신

에 대한 한계점도 여러 면에서 극복도 해 보았구요. 지난 해 말 겨울 한 가운

데 들어서며 페달링을 접고 다가올 여름에 큰 잔차 여행을 계획하며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학창 시절 항상 성적과 더불어 달리기 꼴지라는 꼬리표가 뒤따

라 다녔지만 이젠 편한 마음에 달렸던 게죠. 후배가 3월 1일 잠실벌에서 있을

사카 하프마라톤대회에 참여한다기에 일단 저도 신청 해 놓고 한 달 전부터 열

심히 연습에 임했습니다. 추운 겨울 잔차를 타기 위한 아니 여름에 있을 투어

를 위한 기초 체력 단련이란 점에서 입죠. 처음 300미터 트랙 15바퀴 한계가 20

바퀴로 이어 30바퀴로 마구 늘더군요. 좀 힘이 들 때마다 15일에 걸친 여름 잔

차 투어를 생각하면 이쯤은 극복해야한다며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달렸더

니... 드디어 어제 일요일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교회에 갔다가 3시 30분쯤 중

량천 녹천교로 나갔습니다. 사카에서 보내온 마라톤 복을 입고 처음 로드에 섰

던 그날 비는 그쳤지만 날씨는 초겨울. 후회 막심. 그러나 예서 멈출 수 없어

이화교 왕복 약 9km 생각하고 달렸습니다. 잔차로 달릴 때 많은 마라토너를

보았지만 이젠 제가 달린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근데 이화교를 실수로 지나

치고 가다보니 군자교까지.  그럼 왕복 20km로 갑자기 계획 수정. 기분이 무

척 좋더군요. 군자교 마지막 포스트를 찍고 다시 출발점으로 향합니다. 중량

교 지날 즈음 시합을 앞두고 다리를 혹사시키면 낭패라는 생각에 3km는 걸었

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바로 오늘. 다리는 멀쩡한데 엄지발가락 밑 부분이 양쪽

으로 통증이 있어 걷기도 힘들더군요. 결국 절뚝거리며 출근했습니다. 보람은

있었지만 빨리 회복되어야 일주일 후 있을 시합에 대비하는데 걱정입니다.



근 한 달을 하프마라톤 연습을 해 보았지만 잔차만큼 즐겁지가 못하더군요. 힘

들기도 마찬가지고요. 업힐에서의 심장 벌렁거림이나 평지에서 무부하 페달링

이라도 다리에서 복근으로 전해져오는 근육들의 수축등등... 아무튼 마라톤은

좀 지겹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비록 짧은 경력이지만 말이죠. 그래도 가

장 숭고한(?) 운동이라면 전 주저 없이 마라톤이라고 말하렵니다. 일전에 한

잡지에서 황영조 마라토너가 잔차를 타고 있는 사진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습

니다. 아마도 최고의 라이더가 될 것이란 생각이 주된 것이었죠. 그러나 쓰이

는 근육이 전혀 다르더군요. 해서 잔차 많이 탄 사람이 유리하다는 단순한 진

리를 알게되었죠. 여름이 되면 여러 고수님 뒤에서 맞바람 피하며 열심히 달려

볼랍니다. 이름만 들어도 여러 회원님들이 아시는 그런 분들과 함께 라이딩 했

다는 것만으로 제겐 큰 의미가 있기에 말입니다.


전 제 자전거 alite 500 21단을 무척 사랑합니다. 여러 회원님을 만날 때면 명

함도 못 내밀 정도로 비참해 보이지만 그때마다 전 쓰다듬어 주곤 합니다. 그

렇다고 깔끔하게 닦아주지도 못하는 제 성격상. 더욱이 처음엔 거실 앞 베란다

에다 놓았지만 미관 해친다는 아내의 말에 결국 아파트 현관 밖 계단에 묶어

두었습니다. 이런 푸대접을 받고 있는 애마. 엘리베이터 오르내릴 때마다 항

상 맨 처음 제 눈과 마주치는 애마는 때를 기다리면서 주인을 기다리며 애타

게 구슬피 우는 망부석과도 같습니다. 저는 이 처량한 애마를 보며 이렇게 속

삭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너를 데리고 저 드넓은 만주벌판 가로질러

백두산에 올라 만방의 너 존재를 세상에 과시하리라”는 다짐으로...


<let's race>도 서서히 기지개를 펴며 날개 짓하는 듯 비상을 시작하였더군

요. 모두들 몸 조심하시구요. 즐겁고 보람찬 라이딩 기원합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3056
188096 raydream 2004.06.07 389
188095 treky 2004.06.07 362
188094 ........ 2000.11.09 175
188093 ........ 2001.05.02 188
188092 ........ 2001.05.03 216
188091 silra0820 2005.08.18 1474
188090 ........ 2000.01.19 210
188089 ........ 2001.05.15 264
188088 ........ 2000.08.29 271
188087 treky 2004.06.08 263
188086 ........ 2001.04.30 236
188085 ........ 2001.05.01 232
188084 12 silra0820 2006.02.20 1565
188083 ........ 2001.05.01 193
188082 ........ 2001.03.13 226
188081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물리 쪼 2003.08.09 215
188080 물리 님..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 아이 스 2003.08.09 245
188079 글쎄요........ 다리 굵은 2004.03.12 540
188078 분..........홍..........신 다리 굵은 2005.07.04 712
188077 mtb, 당신의 실력을 공인 받으세요.4 che777marin 2006.05.31 1505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