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 흐른 陳정통 - 제이콥스 퀄컴 회장 면담
`오만한 퀄컴 한방 먹다`
지난 27일 오후 3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황급히 기자실로 내려왔다.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한시간 반동안 미국 퀄컴사의 어윈 제이콥스 회장과 나눈 설담이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는 반증으로 보였다.
제이콥스 회장은 이날 한국정부가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를 표준으로 정하자 자사 플랫폼 브루(BREW)의
영업타격을 우려, 표준화 중지를 요구하기 위해 진장관을 찾은 터였다.
어윈 회장은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3GSM 회의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려던 일정을 돌연 바꿔 급히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공식적으로는 삼성측 관계자와 면담을 갖기 위해 왔다고 하나,
실은 회사측이 사활을 걸고 있는 무선 인터넷 플랫폼 브루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퀄컴은 한국이 채택한 무선통신방식인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 보유업체로 지난 1995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통신업체로부터
2조원에 달하는 로얄티를 걷어들인 업체.
기자들은 면담결과가 궁금했다.
"(제이콥스 회장이)표준화 중지를 요구하길래 브루와 위피가 상호호환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오라고 요구했어요.
브루가 호환만 된다면 수용하겠다고 했지요." 진장관의 말이다.
이에 대해 제이콥스 회장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었던 모양이다.
진장관은 한 수 더 떴다.
"This is not political issue,but business issue.
(이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고 비즈니스 문제다)"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에서
미국측이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를 무역장벽이라고 들고 나온 사실을
의식한 잽이었다.
제이콥스 회장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위피를 배타적 표준으로 결정,
자사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브루(BREW)의 시장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의 표준 단일화를 금지하는
WTO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퀄컴측의 이같은 항의는 위피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IBM까지 새로운 버전의 위피개발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오자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 탓으로 해석된다.
진장관은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표준화를 위해 민간기업들이 뭉친 기구를 한국정부가 주도하는 단체라며
통상문제로 몰고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면담은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한시간 쯤 후에 제이콥스 회장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진장관은 그에게 국내 한 영자지에 실린 퀄컴기사를 건네며
"귀국길에 심심할테니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 기사는 지금까지 거액의 로얄티를 국내업체로부터 챙겼으면서도
특허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업체들의 요구를 묵살한 퀄컴측의 비정함을
소개한 내용이라는 것.
실제로 퀄컴은 CDMA 휴대폰 판매물량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1996년 한국기업들과 계약한 특허료율(판매금액 기준, 수출 5.75%, 내수 5.25%)을
그동안 한차례도 인하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수행원 10여명과 함께 정통부 청사를 나서는 제이콥스 회장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고 한다.
◇무선인터넷 플랫폼은=2001년 5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내무선통신업체들은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P)을 구성,
위피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으로 채택했다.
이에따라 브루를 채택하고 있는 KTF를 제외한 SKT와 LG텔레콤 등은 위피를
탑재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플랫폼은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구동의 기반이 되므로 단말 자체보다
서비스의 운영, 품질, 컨텐츠의 개발과 유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플랫폼 표준을 선점한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의미를 넘어 서비스와 컨텐츠의 개발 유통을 장악한다는 의미가 있다.
세계 일류 통신기업들이 치열하게 표준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윤창희 기자<theplay@joongang.co.kr>
2004.02.28
`오만한 퀄컴 한방 먹다`
지난 27일 오후 3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황급히 기자실로 내려왔다.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한시간 반동안 미국 퀄컴사의 어윈 제이콥스 회장과 나눈 설담이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는 반증으로 보였다.
제이콥스 회장은 이날 한국정부가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를 표준으로 정하자 자사 플랫폼 브루(BREW)의
영업타격을 우려, 표준화 중지를 요구하기 위해 진장관을 찾은 터였다.
어윈 회장은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3GSM 회의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려던 일정을 돌연 바꿔 급히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공식적으로는 삼성측 관계자와 면담을 갖기 위해 왔다고 하나,
실은 회사측이 사활을 걸고 있는 무선 인터넷 플랫폼 브루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퀄컴은 한국이 채택한 무선통신방식인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 보유업체로 지난 1995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통신업체로부터
2조원에 달하는 로얄티를 걷어들인 업체.
기자들은 면담결과가 궁금했다.
"(제이콥스 회장이)표준화 중지를 요구하길래 브루와 위피가 상호호환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오라고 요구했어요.
브루가 호환만 된다면 수용하겠다고 했지요." 진장관의 말이다.
이에 대해 제이콥스 회장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었던 모양이다.
진장관은 한 수 더 떴다.
"This is not political issue,but business issue.
(이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고 비즈니스 문제다)"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에서
미국측이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를 무역장벽이라고 들고 나온 사실을
의식한 잽이었다.
제이콥스 회장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위피를 배타적 표준으로 결정,
자사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브루(BREW)의 시장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의 표준 단일화를 금지하는
WTO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퀄컴측의 이같은 항의는 위피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IBM까지 새로운 버전의 위피개발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오자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 탓으로 해석된다.
진장관은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표준화를 위해 민간기업들이 뭉친 기구를 한국정부가 주도하는 단체라며
통상문제로 몰고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면담은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한시간 쯤 후에 제이콥스 회장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진장관은 그에게 국내 한 영자지에 실린 퀄컴기사를 건네며
"귀국길에 심심할테니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 기사는 지금까지 거액의 로얄티를 국내업체로부터 챙겼으면서도
특허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업체들의 요구를 묵살한 퀄컴측의 비정함을
소개한 내용이라는 것.
실제로 퀄컴은 CDMA 휴대폰 판매물량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1996년 한국기업들과 계약한 특허료율(판매금액 기준, 수출 5.75%, 내수 5.25%)을
그동안 한차례도 인하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수행원 10여명과 함께 정통부 청사를 나서는 제이콥스 회장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고 한다.
◇무선인터넷 플랫폼은=2001년 5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내무선통신업체들은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P)을 구성,
위피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으로 채택했다.
이에따라 브루를 채택하고 있는 KTF를 제외한 SKT와 LG텔레콤 등은 위피를
탑재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플랫폼은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구동의 기반이 되므로 단말 자체보다
서비스의 운영, 품질, 컨텐츠의 개발과 유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플랫폼 표준을 선점한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의미를 넘어 서비스와 컨텐츠의 개발 유통을 장악한다는 의미가 있다.
세계 일류 통신기업들이 치열하게 표준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윤창희 기자<theplay@joongang.co.kr>
200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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