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회원가입하고 처음 글을 올립니다.
한강변 출퇴근한지 6개월 정도 되어가는군요. 그냥 출퇴근만 하는 수준이며 산은 한번도 타보지 못한 왕초보입니다.
오늘 출근하는데 왠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더군요. 내용은 제목과 같았습니다. 이번주 일요일 국제마라톤을 한다며 오후 5시까지 자전거와 인라인 통행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읽고 지나가는 순간.. 왠지 기분이 나쁘더군요. 자전거 타고 가면서 한참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왜 기분이 나빴을까? 일요일에 내가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휴일날 자전거 탈 권리를 빼앗겨서? ..
그런데 그 이유 때문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언뜻 느낌이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 불현듯 그 이유가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현수막의 제목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협조요청" 이란 .. 바로 그 표현이 거슬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표현 속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먼저 '협조' 란 말의 의미는 .. 사실 매우 자기중심적인 심리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행사의 주체이며, 나머지 사람들은 그 행사를 위해 협조해야 하는 사람들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일요일에 그들이 마라톤을 하는지 마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가 그들의 행사에 협조해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법을 조금더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군사문화나 공무원식 사고방식의 단면을 엿볼 수 있겠습니다. 마치 상명하복 식으로 .. 자신들이 하는 일이 세상의 중심에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에 협조해야 하는.. 그런 사고방식 말입니다.
저를 기분나쁘게 하는 두번째 요소도 있더군요. 단어의 내용뿐 아니라, "협조요청" 이라는 축약된 공문 하달하는 식의 표현법, 그리고 "요청" 이라는 말의 뉘앙스도 그렇습니다. "요청"이 아니라 "양해"라고 써야 옳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라이더들이나 인라이더들, 산책하는 사람들을 수직적인 관계로 설정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마치 공문을 하달하는 방식의 의사소통 법을 쓰고 있는 것이지요. 자신들은 행사의 주체이며, 나머지 사람들은 그 행사를 위해 동원되어야 하는 들러리 정도로 생각하는 그런 심리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니.. 그럼, 어떤 내용으로 현수막을 걸었으면 내가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까 분명해지더군요. "죄송합니다. .. 행사 때문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런 내용의 구어체로 표현되어 있었다면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단지 실망은 했겠지요. 일요일에 자전거를 못타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기분은 분명히 달랐을 것 같습니다. '협조요청'과 '양해구합니다'라는 표현법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휴일에 한강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협조를 요청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양해를 구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조금 예민한 편이라 확대해석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것도 저만의 이기주의라면 할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표현법 속에 숨어 있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권위주의적, 공무원식 사고방식을 느낀 것 같아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면이.. 그 현수막을 올린 사람들 뿐 아니라 저를 포함해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도 여전히 잔재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어느 라이더의 아침 소감 한마디 -
한강변 출퇴근한지 6개월 정도 되어가는군요. 그냥 출퇴근만 하는 수준이며 산은 한번도 타보지 못한 왕초보입니다.
오늘 출근하는데 왠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더군요. 내용은 제목과 같았습니다. 이번주 일요일 국제마라톤을 한다며 오후 5시까지 자전거와 인라인 통행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읽고 지나가는 순간.. 왠지 기분이 나쁘더군요. 자전거 타고 가면서 한참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왜 기분이 나빴을까? 일요일에 내가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휴일날 자전거 탈 권리를 빼앗겨서? ..
그런데 그 이유 때문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언뜻 느낌이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 불현듯 그 이유가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현수막의 제목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협조요청" 이란 .. 바로 그 표현이 거슬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표현 속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먼저 '협조' 란 말의 의미는 .. 사실 매우 자기중심적인 심리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행사의 주체이며, 나머지 사람들은 그 행사를 위해 협조해야 하는 사람들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일요일에 그들이 마라톤을 하는지 마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가 그들의 행사에 협조해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법을 조금더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군사문화나 공무원식 사고방식의 단면을 엿볼 수 있겠습니다. 마치 상명하복 식으로 .. 자신들이 하는 일이 세상의 중심에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에 협조해야 하는.. 그런 사고방식 말입니다.
저를 기분나쁘게 하는 두번째 요소도 있더군요. 단어의 내용뿐 아니라, "협조요청" 이라는 축약된 공문 하달하는 식의 표현법, 그리고 "요청" 이라는 말의 뉘앙스도 그렇습니다. "요청"이 아니라 "양해"라고 써야 옳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라이더들이나 인라이더들, 산책하는 사람들을 수직적인 관계로 설정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마치 공문을 하달하는 방식의 의사소통 법을 쓰고 있는 것이지요. 자신들은 행사의 주체이며, 나머지 사람들은 그 행사를 위해 동원되어야 하는 들러리 정도로 생각하는 그런 심리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니.. 그럼, 어떤 내용으로 현수막을 걸었으면 내가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까 분명해지더군요. "죄송합니다. .. 행사 때문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런 내용의 구어체로 표현되어 있었다면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단지 실망은 했겠지요. 일요일에 자전거를 못타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기분은 분명히 달랐을 것 같습니다. '협조요청'과 '양해구합니다'라는 표현법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휴일에 한강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협조를 요청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양해를 구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조금 예민한 편이라 확대해석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것도 저만의 이기주의라면 할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표현법 속에 숨어 있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권위주의적, 공무원식 사고방식을 느낀 것 같아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면이.. 그 현수막을 올린 사람들 뿐 아니라 저를 포함해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도 여전히 잔재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어느 라이더의 아침 소감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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