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 뭐고? 안 있나? 탔는 시간 재는거?

지리산2004.05.19 23:21조회 수 283댓글 0

    • 글자 크기


우리집 막내 동생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내가 사는 뒷산에 끌고 갔습니다. 산악자전거에 태워서.......
단번에 뿅 갔습니다. 그길로 오후에 다시 한번 더 데리고 갔습니다. 대구 팔공산 봉무공원으로......

'우와! 바로 이거다.'

동생은 산악자전거가 주는 매력에 완전히 맛이 갔습니다.  
타고난 재능도 엿보입니다. 경사각도 제법 있는 20계단 정도를 그냥 돌파합니다. 난 한달 이상 걸린 계단 타기를 산악자전거 타는 첫날 바로 내리 꽂아버립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형으로서 그냥 있을 수가 없습니다. 원님 덕에 나발 부는 기분으로 마침 내 자전거도 업그레이드도 할 겸 동생 자전거 하나 꾸며 주었습니다. 오늘이 동생에게 자전거를 전해 준 지 사흘째 되는 날입니다.
집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집사람이 받았습니다. 나한테 뭐 물어볼 게 있답니다.

"형님, 그 뭔교? 그 안 있닝교? 시간 재는 거?"
"그게 뭔데?"
"그거 안있닝교? 잔차 탔는 시간 재는 거."
"아! 속도계"
"맞아요, 속도계. 그런데 그거 사용하는 방법 좀 가르쳐 주이소. 오늘 달고 갔다왔는데 기록이 하나도 안 찍혀 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매뉴얼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야, 니 그거 어디서 구했노?"
"형수님이 잔차에 다는 거라면서 주던데?"

'아하,그렇구나!'

이제서야 생각납니다. 내가 갖고 있던 다른 속도계를 형수로부터 전해 받고서는 이놈을 자기 자전거에 단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순간 난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속도계를 다는 방법도 안 가르쳐주고 매뉴얼도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달았을까?'

뭔가 이상했지만 시치미 뚝 떼고 물어보았습니다.

"야, 니 속도계라고 받은 게 어떤 거고?"
"뭐 동그랗던데요?"
"그거 말고는 또 뭐 받았노?"
"고거밖에 안 받았는데요?"
"그라머 그거는 어디에 달았노?"
"핸들에 달았지요."
"어떻게 달았는데?"
"찍찍이로 달았지요."
"찍찍이라니?"
"와요, 그 있잖아요? 형님이 저한테 준 바지가랑이가 자전거 기어에 끼이지 말라고 준 바지 묶는 찍찍이 같은 거 있잖아요? 그걸로 칭칭 감고 잡아 묶고 그랬지요."

그 순간 나는 참았던 웃음이 터져나와 전화기 잡고 온 방안을 똘똘 굴렀습니다.
한참만에 웃음을 그친 나는 우리집 막내동생에게 찬찬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마운트가 어떻고, 자석이 어떻고, 니는 다른 건 다 놔두고 대가리만 받아갔다는 둥 주절주절.......... 나중에 마운트하고 자석을 전해주면서 매뉴얼도 전해 주마, 기타 등등.... 어쩌구저쩌구.....

다 듣고난 동생은 전화기 저편에서 약간 시무룩해진 목소리 전해옵니다.

"아, 바보됐네. 그케 나도 좀 이상하더라. 뭐 연결하는 게 있어야 속도도 나오고 할낀데.... 나는 그냥 누르기만 하면 시간이 나오는 줄 알았지. 뭐 괞찮아요. 내가 탄 시간만 알면 되니까 앞으로 핸드폰 갖고 다니면서 시간만 재면 돼요. 줄하고 자석은 나중에 주소."

오늘 참 진땀나게 웃었습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내 동생은 전화 말미에 이렇게 덧붙입니다.

"형님, 형님이 가르쳐준 와일드바이크 사이트에 나와있던데요......
근처 부평에 철마산이라고 있는데 거기가 괜찮다 그러대요. 조만간 거 함 가볼라카니더."

그래서 저도 한마디 해 주었습니다.

"오냐, 조심해서 잘 갔다와라. 그산 좋다더라."

나중에 철마산에 파란 프로코렉스 프레임에다 2.1인치 타이어, 빨간 헬멧에다 빨간 긴장갑을 낀 사람이 나타나거든 혹시나 하고 한번 더 봐 주시기를......
아직 형편이 안 돌아가서 고글을 구하지 못해 고글은 착용하지 못한 사나이 하나를......


    • 글자 크기
이름이 같아서 놀랬다는 ㅋㅋ (by 유사MTB) 승우야 ㅡㅡ;; 이게먼말이냐 (by 요술풍선)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069
114097 [필독] 누나나 딸, 혹은 여자친구 있으신분..필독 ysw1412 2004.05.20 740
114096 어랏~~ 난 죽을지경였는데...ㅎㅎㅎㅎ 십자수 2004.05.20 271
114095 ㅎㅎㅎ 다굵~, 하늘소님이 그 동에 자주 탄답니다.. 십자수 2004.05.19 234
114094 정말 대단하심다.... 한가지 아쉽지만.... 얼레꼴레르 2004.05.19 278
114093 오늘 인천 계양산 부근에서 데모9 타신분? 손~~ 이시도로 2004.05.19 253
114092 흠... 제의도가 잘안실렸네요.. 전 아무곳이나 소중한자전거를 잠궈두지말자는.. icyahoo 2004.05.19 331
114091 이름이 같아서 놀랬다는 ㅋㅋ 유사MTB 2004.05.19 273
그 뭐고? 안 있나? 탔는 시간 재는거? 지리산 2004.05.19 283
114089 승우야 ㅡㅡ;; 이게먼말이냐 요술풍선 2004.05.19 312
114088 와우~ 날초~ 2004.05.19 252
114087 대단하십니다 hakey19 2004.05.19 247
114086 마음속으론 뭔들 못하겠읍니까 죽였다 살렸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셨군요...(냉) bikefun 2004.05.19 239
114085 이런 글을 올릴 생각을 어찌 하십니까 -_-; opera 2004.05.19 295
114084 답변 감사드립니다. 딘박 2004.05.19 172
114083 이런 글을 올릴 생각을 어찌 하십니까 -_-; eisin77 2004.05.19 347
114082 물통때문에 속상하시는 분들 이거 어때요? midicap 2004.05.19 624
114081 반대편 도로는 죽음이었습니다.. ㅠ.ㅠ puhaha 2004.05.19 304
114080 중문 부근 볼거리들~ ds2dde 2004.05.19 184
114079 . icyahoo 2004.05.19 493
114078 버그 수정중입니다. Bikeholic 2004.05.19 237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