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서 퍼 왔습니다.
일본 프로 야구 최초의 퍼펙트게임이 재일동포 투수였다니.. 사실 일본 프로에 재일동포가 있는줄도 몰랐는데..
[만물상] 퍼펙트 게임
메이저리그 퇴출을 앞둔 40세 노장 투수 빌리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 등판한다. 온 힘을 다해 버텨온 삶과 사랑이 이제 고비에 이른 사내는 짙은 피로에 젖어 있다. 그가 힘에 부치는 위기를 넘기려 시간을 끌자 관중들이 야유를 보낸다. 빌리는 뇌까린다. “그래, 시간을 끌고 있다. 너희들도 다 그래.” 영화 ‘사랑을 위하여’(1999년)에서 주인공은 퍼펙트게임을 이뤄내 삶의 수렁에서 자존(自尊)을 건져낸다.
▶단 한 명도 1루에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게임은 7500경기에 하나꼴이라는 확률만큼이나 극적인 인간승리의 상징이다. 요미우리의 명투수였던 재일동포 이팔용(후지모토)은 어깨 고장으로 투수생명이 끝났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필사적 재활훈련으로 새 슬라이더를 터득해 복귀한 뒤 1950년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기적 같은 인생 역전극이었다.
▶우리 프로야구에선 23년이 되도록 퍼펙트게임이 없다. 가장 근접했던 경기는 1997년 한화 정민철이 기록한 노히트노런이다. 8회 1사까지 퍼펙트 투구를 하던 그는 타자를 삼진시키고도 포수가 공을 놓쳐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으로 1루에 살려 보내는 바람에 대기록을 놓쳤다. 퍼펙트게임은 투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모든 선수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완벽한 수비를 펼쳐야 이룰 수 있는 조화와 협동의 정화(精華)다.
▶엊그제 41세에 메이저리그 17번째이자 최고령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경기에서 랜디 존슨은 6회를 넘겨 후반으로 들어서자 말이 없어졌다. 동료들도 더그아웃에서 2~3m 떨어져 앉은 채 일절 말을 건네지 않았다. 대기록에 신경을 쓰게 되면 마음부터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지(敵地) 애틀랜타의 관중들은 8회부터 퍼펙트게임을 기대하며 존슨의 이름을 연호(連呼)하고 기립박수를 보냈다.
▶존슨의 승리는 결국 평정심의 승리였다. “누구든 어느날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법이다. 최소한 오늘 경기를 이길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불혹을 넘겨 생애 최정상에 선 그는 강속구를 뿌리면서도 볼 컨트롤을 잃곤 했던 젊은 시절을 내려다봤다.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던 14년 전의 나는 풋내기였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까지 먼 길을 왔다.” 큰 승리는 스스로에 대한 극복과 개안(開眼)까지 갖다주는 모양이다.
(오태진 논설위원 tjoh@chosun.com )
일본 프로 야구 최초의 퍼펙트게임이 재일동포 투수였다니.. 사실 일본 프로에 재일동포가 있는줄도 몰랐는데..
[만물상] 퍼펙트 게임
메이저리그 퇴출을 앞둔 40세 노장 투수 빌리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 등판한다. 온 힘을 다해 버텨온 삶과 사랑이 이제 고비에 이른 사내는 짙은 피로에 젖어 있다. 그가 힘에 부치는 위기를 넘기려 시간을 끌자 관중들이 야유를 보낸다. 빌리는 뇌까린다. “그래, 시간을 끌고 있다. 너희들도 다 그래.” 영화 ‘사랑을 위하여’(1999년)에서 주인공은 퍼펙트게임을 이뤄내 삶의 수렁에서 자존(自尊)을 건져낸다.
▶단 한 명도 1루에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게임은 7500경기에 하나꼴이라는 확률만큼이나 극적인 인간승리의 상징이다. 요미우리의 명투수였던 재일동포 이팔용(후지모토)은 어깨 고장으로 투수생명이 끝났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필사적 재활훈련으로 새 슬라이더를 터득해 복귀한 뒤 1950년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기적 같은 인생 역전극이었다.
▶우리 프로야구에선 23년이 되도록 퍼펙트게임이 없다. 가장 근접했던 경기는 1997년 한화 정민철이 기록한 노히트노런이다. 8회 1사까지 퍼펙트 투구를 하던 그는 타자를 삼진시키고도 포수가 공을 놓쳐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으로 1루에 살려 보내는 바람에 대기록을 놓쳤다. 퍼펙트게임은 투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모든 선수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완벽한 수비를 펼쳐야 이룰 수 있는 조화와 협동의 정화(精華)다.
▶엊그제 41세에 메이저리그 17번째이자 최고령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경기에서 랜디 존슨은 6회를 넘겨 후반으로 들어서자 말이 없어졌다. 동료들도 더그아웃에서 2~3m 떨어져 앉은 채 일절 말을 건네지 않았다. 대기록에 신경을 쓰게 되면 마음부터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지(敵地) 애틀랜타의 관중들은 8회부터 퍼펙트게임을 기대하며 존슨의 이름을 연호(連呼)하고 기립박수를 보냈다.
▶존슨의 승리는 결국 평정심의 승리였다. “누구든 어느날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법이다. 최소한 오늘 경기를 이길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불혹을 넘겨 생애 최정상에 선 그는 강속구를 뿌리면서도 볼 컨트롤을 잃곤 했던 젊은 시절을 내려다봤다.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던 14년 전의 나는 풋내기였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까지 먼 길을 왔다.” 큰 승리는 스스로에 대한 극복과 개안(開眼)까지 갖다주는 모양이다.
(오태진 논설위원 tjoh@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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