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애로스에 빠진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었습니다.
저에겐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고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약간 튼튼한 자전거가 필요했고, 우연히 알게된 왈바는
얼마안가 필연적인 만남임을 알았습니다.
왈바는 자전거와 저에게 중신을 섰고,
자전거를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사춘기에 여자를 알았던 것처럼 자전거는 저에게 들어와버렸습니다.
정말 기뻤던 것은
저의 모든 능력을 총 동원해도 가질수 없었던 여자와는 달리
자기를 가져달라는 자전거는 여기저기에 널려있었습니다.
손짓 만발이었습니다.
저 물건 괜찮더라는 털달린 어떤 파계승처럼 생기신 양반의 말씀에
덥썩 손잡은 자전거는 코라텍이었습니다.
자전거와 저는 봄처럼 설레였고, 여름처럼 뜨거웠고,
가을처럼 뿌듯했으며, 겨울같은 권태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든걸 경험한 자전거와의 애로스는
1년이 지나자 드디어 파국을 맞았습니다.
주위분들이 갈라섬을 부추겼습니다.
정말 나쁜 사람들입니다.
자전거의 느린 걸음도 저의 조급한 성격에 불을 질렀나봅니다.
긴 밤을 고민했고,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슬픔이 찾아들었습니다.
떠나보내지만 애써 붙들지 않는 자전거의 미덕은
자전거의 눈물겨운 고마움입니다.
보내는 슬픔과 맞이하는 기쁨이 섞이니
담담하기 그지없습니다.
1년의 열애를 주마등처럼 떠올리며 감회에 젖어봅니다.
이제, 새로운 자전거와 함께 오손도손 평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별이 찾아들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애로스에 충실하겠습니다.
아니, 이제는 아가페이고 싶습니다.
함께하는 여러분이 계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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