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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서 자전거로...

rockpero2004.06.11 11:04조회 수 50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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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사고가 났었습니다.

mtb팀들도 애용하는 장흥 긴코스에서 말이죠

발단은 언제나 산에서의 사고가 그렇듯 오버페이스....

아마 mtb타시는 분들은 누구나 산에서 타는 오토바이에 피해의식이
있듯(아무래도 산길을 고속질주하는 오토바이는 위협이 되긴하니깐요)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은 짚차에 또한 피해의식이 있습니다.
뭐 인라인이나 걸어다니시는 분들은 자전거에 피해의식이 있는것과
마찬가지로 어짜피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있습니다.

서로 불편해 하는 만큼 조심히 타면 되는것이니 그렇다고 서로
좋아서 하는 일을 어찌 하겠습니까냐만은....

저역시 산에서 자전거나 걸어다니는 분들을 보면 최대한 속도를
줄이고 조심히 지나치지만 짚차를 보면 괜한 경쟁심리에
유난을 떨면서 휙 지나가곤 했습니다.

어쨌거나 긴코스 마지막엔 급한 내리막이이 있습니다.

자전거 타시는 분들은 다운힐에서 재미를 보시지만
오토바이는 무겁기에 아무래도 스로틀을 당기기 보다는
브레이크를 걸면서 조신하며 내려와야합니다만

간만에 나간 라이딩이라 들떠 있기도 하고 짚차가 옆 구릉에 올라가
있는것을 보고 스로틀을 당기며 내려가다 짚차들이 모여있는
구릉쪽으로 급선회를 했습니다.

바바~~짚차는 이렇게 못하지~~뭐 이런식이였습니다.
음~저기쯤에서 멋있게 살짝 점프를 해서 착지를 하고 담배나 한대
피우고 내려가자~ 이럴 생각이었습니다만

점프를 하고 보니 제 실력과 제 오토바이로는 감당이 안되는
그런 높이였습니다. 짚차가 제 오토바이 밑으로 보이더군요..  --;
(제 속도를 몰랐던 것이지요)

어쨌거나 결과는 왼쪽 복숭아뼈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이렇게 두달을 넘게 수술하고 요양하고 쩔뚝거리며 걸어다닐만
해지자 얄팍해진 왼쪽 다리를 보니 가슴도 아프고 그냥 실실
걸어다녀서는 언제 제대로 걸을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어디서 자전거를 타면 좋다는 소리를 듣고 왈바에 왔습니다.

막상 보니 제 오토바이보다 훨씬 비싼 mtb들이 즐비하고
그런 자전거를 보다보니 재활용으로 몇만원짜리 자전거나
하나 사야지 했었던 초심에서 이왕사는거 제대로 된걸로
사야지 하는 물욕에 장터와 게시판을 오가며 눈만 높아졌습니다.

아침부터 시작한 장터 뒤지기에 한껏 높아진 눈에 아~자전거도
돈백은 줘야 그나마 굴러가는구나~라는 식의 이상한 편집까지
생길무렵 나중엔 이런것도 맘놓고 못사는 처지가 조금 한심해
지기도 하고 어쨌거나 조카꺼라도 타고 함 나가보자 해서
중량천변으로 나갔습니다.

신문사면 주는 철티비입니다.

앞브레이크도 없고 크랭크는 가끔 헛돌고 180인 저한테는 턱없이
작고 안장도 낮고 핸들도 돌아가 있는 그야말로 겨우 굴러가는
자전거입니다만....막상 타보니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10년전 대학교다닐적 신당동과 대학로를 무수히 왕복하던 등하교용
철티비 이후 처음 타보는 자전거입니다.

오르막길이 많은 동네에서 살다보니 자연히 스쿠터로 눈이 돌아가고
스쿠터를 산 뒤론 거들떠 보지도 않던 자전거 입니다만

10년만에 타보니 그동안은 몰랐던 많은것들이 느껴집니다.
두텁고 단단한 프로덱터와 복장의 오토바이에선 몰랐던
옷 밑, 얼굴사이로 파고드는 바람하며 엔진소리에 못들었던
흙길을 굴러가는 바퀴의 사각사각하는 소리, 앞만 보고 달리느라
몰랐던 주위의 풍경과 소리들이 무척 생소하고 재미있습니다.

중간에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갈때는 내려서 끌고가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 낙담을 했지만(무거운 철티비에 아직 쩔뚝거림)
어쨌거나 꽤 근사한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한가지에 관심을 두면 푹빠지는 편이라 아침부터 일어나
또 왈바 장터 뒤지기를 하는 저를 보며.....아~~이래선 안돼
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거나 제대로된 엠티비는 몰라도 괜찮은 생활자전거라도
하나 사기만 하면 절뚝거리던 발도 빨리 나을것 같고 시원한
밤바람 맞으며 자전거 전용도로로 한강까지 다녀올 생각에
마냥 들뜨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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