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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얽힌 기억

호세2004.06.17 05:08조회 수 73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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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자전거에 대한 남다른 추억이 있기에 용기를 내어 올려봅니다.



1974년 새해를 맞으며 나와 2년 터울인 누나가 대학에 합격하여 가족들 모두 안도하며

기쁨을 누리고 있을무렵 이웃에 산다는 누나의 고교 1년 후배가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집을 찾았다.

@@ 허걱

당시 우리집은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산아래있었다.

당시에는 모든 학생들이 교복을 입었고 늘 비슷한 시간대에 버스를 타기때문에

동네의 아이들은 대부분 안면이 있었으나 누나의 후배와 나는 학교 위치등 비슷한 동선을 가졌음에도

한번도 마주친적이 없었다.

암튼 그렇게 그녀는 고3,나는 고2가 되었다.


지난 한해 고3인 누나의 밤늦은 귀가를 위하여 밤마다 버스정류장으로 마중을 나가는것이 나의 일과였다.

지친 어깨를 하고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이 늘 안스럽던 누나,

더구나 밤길을 10분이상 걸어야하는 안위에 대한 문제 또한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문득 곱디고운 누나의 후배를 보며 저 아이는 또 어찌 1년을 보내나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지난 한해 습관적으로 밤마다 누나를 마중나가던 시간이 되면 눈앞에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안되겠다.

처음엔 우연을 가장하여 만나 가방을 받아들고 집까지 모시는 정성을 보였고

며칠이 지나 아예 솔직히 이야기를 했다.밤마다 누나를 마중한 이야기,처음 보았을때의 느낌...............

입시생에게 자극이나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며 감정을 다스렸다.

그녀는 별다른 호 불호의 감정표현 없이 그저 묵묵했다.

그후론 또다시 지난 1년간의 일이 반복되었다, 매일 그녀를 본다는 행복감을 혼자만 마음가득 담고..........

그러다 어느날 문득 생각해 낸것이 자전거였다

내가 왜 진작 그생각을 못햇을까????


부모님을 졸라서 자전거를 샀다.

뒤에 짐받이가 큰 중고 짐차를 사려는 나를 의아해 하시던 아버지.^^

그 자전거가 뒤에 사람이 타기에 편할것 같다는 마음때문임은 물론이다.

푹신하고 예쁜 방석을 깔고.........

그날밤도 여느때처럼 버스정류장으로 나갔다.그녀가 타기를 거부하면 어쩌나???

역시 살짝 미소만 지으며  버스에서 내리는 그녀, 자전거를 보면서 또한 무표정하다.

한손으로는 무릅에 놓인 책가방을 잡고 다른 한손으론 안장과 짐받이 사이의 폴을 잡고 짐받이에 앉는다.

의외로 순순하다.

집으로 향한다,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실은 싫다는 누나를 억지로 태우고  이미 예행연습까지 마친터이다.



그렇게 행복한 계절들이 바뀌고 그녀 역시 누나와 같은 대학에 합격했다, 그때의 기쁨이란................


병환으로 오랜 투병을 끝내시고 거의 회복기에 접어든 그녀의 어머니께서는 우리집을 방문하시어 내게

두꺼운 털 스웨터를 선물하시며 고마움을 표현하셨다.(지금도 간직하고 있음)

개업의셨던 나의 선친은 물론 어머니 누나등 모두가 그댁의 겹경사에 기뻐했다.

그리고 또 대학 신입생으로서의 즐거움을  포기하고(본인의 말)  내 고3의 세월에 신경써 준 그녀,

어디 그뿐인가, 군복무, 외국에서의 시절..............

난 1년을 투자했지만 그녀는 몇배나 많은 시간들을 나를 위해 되돌려주었다.

역시 사랑의 손익계산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할 일이다.


그녀가 누구냐구???

23년째 나와 같은 집에 사는 여자,바로 내 아내다.



지루한 글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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