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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비오는데 어떻게 잔거로 출근해요

Santa Fe2004.07.16 14:15조회 수 27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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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일케 물으신다면,



"기냥


요"
라고 대답할 겁니다.

오늘 아침 홍제천 따라 내려와보니 징검다리 잠겨 있었습니다. 위 자동차도로로 올라가서 우회할까 생각하는데 가부자기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발 적시고 건넙니다.

설상가상, 빗줄기가 좁쌀에서 콩알로 바뀝니다.

다리 밑에서 20분 기다렸습니다. 강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 아무 생각없이 그저 바라봅니다.

다행히 비 그칩니다. 그치만, 고수부지도로 군데군데 빗물이 고여 있네요. 똥꼬랑 배낭에 빗물 튕기는게 싫어서 할아버지 동네 마실모드로 바꿉니다. 바람도 상쾌하고 강변풍경도 끝내줍니다.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가끔씩 스치는 타인들 아랑곳 않고 목청껏 추억의 노래들을 불러제끼며 행진합니다.

빗속을 둘이서, 화, 자정이 훨씬 넘었네, 진고개 신사, 제목은 모르는 신중현 노래 등등

양화대교 건너니 여긴 강태공들의 천국입니다. 수위가 높아지니까 조사들이 전부 자전거 도로에 올라와 앉아서 낚시대를 놀리고 있습니다.

어이 저런! 제 종아리보다 굵은 잉어 한 놈이 낚시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뭍에 올라 온몸을 튕겨댑니다. 주둥이가 피로 붉게 물들어 있네요. 가엽어집니다. 아자씨 웬만하면 놓아주시지요. 속으로만 외쳐 봅니다.

고개를 돌려 남산과 북한산에 눈길을 던져 봅니다. 공기는 투명한가 본데 낮게 내려앉은 비구름땜시 안 보입니다.

서강대교 지날 무렵부터 길에 물웅덩이가 없어집니다. 레이싱모드로 바꾸어서 마구 쏘아봅니다. 거친 바람이 뺨을 스치는데 가히 오르가즘의 경지입니다. 기껏해야 30초 이지만.

어, 벌써 다왔습니다. 여기서 저의 유쾌한 출근길은 끝납니다.  
헬멧끈을 여미며 우리공장으로 들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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