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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대학 교수님이 말씀...

가이2004.09.01 16:30조회 수 92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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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공대 모 교수님의 말씀이십니다. 와 닿는게 많더군요.

엔지니어로서 가져야 할마음자세라던가...

등등....

시간내어 쭈욱 읽어보세용...







시간이 초보를 고수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입문하는 많은 초보자(初步者)들은 나도 언젠가는 고수(高手)가 되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 마음대로 주무르고 인터넷의 게시판에서 남들이 올린 질문에 대하여 거침없는 답변을 쏟아내리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그들의 상상은 자유지만 그것을 말로 외부에 드러내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도저히 그렇게 될 가능성이 손톱만큼도 안보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럴 가능성이 안보이다니... 초보라고 무시하느냐, 너는 그렇게 잘 났냐?"고 흥분하는 분이라면 더 이상 이 컬럼을 읽지 마시라 ! 그리고, 제발 부탁드리건대 이 시간 이후에 조용히 마이크로프로세서계를 떠나시라... 귀하들은 그냥 가시는게 도와주는 일이다.
   우리 옛 어른들의 말씀에는 틀린 것이 별로 없다. 그분들은 일찌기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셨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공부한다는 사람이 아주 간단한 전자에 관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여 "이게 뭐예요?" 하고 묻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허망한 회로를 보고 무턱대고 만들어 놓고는 "동작이 안되네요, 뭐가 잘못되었을까요?" 물으며 또다시 다른 것을 구하러 정처없이 떠나는 초보들은 단언하건대 영원히 고수가 될 수 없다...
   초보 때는 누구나 모를 수 있고, 모르는게 당연하며, 모르면 물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그렇게 묻고 배우면서 실력이 늘다보면 고수가 되는게 아니냐고? 그렇지... 그 말이 백번 옳은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그처럼 말도 안되는 소리도 없다.
   생각해 보라. 쇼트트랙 스케이트 선수 김동성이 동네 스케이트 타기에서도 꼴찌를 하다가 남에게 묻고 몇년을 연습하여 동네서 1등하고, 다시 전국대회에 나가서 꼴찌부터 시작하여 다시 몇년을 연습하여 국가대표 선수가 되었으며, 세계대회에 나가서 다시 꼴찌부터 시작해서 몇년만에 금메달을 땄는가? 세계적인 운동선수 중에서 그런 길고 복잡한 과정을 겪으면서 올라온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지 찾아 보라... 결코 그런 일은 없다. 세계적인 선수는 떡잎부터 달랐다. 그들은 어느날 혜성처럼 나타나 국내대회를 석권하고, 곧바로 국제대회나 세계대회에 나가 두각을 나타냈다. 동네 꼴찌부터 시작해서 어느 세월에 세계를 제패할 수 있겠는가? 자신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후에...?
   "아니, 그럼 원래부터 천재로 태어난 사람들만 고수가 될 수 있단 말야? 무슨 그런 정신 나간 소리를 한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글을 그만 읽으시라. 그런 분들은 위에서 그만 읽고 돌아가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아직도 안가셨나?
   다시 생각해 보라. 김동성 선수가 혜성처럼 나타나 훌륭한 스케이트 선수가 되었으면 그가 스케이트 천재며 남들과 다르게 엄마 뱃속에서부터 스케이트를 타다 나왔겠는가? 천만의 말씀, 만만의 말씀이다. 그도 기껏해야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에 본격적으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른 많은 스케이트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부모의 강요에 못이겨 운동을 하고 코치의 혹독한 훈련 때문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선수들은 각종 대회에서 허접하게 뒷자리만을 채웠을 것이다. 운동선수라고 공부는 소홀히 하고 중학교 때부터 담배나 피고 술을 먹는 등 못된 짓만 골라하던 다른 애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명 선수로 전락해 갔을 것이다. 그럭저럭 코치가 시키는 것이나 따라 하고, 잘 안될 때마다 코치에게 적당히 물어가며 시간이나 때웠던 많은 평범한 선수들은 그냥저냥 중간 자리를 채우다 선수생활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운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 항상 자신의 체력 관리에 힘쓰며, 스케이트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자신의 몸동작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자신이 터득한 이론을 실증하기 위하여 달밤에라도 나와서 직접 몸으로 확인하는 등의 노력을 쏟은 사람은 첫 출전에서 동네를 제패하고 두번째 출전에서 국내대회를 석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선수는 세계대회도 꼴찌부터 시작할 턱이 없다. 자, 그런데도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은 모두 천재였느냐고 말하겠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될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전자(電子) 분야의 고수, 마이크로프로세서 응용 기술의 고수가 될 사람은 처음부터 하는 짓이 다르다. 그들은 엄청난 시간을 노력하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자신이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잠을 못자며, 남에게 한번 묻기 위해 열번을 스스로 생각한다. 그들은 외부로부터 많은 자료를 모으며, 그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소중하게 보관한다.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분석한 자료가 아니면 쉽게 따라하지 않으며, 남의 근거없는 말에 무턱대고 흔들리지 않는다. 그 결과 그들은 빠른 속도로 지식이 쌓이고 기술이 늘며, 어느날 갑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수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김동성 선수가 어느날 갑자기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처럼...
   운동선수에게는 금메달이 하나지만, 엔지니어에게는 금메달이 많다.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자는 한 사람뿐이지만, 기술의 세계에서는 고수의 자격을 갖추면 누구나 고수다. 그러나, 진정한 고수는 결코 스스로를 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무슨 일에나 항상 자신감에 넘칠 뿐이다... 그러하니 고수가 되기란 얼마나 쉬운가...!
   희망없는 떡잎은 이와 반대다. 그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우습게 생각한다. 선생님의 가르침보다는 선배나 동료들의 근거없는 말에 더 솔깃해 한다. 책을 소홀히 취급하며, 심지어 그 과목을 다 배우고 나면 교과서를 아무렇게나 버리거나 또는 팔아치우기 까지 한다. 뒤늦게 다시 필요하면 또 책을 사지만 대부분은 장식용이다. 늘 책에는 자신이 원하는 내용이 없다고 불평하며, 모르면 곧바로 누구에게 물어보려 한다. 자신이 아는 것에 확신이 없으니 남의 말에 쉽게 휩쓸린다. 자신이 책을 찾고 자료를 뒤지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며, 누구에게 물어서 해결하는 것이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남에게 질문하여 도움을 받고도 도움을 받았다기 보다는 "리플"을 달았다고 생각하며, 남에게서 귀중한 자료를 받고도 도움을 받았다기 보다는 자료를 "공유"했다고 생각한다. 내 것은 경쟁에서 뒤쳐질까 두려워 내놓지 않으면서도 남의 것은 쉽게 공유하자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이 조금 알게 되면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여 고수라고 위장한다. 황당하게도 그는 고수는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 고수인 자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수(下手)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늘 마음속으로는 자신감이 없어 불안하며 스스로 켕기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말을 흐리며, 과거의 화려한 이력을 내세우는데 열을 올린다...
   될 나무는 벌써 떡잎부터 다르며 그가 고수가 되는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될 나무는 고수가 되어 가는 과정도 즐겁고 향기가 난다. 그로 인하여 그 주변은 항상 밝고 생기에 차 있다. 거기에는 노력과 정리와 분석, 토론 등의 단어가 어울린다. 남의 말을 듣기를 좋아하되 내용을 가려 받아들인다. 그렇게 자란 나무는 훌륭한 재목이 되며, 자신이 애써 외치지 않아도 남들이 그를 고수로 인정해 준다.
   되지 못할 나무도 떡잎부터 다르다. 그 주변은 늘 어둡고 음습하다. 자신이 잘 모르는 내용이면 노하우라고 덮으려 하고, 남들의 귀중한 자료는 쉽게 공유하자고 덤빈다. 과정은 감추고 싶고 결과에 집착한다. 진지한 노력보다는 외부로 부터의 도입을 우선하고, 생각하기 보다는 먼저 행동하며, 분석이나 토론보다는 결론이나 성과에 더 집착한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지만 엉뚱한 말에 쉽게 넘어간다. 그렇게 자란 나무는 결코 시간이 지난다고 재목이 되지 않으며 고작해야 불쏘시개로 던져지면 다행이다. 그는 남들이 고수로 인정하지 않는데도 애써 자신을 고수로 보이려 한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세계에서도 단지 시간이 초보를 고수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 될성싶은 떡잎에게만 시간은 고수가 되는 것을 약속한다.

방황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공업전문대학의 교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기초 및 응용 기술을 가르쳐온 것이 올해로 어느덧 20년째에 접어들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곧 Z80으로 인식되던 시대에 출발하여 2GHz 이상의 주파수로 동작하는 오늘날의 펜티엄 시대에 이르렀으니 참 세월이 많이 흘렀나보다.
   그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공학적인 기술개발 또는 산업체의 제품개발 등의 일을 하면서 언제나 나의 일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세계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을 자주 갖곤 하였다. 그것은 아주 정확하고 참으로 원칙적으로만 동작하는 세계요, 그래서 남들이 보면 딱딱하고 멋없는 인생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주 편안하고 아주 좋아하는 인생이었다.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는 생활속에서도 인간은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어느 분은 이런 나를 독일군 장교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지만, 나는 스스로를 휴머니즘 센티멘탈리스트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각설하고... 그러한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몇 년전부터 비록 초라하지만 개인 홈페이지도 운영하게 되었으며, 그 이름도 마이크로프로세서 "월드"라고 하였다.
   나 또한 젊은이로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가르치다보니 이제 나는 깊숙한 중년에 이르렀지만 내게서 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은 여전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사이에 어느덧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은 20년 동안에 너무나도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몸으로 마음으로 부딪혀온 나로서도 당혹스러울 때가 많은데 하물며 일반 기성세대들이 느끼는 세대차는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렇다보니 나이든 사람이 흔히 그러하듯이 나도 젊은이들에게 할 말이 많다. 방황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없는 곳에는 질책도 없다. 강의실이나 실습실에게서 내게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은 때로 가혹한 질책을 받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충분한 유연성을 부여하되 원칙은 철저하게 지킨다. 예의없거나 도발적인 학생들과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의지를 꺾고 적당히 타협하는 일은 없다. 다행히 처음에는 어렵고 두려워하던 학생들도 좀더 많은 시간을 내게서 배우면서 나를 이해하고 내뜻에 동의하는 것같아 때때로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내게서 직접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때로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요구와 질책을 할 수 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생면부지의 불특정한 상대에게 이렇게 하는데는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인생철학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기술만 이야기한다. 말 한마디 글 한줄만을 떼어서 생각하면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언제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봉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벌떼 습성이 있다는 것과 누구든 언제라도 복면강도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봉변을 당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아무 소득없는 무모한 일을 할 필요가 없으며, 쓸데없이 전국적으로 "쪽팔릴" 일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하고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참는 마음은 늘 찝찝하다. 표현력이 부족하여 참으려니 찝찝하고, 용기가 없어 참으려니 더 찝찝하다. 기술을 넘어 인생을 말하고 싶은데 주제넘은 것같아 말하지 못하니 또다시 찝찝하다.
   그런데 이런 내가 참으로 부럽고 부끄럽고 존경스러운 분을 사이버 공간에서 보게 되었다. 그 정돈된 논리가 부럽고 훌륭한 표현력과 거침없는 용기가 부럽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 부끄럽고 그는 "딴따라"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데 기술자들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 부끄러우며, 교단에 있는 나보다 젊은이들을 더 잘 알고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 존경스럽다.
   그는 음악을 하는 김형태라는 사람인데도 개인 홈페이지에 인생상담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넓은 분야의 인생상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나이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며 그의 음악도 모른다. 그냥 황신혜 밴드라는 음악 조직의 멤버이며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것만을 안다. 다만 이제 그의 거침없는 상담 내용을 빌려서 오늘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하고싶은 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나는 사이버 공간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말할 용기는 없음이다.



   1. 20대가 취업을 못하는 이유

   다음은 이 분의 상담실 게시판에 올려진 상담내용 중의 하나이다. 질문글에는 방황하는 20대 젊은이의 적나라한 생각이 담겨있고, 답변글에는 그에 대한 적나라한 분석과 용기있는 질책이 구구절절이 배어있다. 사이버 공간의 여기저기에 인용되어 유명해진 글이다. 나도 이 글을 보고 그의 홈페이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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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김형태님께 카운셀링 의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입춘이 지났건만 아직도 키보드를 치고 있는 제 손꾸락은 차갑기만 합니다. 김형태님께서는 몸 건강하시겠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요즘 사회적 이슈인 "이태백"의 일원인 본인의 넋두리를 들어주십사, 더불어 형태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이렇게 얼어붙은 손꾸락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지방대 디자인학과 졸업예정이고 다른 이태백 일원들과 마찬가지로 여러군데 이력서를 넣고 있는 와중입니다. 연락오는 곳은 별로 없고 무언가 불안하면서도 편안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고 있지만 솔직히 제가 무엇을 하고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원래의 전공인 제품디자인을 하고 싶다가도 디스플레이를 하고 싶기도 하고 영화공부를 하고 싶기도 합니다. 제품디자인을 하자 라고 하면 평생 영화공부는커녕 영화찍는 것도 구경하지 못할 듯하고 영화공부를 하자고 하면 학교다닐 때 했던 과제들의 즐거움이 떠오릅니다. 일단은 먹고 살아야하니 직장을 다녀야 할듯해서 계속 이력서는 넣고 있지만 만약 회사에 다닌다면 영화공부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영화에 미쳤다든가 비범하다든가 하는 인간극장에 나올법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것을 병행하기란 힘이 들 것 같습니다.
  아 정말 모르겠습니다. 올해 후반에 있을 영화교육기관(?) 시험을 보고싶은데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 매달려야할까 아니면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히 해야할까. 그렇다고 영화라는 것이 내 평생 직업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힘들고 배고픈 그 직업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나. 또한 4년동안 했던 디자인은. 대체.
   기대를 걸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놔두시겠지만 그래도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호강을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마는 그 "안정된" 직장생활의 끝에는 나의 꿈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백수가 되어 이것저것 가릴 때는 아니지만 신중하고 싶습니다. 섣불리 조금 앞만 바라보고 결정했다가는 나중에 후회 할 일들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기를 일단은 취직을 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영화쪽이나 디자인 쪽으로 유학을 가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but 회사를 몇년 다니면 유학을 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영화교육기관에는 들어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부메랑처럼 또 따라옵니다.
   횡설수설 앞뒤 안맞는 소릴 해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이 행복한 고민일까요. 어쩌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하는 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많이 사신 형태님께서는 지금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형태님의 나이가 되어서는 그때 나 정말 잘했어 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앗 이것은 자기소개서 끝에 오는 말;)

   <답변>
  당신은, 요즘 20대 청년실업자의 전형입니다. 20대가 왜 그렇게 취직하기가 어려운 줄 아십니까? 사람들은 불경기라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20대들이 정확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 확실하게 할 줄 아는 것이 없고, 겁은 많아서 실패는 무진장 두려워하고, 무엇이든 보상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시작도 하지 않으며 눈은 높아서 자기가 하는 일도, 주변의 현실들도 모두 못마땅하고, 시시껄렁하고, 옛날 사람들처럼 고생고생하면서 자수성가하는 것은 할 자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어떡하면 편하고 안정된 직장을 얻어 돈을 벌수 있을까만 궁리합니다. 20대가 그런 식이니까 사회가 무기력해지고 경제가 침체되어 불경기가 오는 것이죠.
   그럼 세상은 어떤지 이야기 해드리죠. 취업문이 좁다고들 난리지만, 사실 모든 회사에서는 새로운 인재가 없어서 난리입니다. 세상은 자꾸 변해가고 경제구조도 바뀌어가니까 새로운 젊은 인재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젊은 피를 수혈해줘야 하는데 이력서를 디미는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개성도 없고 창의력도 없고 일에 대한 열정도 없이 그저 돈만 바라보고 온 사람들입니다. 회사입장에서 볼 때 그런 사람들은 조금만 더 나은 봉급을 주는 직장이 나타나면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둘 사람들로 보이고, 또 그들이 기대하는 젊은 혈기와 창의력도 없이 누구나 학원 좀 다니면 딸 수 있는 뻔한 자격증만 잔뜩 가지고 오죠.
   그래서 요즘 회사들은 신입사원 최우선 기준이 "충성도"랍니다. 이말인즉슨, 너희는 그냥 시키는 일이나 로보트처럼 한다면 일자릴 주겠다는 뜻이죠. 개성과 창의력은 포기하고 잡부나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20대들은 자신들이 신세대이고 새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겠지만, 사실, 회사나 산업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능력은 그런 겉멋이나 추상적인 감각이 아닙니다. 그리고 직장은 돈을 벌자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당신처럼 하고싶은 일은 따로 있으면서 단지 돈만 바라보고 원하지도 않는 직장에 입사원서를 내는 것을 회사중역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500명 1000명이 와도 뽑을 사람이 없는 것이죠.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세상 어디에서도 원하지 않습니다. 20대가 취직을 못하는 이유는, 바로, 특별히 할 줄 아는 일도,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어른들은 그 사실을 면접때 눈빛만 봐도 다 알아봅니다. 그리고, 나약한 의지박약에 굴리는 잔대가리가 문제입니다.
   당신이 쓴 글을 보십시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저걸 하면 배고플 거 같고, 이걸하면 잘 된다는 보장은 없고 돈도 벌고싶으니 취직도 하고싶은데 직장은 재미없을 것 같고... 그 와중에 대학원엘 갈까 유학을 갈까... 편안한 학생신분만 연장하려고 하고, 대체 뭘 하고싶다는 것입니까.
   당신의 진로문제를 짧게 정리해보면, "하고싶은 건 많지만 고생해가면서 까지 꼭 해야할 건 아니고, 그냥 먹고살게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도 않거니와 또 시시할 거 같아요" 입니다.
   그런 사람을 받아주는 회사는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만든 영화가 감동스러울 수 없고, 그런 사람이 기획한 디자인이 아름다울 리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20대들이 그렇게 많은 자격증과 명문대 졸업장과 수백장의 입사원서를 들고 뛰어 다녀도 취직이 안되는 이유이고, 나라의 심장부가 그 모양이니 이 나라의 경제가 침체되고, 장기 불황이 시작되는 이유인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당신들은 잘못된 교육탓으로 돌립니다. 물론 맞는 이야기입니다. 동정표 한장! 하지만, 교육이 엉망이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당신들의 부모나 선배들은 더 발전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을 보고 배워야합니다. 훨씬 열악한 환경 안에서 훨씬 일찍 철이 들고, 나라를 발전시켰으며 그 와중에 나름대로의 문화생활도 영위했습니다. 남탓, 시대탓, 환경 탓하는 것만큼 구제불능의 바보는 없습니다.
   참고로, 아시아 모든 국가 중에서 우리 나라가 청소년의 어른에 대한 공경심 조사에서 꼴찌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어른을, 선배를, 과거를 존경하지 않는 젊은이는 원대한 꿈을 가질 수 없습니다. 꿈과 희망이란 "나도 저 누군가처럼 될테다." 하는 동경에서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당신들의 큰 바위 얼굴은 누구입니까? 그런 게 있습니까? 오직, 자기자신과 돈에 대한 동경만 있지 않은가요?
   섣불리 결정했다가 나중에 후회할까 두렵다고요? 왜 해보지도 않은 일을 후회할 걱정부터 합니까? 보지도 않은 영화를 재미없을까봐 포기하고, 가보지도 않은 여행지에 볼 게 없을까봐 안 가기로 하고, 저 요리가 맛이 없을까봐 안 먹고... 사는 건 대체 뭘까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정말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지, 디자인은 또 얼마나 훌륭하게 할지, 회사를 다니면 얼마나 뛰어난 업무능력이 발휘될지, 당신이 어떻게 해보지도 않고 침대 위에서 그 짧은 인생경험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
   양다리에 삼발이에 문어발로 온갖 일에 맘을 다 걸쳐놓고 실제로 하는 일은, 해본 일은 하나도 없으니 불안할 수 밖에요. "하고싶은 일이 많다는 행복한 고민"이요? 웃기는 자위입니다. "내가 뭘 할줄 알고 뭘 하면 행복해 하는 인간인지 이 나이 먹도록 하나도 모르겠어요."로 들리는 헛똑똑이의 넋두리로밖에 안들립니다.
   좀더 신랄하게 당신의 심리를 파헤쳐 보자면, 영화를 하고 싶다는 것은 현실도피성 희망입니다. 솔직히 디자인도 최고로 잘할 자신이 없는 것이죠. 자신의 전공쪽으로도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 "사실 나는 디자인보다 영화에 관심이 훨씬 많다. 그래서 늦게라도 영화공부를 다시 한다." 라는 상황에 대한 알리바이를 미리 준비해두려는 것이죠.
   취직이 계속 안되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입사원서 던지다가 어디 좋은데 운 좋게 취직되면 당신은 이러겠죠. "먹고 살아야하고, 부모님께도 효도하려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디자인과 영화를 포기했어." 그냥 나약한 생활인일 뿐인데 어느새 순교자로 승화되는거죠. 그 좋은 머리를 그런 자기합리화에 쓰기에 바쁘니 뭘 하나 똑부러지게 실천하겠습니까.
   내 말이, 억울합니까? 그럼 실천해 보십시오. 우선, 근무조건이 좀 열악한 직장을 선택해서 취직을 하세요. 그럼 금방 취직됩니다. 봉급도 좀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자기 한입 먹고 살만큼은 줄 겁니다. 그리고 20년 계획으로 영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세요. 용돈을 쪼개서 모으고 모아서 캠코더를 사고... 컴퓨터를 사서 편집장비를 마련하고 (웬만한 PC로 다 가능합니다.) 책을 사서 읽고, 주말에 영화 관련 포럼에 찾아다니고, 틈틈히 시나리오를 쓰고, 휴가때는 비디오 영화를 만들어 보고, 이 모든 것은 직장 다니면서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20년 계획으로 꾸준히 하면, 습작이 꽤 될거고, 시나리오도 몇편 나올 겁니다. 디자인 공부한 건 영화에 고스란히 활용될 거니까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요. 그렇게 해서 40대가 되면, 당신은 어느새 다니던 직장에서 직위도 올라가 있어서 월급도 꽤 되고 어느새 안정된 직장이 되어있으며,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에 경쟁자가 없으리 만큼 탄탄한 준비를 가진 40대 신예 영화감독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럼 바로 성공이냐? 아니죠. 입봉하고 나서 한 10년 현장에서 시행착오도 겪고, 기대도 받았다가 실패도 했다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진정한 실력을 쌓습니다. 앗 어느새 50대가 되었네요. 여러분들은 이 정도되면 인생 쫑났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나이먹고 알고보면, 세상은 어른들의 세계입니다. 그렇게 30년 줄기차게 정진해서 60 가까이에 걸작을 하나 남길 수 있다면, 당신은 최고로 멋진 인생을 산 것입니다. 인생은 결과보다 과정에 더 많은 가치가 있으며, 결과까지도 좋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는 것이거든요. "인생은 60부터" 란 말에는 삶의 커다란 진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말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후줄근한 직장에 다니면서 20∼30년이나 투자할 만큼 영화를 그 정도로 갈구한 것도 아니거든요.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저렇게 할 수 없는 피치못할 적당한 구실을 찾느라 머리를 쓸 뿐이죠. 벌써 몇가지 변명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죠. 결국 자기 인생에 변명을 만드느라 젊은 날을 허비하고 있다면 참 암울할 뿐입니다.

   당신들, 정말, 왜들, 그렇게도, 경험으로 진리를 찾기를 두려워한답니까?

   * 한 개인의 카운셀링에 대해 어느새 "당신들"이라는 복수형이 되고, 이렇게 정성들여 장황하게 답변을 올린 것은, 정말이지, 청년실업의 주인공들이 20대들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인 까닭입니다.

                    김형태 드림 http://www.theg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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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태백에게 드리는 글

   이번에는 이 분의 상담실 게시판에 올려진 그의 컬럼이다. 아마도 이것은 그가 많은 상담에 응하면서 20대의 젊은이들에게서 느낀 내용을 종합한 것 같다. 이것도 역시 사이버 공간의 여기저기에 인용되어 유명해진 글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듯이 사람의 글을 읽을 때는 숲과 나무를 함께 보아야만 그의 생각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나무만을 보면 성급하기 쉽고, 숲만을 보면 미지근해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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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백에게 드리는 새 글

   오늘 막막한 현실에 던져진 20대 여러분. 그리고 또 그와 다를 바 없는 20대가 될 10대 여러분.
   내가 한 20대 청년 실업자의 고충에 대해서 모질게 담금질을 한 것에 대해서 나에게 항변하고, 반박하고, 심지어 인신공격까지 하는 여러분.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은 피해자입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막막한 현실을 물려받았고, 가장 엉망진창이 된 공교육과 지독한 사교육의 입시 프로그램에 의해서 입시 이후에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사회부적응자가 되고 말았으며, 어릴 때부터 무조건 오냐오냐 하는 부모의 맹목적 사랑으로, 전대미문의 싸가지 없는 세대가 되어 다른 세대들과 소통도 제대로 안되고 있으며, 오로지 돈과 외모가 힘을 발휘하는 가장 천박한 문화 풍토 위에 놓여져 까마득한 빈부 격차에 삶의 의욕을 잃을 정도이지요.
   그게 어디 여러분들의 잘못입니까? 여러분들은 피해자입니다. 가장 불쌍한 세대입니다. 누구도 아무런 대안도 안 내놓고 있습니다. 20대를 실업자로 보내면, 30대가 되면, 40대가 되면 취직을 하기가 점점 더 불가능해질게 뻔한 스토리인데도, 이 사회는 근본적인 대책은 하나도 안 내놓고 있습니다.
   취업박람회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예산 투자요? 그거 다 전시용 생쑈입니다. 그게 정부 예산-돈으로 해결될 문제 같아 보입니까? 박람회 열어서 일자리 찾을 수 있었다면 지금 초고속으로 깔린 인터넷은 취업정보 하나 못 올렸단 말입니까? 정치적인 쑈입니다. 주변의 친구들 중에서 취업박람회나 정부 보조로 일자릴 찾은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한번 통계 내보세요. 당신들을 근본적으로 구제하고자하는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당신들은 이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의 피해자들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후배에게, "그래 넌 피해자다. 그러니 백수로 살더라도 당당해라. 네 잘못이 아니다. 이 사회와 부모가 너를 책임져 줄 때까지 버텨라. 나약한 의지와 행동보다 생각만 앞서는 것도 교육의 폐해니까 가책받을거 없다." 이렇게 위로해 주면 좋습니까? 좋겠지요. 마음의 위안이 되고 좋겠지요.
   그러나, 뭐가 달라집니까? 내가 참 인자하고, 이해심 많은 인생 선배라는 호감을 받는 것 말고, 당신들이 더 나아질 것이 뭐 있습니까. 그렇게 위로 받으면서 인생을 영원히 백수로 살면 좋겠습니까?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았다면 뭐하러 따끔한 소리로 악역을 자처하겠습니까. 당신들이 인생을 바꾸든, 자신을 변화시키든, 어떻게 먹고살든 나야 듣기 좋은 소리나 해주고 이미지 관리나 하면 될 것을...
   이것이 바로 오늘의 당신들을 대하는 시대의 현실입니다. 아무도 그대들에게, 진심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위로하고, 취업박람회다, 예산 확충이다 전시 행정을 늘어놓으며 당신들을 위해서 대책을 세우는 척 난리를 부리지만, 정작 당신들이 취업해야 할 공장과 사무실은 중국과 동남아로 옮기고 있단 말입니다.
   20대 여러분, 사실상, 그대들은 이 시대의 왕따들입니다. 겉으로는 무슨 세대, 무슨 세대 하면서 주인공인양 떠받들고 모든 매스컴과 문화 흐름에 주역인 것처럼 꾸며 놓고 있지만, 사실은 그것은 그대들에게 컴퓨터와 핸드폰을 팔아먹고 카드를 마구 긁게 만들려는 수작들 일 뿐입니다. 그대들은 거기에 세뇌되어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좋은 세상에 살고 있고, 늙수구래한 아저씨 아줌마들보다 자신들이 훨씬 즐거운 재미있는 세상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말짱 착각입니다.
   텔레비젼을 보세요. 예쁘고 섹시해야 득세를 할 여자 탤런트들도 자세히 보면 오히려 30대 이상이 가장 비싼 몸값을 받고 가장 좋은 배역을 하고 있습니다. 20대 풋내기들은 그냥 예쁜 얼굴로 들러리 역할이나 할 뿐이죠. 음악계를 볼까요? 춤추고 노래하는 20대 가수들은 다 꼭둑각시들입니다. 겉으로는 가장 화려한 그들이지만, 실제로 뒤에서 사업을 주도하고, 일을 벌리고, 판도를 이끌어 가는 실세들은 모두 30대 이상입니다. 돈도 그들이 대부분 차지하죠. 20대의 이미지는 예쁘고 섹시하면 되는 겁니다. 실제로 사업을 하는데 중요한 아이디어는 20대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중요한 일은 우리가 할테니 너희는 재주나 부려라 이런거죠. 회사에서는 어떻습니까. 과연 20대 사원이 얼마나 중요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나요?
   이 시대는 당신들의 능력을 믿지 않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국가 경쟁이 치열해서 더더욱 중요한 순간이기에 더더욱 당신들에게 일을 맡길 정신적 여유가 없습니다. 당신들은 입시시험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는 풋내기들이거든요. 오로지 입시전사로만 키워져서 그 최대 목표인 대학을 들어가고 나면 더 이상 무슨 할 일이 있고 무슨 목표가 있겠습니까. 그런 이유로 이 사회는 슬그머니 20대를 제쳐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대들의 선배와 앞 세대들은 속으로는 그대들을 얼마나 못마땅해하는지 모릅니다. 싸가지 없는 것들. 교양 없고 겉멋에 게으르고 재능도, 상식도 모자란 것들. 같이 일한다는 것은 차라리 내가 회사를 때려치우는게 낫겠다 싶은 것들, 제멋대로 하고 다니는 세상 모르는 망나니들.... 이것이 기성세대가 속으로 생각하는 그대들에 대한 인상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말하지 않죠. 표면적으로 "이 시대는 너희들의 것이야. 하하하. 요즘 젊은이들은 참 대단해. 톡톡 튀고. 쿨하지. 생각도 자유롭고, 자기주장도 또렷하고... 우린 도통 못당한다니깐. 허허허."라고 말하죠. 그리고 돌아서 자기들 세계로 가버립니다. 그대들은 젊다는 이유만으로도 우쭐해 있지만, 세상은 저기서 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주병 걸린 애는 자기가 왕따란걸 모르죠? 딱 그짝입니다.
   그대들이 주인공이라고 추켜놓은 이 시대의 한 껍질만 벗겨보면 그 아래의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 그대들보다는 훨씬 잘먹고 잘살고, 즐거운 인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문화는 20대가 주도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대들은 소비자일 뿐입니다. 그대들이 실업자인 것도 돈벌이가 되고 있습니다. 각종 자격증 학원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실업시장입니다. 그깟 자격증 아무리 따봐야 취업에 별 효력 없습니다만, 그 학원이라도 다녀야 백수로서 덜 불안하니까... 그 인구도 엄청나고, 그 매출액도 상당하고 거기에 따른 고용창출도 상당하겠지요. 그대들 실업자가 수십만명인 상황도 돈벌이가 됩니다. 어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먹고사는 법을, 테크닉을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잘 살고 있습니다. 30대의 문화, 40대의 문화, 50대의 문화, 그리고 요즘의 노인들의 문화도 나름대로 잘 잡혀있고 그 안에서 각 세대들은 인생을 즐겁게 누리고 있습니다. 적어도 여러분들보다는 훨씬 풍요롭게...
   적어도 온라인 게임과 핸드폰 문자 날리기보다는 훨씬 다채롭고 격조 높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건 뭐 믿거나 말거나고...
   누군가 저에게 반문했죠? "정말 이 시대보다 옛날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문화와 역사에 대해 조금만 지식이 있으면 당연한 소리입니다. 아무 분야나 하나 잡아서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물어보세요. 20년, 30년전, 40년전, 50년전에 비해서 지금이 더 좋은 시절이냐고. 음악, 패션, 건축, 디자인, 가구, 자동차, 경제구조, 세계평화, 문학, 미술, 레크레이션, 등등 알고 보면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지금 자동차가 옛날 자동차보다 당연히 더 좋은 것 같죠? 하하,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나이트 클럽에 가면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씨의 연주에 맞춰 춤추는 수준이었죠.
   오늘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오늘의 예술 사조는 무엇입니까. 여러분들이 이끌어 가는 문화는 무엇입니까. 그런게 있습니까?
   지금 더 좋아진건 컴퓨터와 전화기뿐입니다. 그러나 그 컴퓨터와 전화기 때문에 사는게 더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대규모 실업 사태의 주범이 컴퓨터니까요. 회사를 경영하는 소수의 상위층에게는 컴퓨터가 있으니 좋은 세상이지요. 일은 컴퓨터와 로보트가 대신 해준다 라는 미래의 유토피아론에는 "그걸 가진 사람에게만 좋다"라는 말이 생략되어있습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은 물론이고 실업고 졸업생도 거의 다 취직이 되는 시절이었죠. 지금보다 국민 소득은 낮았지만, 빈부격차가 적고 다들 일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던 시절입니다. 청년실업이란 말은 생기지도 않았죠. 전화기는 역시 상당히 편리하지만, 그대들이 지불하는 댓가를 따져보면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인데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한편으론 고민거리입니다. 뭐 다 나쁜건 아니지만, 그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옛날은 꾸질꾸질했고 지금이 신나고 멋진 세상이란 착각은 버리라는 겁니다. 이 좋은 시대에 그대들의 행복은 과연 무엇입니까?
   현실만족은 세상의 모든 정치인들의 수작입니다. 모든 매스컴을 동원해서 "지금이 그래도 옛날보다는 살기 좋다. 세상 좋아졌다"라는 암시를 끊임없이 해댄 결과입니다. 세상 좋아졌는데, 그대들은 왜 그리 비통한 청춘을 보내야 한답니까. 그 좋아진 세상은 대체 누가 다 차지하고 있는걸까요?
   결국은 잘못된 교육과, 당신들의 잘못도 아닌 IMF의 후유증과, 진정한 선생님, 현명한 부모님, 진심어린 선배아래서 자라지 못하고 소비문화의 마약만 투여 받으며 수경재배된 여러분들은 지금 아무도 일자리를 안준다는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불쌍합니다. 내가 괜히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그대들보다 훨씬 가난한 시절을 보냈지만 그대들보다 훨씬 재미있게 살았고, 훨씬 많은 일을 했고, 훨씬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고 아직도 여전히 훨씬 많은 인생계획과 꿈을 가지고 있어서 미안합니다. 마흔살이 다된 아저씨 주제에 할 일이 많고 사는게 재미있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그대들과 나누지 못하고 나만 바쁜게 미안해서, 그대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했습니다. 이 시대 탓이 아니고 당신들의 탓이고 당신들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그걸 깨뜨리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했답니다.
   남 탓하면 뭐합니까. 시대 탓을 하면 뭐하겠습니까. 소송이라도 걸어볼까요? 그래서 그대들이 이기고, 판결은 "이사회는 20대를 전적으로 책임져라"라고 당신들 손을 들어주면 당신들을 안받아주던 회사에서 갑자기 받아준답니까? 중국으로 갔던 일자리가 강제로 돌아옵니까? 갑자기 기성세대들이 당신들에게 진심을 이야기하고 더불어 살아가자고 손을 내밀거 같습니까?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서 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피해자지만 결국 당신들의 인생입니다. 당신들이 스스로 변화하고 자기를 일으켜 세우고, 사회 환경탓에 잘못된 인성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뜯어 고쳐서 훌륭한 젊은이로 거듭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러기를 열망하는 후배들이 이 땅 곳곳에 웅크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내가 인생의 선배로서, 조금 더 먼저 크고 작은 세상의 비밀을 깨달은 선배로서, 아직 20대에 대한 기억이 살아 있는 지금에, 내가 완전한 기성세대가 되어서 그대들을 완전히 포기해버리기 전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진심을 여러분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더 늦기 전에 진실을 깨닫는 것이 시급합니다. 사회는 사실 40∼50대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회사부터 정치와 무역, 외교 등등 중요한 나라살림은 잘하거나 못하거나 그 어른들이 하는 것이지요. 지금의 그 어른들은 많은 경험을 하시며 그 나이가 되고 어른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여러분들이 이대로 직업도 못 구하고, 사회경험도 제대로 못하고, 어영부영 백수건달로 40∼50대가 되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내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그때입니다.
   장기 불황의 시작이라는 말의 뜻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경제불황과 국가적 위기는 충분한 사회경험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세대가 어른이 되어 그대로 나라를 물려받아 경영해야 할 그때 - 20년 후에 도래합니다. 사실상 지금의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해결방안도 없습니다. 그냥 그대들의 세대에서 "인재 없고, 인구는 많다"는 물리적인 문제를 안고 그냥 이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정말 무서운 현실입니다. 20대에, 30대에 경험해야할 사회생활과 자기계발의 기회를 모두 박탈당하고 배운거라곤 입시공부밖에 없는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어른이 되었을 때, 누가 무역을 주선하고 누가 능란한 외교로 나라와 민족을 이끌고, 누가 지금의 최고 수준인 조선사업과 반도체, 자동차 사업을 이어 받아서 그 명성을 이어가겠습니까.
   더 쉽게 비유해서, 그대들이 백수로 있는 동안 밥먹여 주고 입혀주는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후에는 어떡하겠느냐 이겁니다. 정말 비참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불쌍한 세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나라와 민족의 미래가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진실로 구국결사의 의지로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말하고, 이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들 스스로가 변화하는 길밖에 없다고, 시대탓이지만, 그래도 내탓이라고 돌리자고, 그래야 바꿀 수 있지 않느냐고, 어쨌든 여러분들의 인생이니 남탓하지 말고 바꾸자고, 일어나서 움직이라고, 모질게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나의 그 충고를 반박해서 어쩌자는 것입니까. 그래서 뭐가 달라지고 나아진다는 것입니까. 그대들의 반박이 다 맞는 말이고, 내가 현실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칩시다. 반박을 하는 그대들의 완전한 판정승이라고 합시다. 그럼 좋아집니까? 일자리가 생기고, 앞날이 밝아집니까? 눈을 들어 거울을 보고 그대들이 써놓은 반박을 다시 생각해보세요. 거기에 무슨 대안이 있습니까.
   그래요. 반박하신 여러분들 말 다 맞습니다. 맞고요. 그럼 그대로 그렇게 사세요. 잘 모르고 얘기해서 죄송합니다. 속으론 "아유 다시는 이 새끼들에게 참견하지 말아야지." 하면 좋습니까? 뿌듯해요? 이겨서 좋습니까?
   시대의 왕따인 여러분들에게 내가 "야 너 진짜 재미없고 말하는거 재수없어서 왕따된거야. 앞으로 이렇게 이렇게 해봐"라고 큰맘먹고 충고해주는데, 왕따시킨 세상 욕만 하고 있으니, 그럼 계속 왕따로 살 수밖에 무슨 변화가 있을까요.
   현실의 모든 문제는 나의 일이라고 여기고 스스로 변화하길 갈망하고 실천해야합니다. 그대들이 남탓을 하고 원망하고 있는 동안 아무도 그대들을 구원해 줄 수 없습니다. 내 잘못만은 아니라고 해도 누가 내집에 불을 질렀다면 그 범인만 하소연하면서 불탄집에 살고 있겠습니까?
   억울한 일이지만 결국 재건을 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할 사람은 집주인입니다. 당신들의 청춘, 억울하게 망가져 있지만 결국 당신들의 인생입니다.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습니다. 청년실업은 당신들의 문제입니다. 그대들이 스스로 변화해서 대안적 인간이 되어야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불경기라서 취직이 안되는게 아니라, 여러분들을 믿지 못해서 일자릴 안주거나, 말도 안되는 싼임금만 제안하는 겁니다. 사회에서는 여러분의 능력을 동남아 노동자와 동급으로 보고있는 것입니다. 억울하겠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살수는 없지않습니까. 그렇지 않다고, 그보다는 뛰어난 젊은이라고, 발전 가능성과 창의력을 갖춘 신세대라고 입증하십시오. 그래야 합니다. 유능한 청년이 되는 것. 그것만이 청년 실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길입니다.
   제발이지 정신차려주십시오. 당신들은 오늘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미래의 주인공입니다. 오늘은 왕따이지만, 미래는 좋거나 싫거나 그대들이 어른이고, 그대들이 주인공이고 모든 일을 떠맡게 될 것입니다. 제발이지 정신차리고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하여 이 난국을 그대들의 힘으로 타개해나가길 갈망합니다. 그 개척의 길에, 인생 선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을 해주고자, 이 허접한 카운셀링 게시판을 운영하는 까닭입니다.
   나는 믿습니다. 내 글을 읽고 대오각성하여 자신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킨 극소수가 훗날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젊은이가 어딘가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나는 정말 바보같은 반박이나 비난이나, 심지어 욕설이 담긴 메일들을 다 감당하며 소수의 현명한 후배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이 행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나도 나름대로 산전수전공중전수중전 다 겪은 사람입니다. 헤헤.
    자 그럼. 또 갑시다. 화이팅!!!

                    김형태 드림 http://www.theg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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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바보같은 학생

   이런 바보같은 학생의 어리석고 하찮은 상담에도 정말 바보라고 정면으로 지적하며 애정있는 답변을 주고 있다. 나는 하찮은 일은 하찮게 대한다. 그런 애정은 내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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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학교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다...
   인간관계... 늦깍이 나이에 학교 들어와서 이런 말 바보 같은 소리 하기 싫지만 정말 다 그만두고 싶다...
   그냥 내안에 나혼자만의 울타리안에서 나에게 웃어주고 말 건내주고 하는 사람들과 그냥 마음 맞추어가며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학교 아이들.. 정말 어디서부터 잘못된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삐걱거렸고 내가 지나가면 뒤에서 소근거리고 욕하고 나에대해 이상하게 소문내고 이젠 정말 지쳤다... 혼자 밥먹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그 수업시간을 견뎌 내는게 내겐 너무 가혹하다. 가혹할정도로 힘들어...
   다시 잘 해볼려고 많이 애쓴거 너희들도 느꼈을텐데 그게 우스워보였니?

   <답변>
   남들때문에 자기 인생 망치는게 제일 바보짓입니다. 그 학교애들 지금은 당신에게 의미가 크게 작용하지만, 아무리 친했던 애들이라 해도 졸업하고 10년지나면 몇놈이나 연락하고 지낼지 모르는, 그냥 같은 학교니까 만나게 된, 그런 관계일 뿐입니다.
   길고 긴 인생에서 그 학교에 다니는 기간은 고작 몇 년인데, 무슨 포부가 작고 소심합니까. 걔네들 만나려고, 걔네들하고 놀려고 그 학교들어간게 아닌데, 왜 걔네들때문에 학교를 때려치웁니까. 바보.
   혼자 밥먹는게 뭐가 가혹하고, 혼자 공부하는게 뭐가 또 그렇게 가혹하며, 수업시간이 뭐 견뎌내는게 또 가혹하다는 겁니까. 그냥 신경끄고 공부하면 될 일을.
   당신 대범해지지 않으면, 어느학교에 가거나 어느 사회에 가도 그렇게 혼자있게될지 몰라요. 차라리 지금 그 학교에서는 인간관계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자 하고 자기 할일에 집중하고, 멋진 인간으로 업그레이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세요.
   중요한건, 남들때문에 내 인생 망치는거 그게 제일 바보짓이란 겁니다. 오늘부터 당신이 먼저 전교생을 왕따시키고 혼자 멋진 인간되세요. 그리고 졸업하면 땡입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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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자기 자신에게 지친 젊은이에게

   그런가 하면 이런 바보같은 젊은 직장인의 상담에도 송곳같이 그의 잘못을 지적한다. 용기와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나답지 않게 몸을 사린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강의실에서 하는 것과 같은 그런 용기는 내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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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지쳐갑니다...
   답은 항상 자신에게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모르겠습니다. 서른을 바라보는 소위 말하는 백조생활을 하는 처자입니다. 음... 스스로를 백조라 자처하자니 우울하네요.
   작년 9월까지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평범하게 전문대를 졸업하고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런대로 무난하게 직장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게 아마 퇴사하기 2∼3달 전쯤이었던 듯 싶네요. 아니 실은 훨씬 전이었죠. 하지만 회사를 뛰쳐나올 용기(?)가 없었답니다. 평생직장을 갖자는 생각, 그리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더 늦기전에 다른길에 도전해보고자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뭐 대단한 일을 하려고 그만두었나 싶으시겠죠. 전 평범합니다.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해야겠다 맘먹고 마음이 떠버리니까 정말 정말 일하기가 싫어지더라구요. 6여년의 직장생활이 지긋지긋하기도 했었고 정말이지 솔직한 심정은 일 자체를 하기 싫었답니다. 남들한테는 보기좋게 공부한다는 핑계를 대기도 하고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일을 하느라 너무나 지쳐있던 나 자신에게 이제 좀 쉴 시간을 줘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음... 솔직히 아침마다 출근하는 것도 고역이었고 매일매일 늦은 퇴근시간에도 많이 지쳐있었답니다. 고객상담 업무였는데 사람들에게도 지쳐있었고...
   첨 한두달... 참 맘편하게도 놀았습니다. 대책없이... 공부한다는 흉내를 내며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열심히 한 것 같네요...
   제 맘의 복잡한 생각들과 심난스런 잡념들을 모두 나열하기는 참 어렵지만... 결국 전 공부도 포기했습니다. 더 이상 직장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저 자신을 다급하게 만들었고 공부마저 포기했다는 사실이 자신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다시 취직하고자 하지만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하는 그저 막연한 두려움에서 헤어날 수가 없군요. 뭘 원하고 있는건지... 좀 힘들었지만 그냥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평범하게 그런대로 살아갈만하게 다시 그렇게 살고싶습니다. 꼬박꼬박 월급받아가며...
   나약한 인간이라 욕하셔도 좋습니다. 정말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군요. 제가 무엇을 원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저... 막막합니다.
   형태님은 살아오시면서 이런 막막함에 힘들어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과거에 대한 미련으로 힘들었을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한편으론 기왕 쉬는거 맘편하게 좀 쉬지...여행을 한다거나 책을 본다거나... 그랬음 덜할텐데...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그런 것들이 다 무엇입니까. 그저 예전의 직장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하루하루 더 커지네요...

   <답변>
   미안하게도... 조언을 해줄게 없습니다. 직장이 있을땐 일하기 싫어서 공무원 공부 핑계대고 직장 관두고, 일하기 싫어서 관뒀는데 공부인들 열심히 하겠습니까. 할리가 없죠. 공무원 시험 붙을리가 없죠.
   당신이 간절한 그 어떤 목표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냥 휴가나 좀 받고 말것이지, 왜 회사는 그만둬가지고... 그리고 더 최악인건 그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겁니다.
   제가 어릴 때 새를 키운적이 있었는데요, (이 이야기를 나중에 "곰아줌마 이야기"라는 책에 썼습니다) 어느날 새장문이 열려서 새가 날아가버렸습니다. 어린 나는, 저 멀리 숲으로 날아가 맘껏 자유롭게 살아갈 새를 상상했죠. 아깝지만, 그래도 잘됐다. 역시 새는 높이 날면서 살아야지... 했는데, 저녁이 되니까 새가 돌아와서는 그 새장에 다시 들어가려고 난리를 치더군요. 새장 입구를 못찾아서 새장에 달라붙어가지고...
   에휴... 한심한 놈. 그 새는 쫓아버렸습니다. 그깟 새장속의 안락함이 좋아서 저 창공을 포기하고 다시 들어오려다니... 전 정말 화가났습니다. 그게 초등학교 때 경험이네요.
   지금 님의 글을 보니 기회주의적이고 자기기만적인 태도에 화가나서,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도움이 될만한 답변은 안나올 것 같군요.
   자기 삶을 그렇게 헐값으로 만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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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끝없는 방황

   집에서 새는 그릇은 나가도 샌다. 학교에서 방황하던 젊은이는 회사에 가도 방황한다. 새는 곳을 때워야만 문제가 해결되는데 그릇을 옮겨놓으면 안새는 줄 안다. 이 사람은 방황하는 젊은이에게 추상같은 질책과 함께 해법을 제시한다.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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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제가 다니는 회사는....
   입사하고, 단 하루를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매일같이 철야작업에...집에는 언제적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지같이 망가져 있습니다. 아침에 회사 책상에 엎드려서 잠이들다가 깨어났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 회사 들어와서, 첨으로 두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진 날입니다. 지금까지 받은 스트레스도 같이 폭발한 것 같습니다. 정말 열심히 후회없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젝트가 자꾸만 안좋게 어긋나니 속상도 하고, 정작 정규직들은 거기에 따른 보상도 있고 그러는데... 책임감 없이 일한 사람들도 있더군요... 그것 땜에 일이 꼬인걸 보고...
   계약직들에게 책임을 묻는걸 보면 참... 어이가 없더군요...(회사에 몇명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분들도 정말 힘들게 일하고, 열심히 했는데... 이런 회사 체계와 구조는 정말 첨본다더군요... 계약직도 못한 인간들을 보니 제눈에도 한심하더이다... 회사가 어케 돌아가는지 정말 자기 생각만 급구하는 그런 약아빠진 인간들도 있더군요...
   회사에 충성을? 다해 열심히 했지만... 노예취급 당하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정규직으로 알고 들어와서는 수습기간을 두는것두 황당했는데... 프로젝트 기간에만 이렇게 사람을 부려먹고 쓸려는 수작으로만 이제는 보이더군요... 일을 떠나서 사람을 대하는 상사의 태도도...
   다른데서 제의들어온 회사에 가야 하는건지... 제가 선택한 회사에서 정말 혼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솔직히 제 마음이 흔들리고 있네요...

   <답변>
   제가 이미 "이태백에게 드리는 새 글"이란 제목의 장문에서 언급했듯이, 이 사회는 그대들을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청년실업난을 역이용해서 형편없는 근무조건으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도 항의해봤자 '그럼 싫으면 관둬라' 이런 식으로 나올겁니다.
   이 문제는 님의 회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부당함에 대해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인권을 되찾고, 사회적 역할을 정당하게 배정받기 위해서는, 다시말하거니와 그대들이 변화해야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새출발을 해야합니다.
   하루에 한끼 라면만 먹는 고생길을 감수하더라도, 자기계발 10개년 계획이라도 세워서 변화하고 발전해야합니다. 지금 안하면 평생 일용직, 임시계약직으로 전전해야합니다. 명심하세요.
   그대들이 아무리 항변해도, 이 사회에서는 그대들에게 현실에 맞는 적절한 임금을 주고, 학력에 맞는 일자리와 직위를 주지 않습니다. 그것 역시 일종의 경쟁이고, 그 안에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아직 남아있는데 어찌 순순히 그 자리를 내주겠습니까.
   사회와 직장이라는 실전 격투장에서 그대들은 실력부족, 근성부족, 자신감 부족, 경험부족으로 완패를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너에 몰려 난타를 당하는 광경이 눈물겨울 지경입니다. 때때로 코너에서 기권 타올도 날아들고... 또 많은 수의 젊은이들은 수련을 더 하겠다는 핑계로 실전 시합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89년에 대학에 졸업했는데, 그대 입사하면 초봉이 30몇만원에서 많으면 60만원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돈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허구한날 철야하는 친구들 그때도 허다했구요, 취직한 친구들 신발벗으면 발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그래도 원래 그러려니 하고들 참고 다니더군요. 지금과 다른 점은, 씀씀이가 다르지요. 핸드폰 통화요금만도 얼마가 나갑니까. 옛날하고 비교하자는게 아니라, 진정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과 실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는 의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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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세대들은 요즈음의 젊은이들이 옛날에 비하여 너무나도 변했다고 생각하며, 젊은이들은 지금은 세상이 변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과 세상의 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으며 막아서도 안된다. 변화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변화에 대하여 준비하지 않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준비하는 자만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준비하지 않고 불평만 늘어놓으며 게으른 젊은이에게 미래는 없으며 그런 세상에는 희망도 없다.

   이 사람의 상담실에는 좋은 내용들이 더 많다. 인터넷 주소가 http://www.thegim.com 이니 관심있으면 직접 가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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