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늦은 저녁 무렵에 한강에 나갔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강 자전거도로에 자전거를
타고 운동 겸 바람을 쐬러 나갔습니다.
마침 평일이어서 인라이너를 포함한 사람들은
별로 없고 해서 저는 나름대로 속도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평균시속 30킬로미터 정도는 되는 상쾌한 라이딩인 셈이었죠.
그런데 낡은 저지를 입고 연세가 제법 된 분이
쌩, 하고 치고 나오더니 제 앞으로 나오더군요. 저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제 페이스 대로 페달링을 했죠. 한강 바람은
시원했고 공기도 쾌적해서 가슴이 다 열리는 듯했습니다.
언덕이란 게 어느 곳에나 있듯이, 한강의 언덕이 별 게
아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언덕이란 놈이 나오자, 앞서
가던 낡은 저지께서 힘이 부족한 지, 뒤로 처지기에 제가
자연스럽게 앞서 나갔죠.
그리고 평지를 만나고 제가 인라이너들을 조심하면서
페달링을 하고 있으려니 다시 아까의 낡은 저지께서 쌩,하고
앞서더군요.
저는 다시 그러려니 하고 제 페이스대로 페달링을
하면서도 문득 생각을 했습니다. 저를 앞섰으면 좀더
빨리 가든가 할 것이지, 왜 바로 내 코앞에서 계속 달리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솔직히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만 역시 저는 늘
하던 대로 제 페이스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그놈의 언덕이
다시 나오고 그 분은 뒤로 처지고 저는 자연스럽게 그 분을
추월했죠.
허.....! 그런데 평지가 나오고, 제가 다른 자전거맨들과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사이에, 다시 그 분이 저를
추월해서 전과 같이 바로 코앞에서 달리더군요.
그것도 한 5미터 전방에서 일정하게 속도를 유지하면서
말입니다.
아마도 낡은 저지께서는 철없는 아이들처럼 저에게
경쟁의식이라도 느낀 모양이기는 합니다만 기분이
별로이더군요. 앞섰으면 빨리 가든가 해야지, 왜
코앞에서 엉덩이를 씰룩이며 얼쩡거리느냐, 이런 것이죠.
저도 웬만하면 이해하고 제 페이스대로 묵묵히 달리는
스타일인데도 불구하고, 낡은 저지께서 저를 약 올리려고
이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더군요.
물론 낡은 저지는 처음 뵌 분이니 제 생각은 터무니없는
것이겠죠.
안되겠다 싶더군요. 다시 언덕이 나오고 낡은 저지께서는
역시 뒤로 처지더군요. 저는 이때다 싶어서 페달링에
힘을 가해서 스피드를 높였죠. 자전거도로도 혼잡하지 않아서
스피드를 내기에는 좋았고, 결국 낡은 저지는 떨어뜨려
놓았습니다만, 세상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별스런 분들도
다 있구나 싶더군요. 그것도 연세가 제법 된 분이 말입니다.
사실 저도 나이가 제법 된 축에 속합니다만...
추월을 했으면,그것도 두서너 번이나 했으면 앞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달려가 주는 것도 예의(?)가 아닐까요?
그것이 바로 추월의 이유일 테니까요. 어느 날, 한강에서
벌어진 에피소드 같은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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