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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만.

이상발2004.09.14 13:16조회 수 31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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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과 밤에 잔차를 탈 때였습니다. 혼자 같으면 도로에서 흐름을 타면서 차량과 함께 달리지만, 집사람과 함께 타다 보니까, 조심스럽게 횡단보도를 이용해서 4거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초록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는데, 길 건너에서는 학원 학생들이 우루루 건너오고, 저는 이 쪽에서 이미 횡단보도 절반 이상을 지나갔고, 바로 앞에서 목격되는 일은, 영업용 택시 하나가 횡단보도 이편에서 횡단보도 저편으로 횡하고 지나갑니다.

신호위반인 셈이지요. 그것도 학생들이 바로 자기 앞을 지나자 마자 말이죠. 그리고 이 편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아직 횡단보도 위에서 계속 걷고 있는데 말입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 나왔습니다. 아니, 제가 욕을 했습니다. 그것도 큰 소리로 말입니다. " 야이 ㅅ ㅐ ㄱㄱ ㅣ ㅇ ㅑ." 라고 말입니다. 주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도 듣고, 당연히 창문 내리고 내 앞을 지나가던 그 택시 운전기사도 들었습니다.

순간 그 당황스러움이란,  ,  ,

택시 급정거 하더니, 길 가에 갑자기 차를 세우고 운전기사 내립니다. 제 머리 속은 혼란스럽습니다.
"어, 내가 왜 그랬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지? "

찗은 순간 드는 생각이, 만약 나 혼자 잔차 타고 있는 상황이었으면, 그냥 역방향이든 주변 골목 사이로든 잔차 페달을 실컷 밟아 그 상황을 피하고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뒤에는 집사람이 따라오고 있었거든요. 집사람을 버리고는 갈 수 없잖아요.

저  앞에서 택시 운전기사 걸어 옵니다. 저도 횡단보도는 다 건너고, 올 테면 와 바라 하는 식으로 딱 서서, 택시와 운전기사를 째려 봅니다. 마치 너 택시 회사 이름과 차량 번호를 지금 암기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택시 운전기사 어따 대고 욕이냐고 따집니다. 내릴 때는 불같은 성질이 보이더니만, 내려 놓고 보니까 저보다 연배는 조금 아래인 듯 합니다. 이럴때는 빠져 가는 머리카락, 넓어져만 가는 이마가 한 몫을 했나 봅니다.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로 한판승 가능합니다.

전에도 이런 갈등 상황을 만나면, 항상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오금이 저리고, 눈 앞에 캄캄해 지는 경험을 많이 해서 낭패 본 일이 많은지라, 최근에는 정신만 바싹 차리면 된다 하며, 침착해 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오늘 그 침착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여보시오, 내 욕 한것은 미안하오, 나도 모르게 너무 화가 나서 그렇게 튀어 나왔소. 하지만, 횡단보도에 학생들도 지나가고, 맞은 편 사람들도 건너 오고 그러는데, 쐥 하고 지나가면 되겠소?"

여기서 잠깐. 내가 처음 한 것은 미안하다는 사과를 먼저 했습니다.그것도 정색을 하고 눈동자를 똑바로 뜨고 그 사람을 잘 응시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는 내가 할 소리를 다 했습니다. 자칫 나보다 키가 큰 그 사람이 주먹이라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었을텐데, 주변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도 보고 있고, 또, 그 운전기사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그 사람 상한 감정부터 추스려 준 게 주효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 이후에는 입 바른 소리의 연속이었습니다.
- 우회전 할 때는 횡단보도 그냥 건너가도 된다. ( 그 택시는 우회전 흐름이었거든요)
   =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그것은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을 때 해당되는 내용이다.

- 안전한지 내가 다 판단하고 지나갔다. 그냥 지나가는 운전기사가 어디 있냐
   =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그럴 거면 횡단보도니 신호등이니가 왜 있냐, 다 알아서들 운전 잘 하면 되지. 명백한 신호위반이다.

- 엇다 대고 욕이냐, 잘 가는 데 ㅅ ㅐ ㄲ ㅣ 라니. (자신의 잘못이 자꾸 드러나니까, 이제는 저의 잘못을 거들먹 거립니다.)
   = 내 욕 한 것은 미안하다 하질 않느냐, 나도 모르게 잘못하는 택시를 보니, 불끈 욕이 튀어 나왔다. 그러게 운전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 좀 잘하면 되지 않겠느냐. 신호도 잘 지키고. . .

(주변에 사람들 하나 둘씩 모여들고, 어차피 횡단보도 신호 기다리느라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있음)

-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차로 돌아간다.) 뭘 봐! 빨리 가.
   = (마치 네 번호판과 네 얼굴을 기억하겠다는 듯이, 아무 말 없이 빤히 계속 노려본다.)

- 문제의 택시 시동 걸고 다시 차량의 홍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혼잣말로) 기분 나쁘다고 난폭운전하지 말고, 다음부터 기분 나쁘다고 자전거 깔보지 말아라.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큰 길을 피하고자 뒷 길로 왔는데, 길 양편이 모두 주차장인지라, 앞 뒤로 차가 오게 되면, 또 집사람 자전거에서 낙차. 길이 좁으니, 집사람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이 눈치, 부담 엄청 팍팍팍 주고. 큰 길에서 쌩쌩 달리는 차량을 피해서 뒷길로 왔더니, 이제는 뒷길도 잘 못 다니겠습니다.  

아마도 집사람을 안전하게 그리고 재미나게 모셔야 한다는 부담감에, 그리고 집사람과 같이 약자가 좀 더 편하게 잔차를 즐기고 탈 수 있는 환경이 못되는 이 도시에 대해 화가 났었나 봅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집사람은 잔차를 타고 싶어 하는데, 도대체 주변에서 탈 만한 곳이 없고, 아마도 잔차 실력이 늘면 잘 타겠지 뭐. 그 때까지는 내 맘이  놓이지를 않습니다.  낮에라도 운동삼아 혼자 타고 다녀 봐라 하는 소리가 입에서 나오지를 않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애들은 외갓집에 보내 놓고 차에다가 잔차 두 대 싣고, 유명산 임도라도 한번 가 볼랍니다. 이거 이렇게 가다가, 잔차는 일상 속의 교통수단, 즐거운 탈 거리가 아닌, 저 멀리 야외에나 가서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변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허, 참 !
괜한 노파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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