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MBC의 <사과나무> 프로그램에 김훈 선생이 출연했었죠. 당연히 자전거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선생의 작업실 벽에 타이어나 튜브 따위가 걸린 모습은 MTB샵의 한구석을 보는 듯했습니다.
선생의 애마라는 자전거 두 대가 소개됐지요. 하나는 오래 전에 200만원 정도 주고 구입했다는 황금색 프레임의 모델인데 화면상으로 이름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얼핏 TREK 7000인 듯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400만원짜리라고 했는데, 아는 양반한테 "400만원에 아주 싸게" 샀다는군요.(거저 얻은 듯한 말투와 표정이었습니다...^^.. 제가 샵 주인이었다면 프레임에 제 이름 석자나 조그맣게 적어 놓고 사인 한 장 받은 후에 그냥 드렸을 텐데요...)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은회색 프레임에 가격을 보았을 때 아마 티타늄 프레임을 채택한 제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성주 아나운서가 잠시 충격 받은 표정으로 왜 그리 비싸냐고 물으니, 선생은 예순이 넘도록 치열하게 일한 자신의, 자전거에 대한 애정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누릴 권리가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사실, 당대의 "문호"임에도 평생 승용차 한번 안 굴리고 살아오신 분이 자전거에 쏟은 열정을 감안하면 그 정도 돈을 쓰는 것에 누가 시비를 하겠습니까. 하지만 선생이 <김훈의 자전거 여행 에세이>라는 책도 써냈으니 고가의 자전거라도 소비성 취미용품이 아니라 엄연히 "비즈니스 툴"인 셈입니다. 선생이 꼽은 "나의 사과나무"는 공교롭게도 "밥"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밥벌이로 귀결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는 거죠. (이를 위해 일부러 집에서 아나운서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설정이 마련됐는지도 모르겠네요..) 이번에 나왔다는 <자전거 여행 에세이 2>는 그 재확인이 되겠군요..^^
사과나무 프로그램에서는 김성주 아나운서가 자신도 자전거 타기에는 자신이 있다며 큰 소리를 쳤습니다만, 결국 김훈 선생과 함께 남한산성 업힐을 하면서 실력이 드러나 톡톡이 망신을 당했습니다. 일찌감치 포기한 채자전거를 끌고 걸어 올라오면서도 곧 혀를 빼물고 쓰러질 듯한 표정이 가관이었습니다.
발바닥이 헐어버릴 정도로 라이딩을 하신다는 김훈 선생을 혹시 라이딩 중에 맞닥뜨리는 행운이 제게도 한 번 올라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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