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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외솔2004.11.09 12:03조회 수 53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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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갈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 자전거를 저어 갈때 25,000분의 1 지도위에 머리카락

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흘러나간다.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자전거를 저어갈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

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때,

길이 몸안으로 흘러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전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과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김훈의 에세이 " 자전거 여행 " 중


이미 읽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자전거를 너무 시적으로  공감이 가게  표현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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