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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면 변강쇠된다 ( 강준만 교수의 언론들의 자전거에 대한 시각을 지적하는 글입니다.)

okary2005.01.17 03:22조회 수 87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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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면 변강쇠된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 교수
‘자전거 천국’을 위하여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자전거의 고장’이라는 명성이 다시 확인됐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행정자치부가 전국 30여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 사업 추진 실적을 평가한 결과, 광역 단위에서는 전북이, 기초단위에서는 전주시가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도와 시는 대통령 표창과 함께 내년에 다른 지역보다 5억~10억원 정도를 더 지원 받는 예산상 인센티브도 받게 된다. 이번 행자부 평가에서는 현재 활발하게 추진 중인 자전거 전용도로와 ‘차없는 거리’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주 토요일마다 범시민운동으로 펼치는 자전거타기 행사를 비롯해 무료 공용자전거 440대 비치 운영, 공무원들의 자전거 출퇴근 캠페인, 시범학교 지정운영 등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북도 관계자는 “내년에는 전주, 익산, 정읍, 김제 등 4곳을 자전거 시범도시로 선정해 전용도로 122km를 조성하는 등 130억원의 예산을 반영하여 대대적인 자전거 타기 붐을 일으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다. 전라북도와 전주시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아직도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에 대해 시민사회 일각에 적잖은 저항이 버티고 있는 만큼 방심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약 중독만 무서운 게 아니다. 자동차 중독증도 무섭다. 자동차 중독증의 조직적인 저항에 대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특히 언론을 경계해야 한다.
언론은 대체적으로 자전거에 대해 적대적이다. 물론 감히 무작정 자전거가 나쁘다고는 말하진 않는다. 신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게 바로 '보행자들의 불편'이다. 내가 올해 들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신문 기사 몇 개를 소개하며 반론을 펴보겠다.

차량 진입 금지봉은 ‘필요악’이다
『한겨레』2000년 1월 7일자 13면에 실린 <광주시내 자전거도로 : 차량 진입 금지봉 설치 보행자에게 불편만 준다>란 제목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광주시내 간선도로에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행정기관이 멋대로 차량진입 금지봉을 설치해 노약자와 장애인을 비롯한 보행자들에게 오히려 불편을 주고 있다. 6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롯데백화점-광주시청, 무등산장 입구-광주역, 전남대병원-장동교차로, 요봉천 복개도로, 운천저수지 부근 자전거도로를 만들면서 차량 주차를 막는다며 수억원을 들여 높이 40~50cm, 지름 10~30cm 규모로 차량 진입 금지봉 1,216개를 설치했다. 금지봉은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는 스텐레스나 플라스틱 구조물로 개당 재료비가 6만~30만원이고 설치비가 별도로 들어간다. 이런 금지봉들이 간선도로 주변에 설치되자 주민들은 가뜩이나 비좁은 인도 한가운데에 1~3개의 지주를 촘촘하게 박아 보행자는 물론 자전거에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노약자, 장애자들도 걸려 넘어지거나 지팡이를 부러뜨릴 우려가 높아 인도를 다니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며 전시효과만 노린 탁상행정을 비판했다. 한국맹인 복지 연합회 광주지부는 “설치 위치를 전혀 가늠할 길이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라면서 “행정기관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민 김재근(66, 남구 방림동)씨는 “거리가 어두워지는 밤시간에는 어떻게 하라고 이런 인도를 가로막는 거추장스런 장애물을 설치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런 무용지물을 설치하는데 쓸 돈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광주시 박재수 도로시설담당은 “행정자치부의 지시공문에 따라 자전거 도로마다 금지봉을 설치했다”면서 “보도블럭 파손과 투수콘 침하를 막고 자전거 통행에 쉽도록 하는 시설물이다”라고 해명했다.
이 기사는 행정기관의 차량진입 금지봉 설치를 “멋대로”라 표현하고 ‘전시효과만 노린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는데, 과연 그렇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건지 의문이다. 물론 행인, 특히 장애인들에게 큰 불편과 위험을 준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금지봉이 없을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점에 대해서도 말했어야 공정한 기사가 아닐까? 그 금지봉이 설치되기 이전에는 인도가 거의 모두 주차장으로 활용되다시피 했다. 그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단 말인가? 그리고 이 기사를 쓴 기자가 정말 장애인들을 생각한다면 금지봉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장애인의 권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그들을 박대하고 탄압하는 문제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널려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주시길 바란다.
나는 금지봉이란 자동차에 중독된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문화를 바꾸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요악’으로 생각한다. 중소도시에서 자전거 이용이 늘고 그만큼 자동차 없는 거리가 늘어난다면 그것이 장애인들에게도 훨씬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 도시민들의 그 지독한 자동차 중독증이 조금만 더 치유된다면 금지봉은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기사를 쓴 기자도 웬만하시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취재를 해보시라. 금지봉의 존재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기자부터 자전거를 타봐라
『국민일보』2000년 4월 29일자 20면에 실린 <광주지역 자전거 도로에 차량 진입 금지봉 무분별 설치 : 보행자 큰 불편 ‘애물단지’ 전락>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위 기사와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광주시내 주요 인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의 차량 진입 금지봉(볼라드)이 무분별하게 설치되어 보행자들에게는 큰 불편을 주고 있다. 28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94년부터 지난해까지 58개노선 122.22m의 인도에 116억5,900만원을 들여 투수아스콘 또는 투수아스팔트를 깔아 자전거도로를 개설했다. 시는 이어 불법주차와 보도블럭 파손을 막는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광주시청~롯데백화점, 광주역~무등산장 입구, 전남대병원~장동교차로 등에 높이 40~50cm, 지름 10~30cm 규모로 차량 진입 금지봉 1,200여개를 설치했다. 시는 올해에도 임동5거리~전남대 정문, 송정역~송정동 파출소 등 5개 노선 10.7km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필요한 곳에 스텐레스나 플라스틱 재질의 차량 진입 금지봉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금지봉은 비좁은 인도 중앙에 많게는 5~6개씩 촘촘하게 설치되어, 시각장애인과 노약자는 물론 자전거 통행에도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 더욱이 야간에는 일반인들이 발에 걸려 넘어지거나 부딪치는 사례가 많은데다가 자전거 통행에도 지장을 주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교통시설 구조물 중 하나인 차량 진입 금지봉은 개장 단가가 6만~30만원으로 설치공사비는 별도로 예산이 지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진입 금지봉은 자전거 도로에 대한 차량 출입과 자전거 통행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철거는 어렵다”며 “시민 불편을 고려해 앞으로는 설치 장소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광주시가 금지봉을 무분별하게 촘촘히 설치했다고 시비를 걸고 있는데, 아무려면 괜히 이유없이 시민들을 골탕 먹이려고 그랬을까.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필요한 만큼 설치한 걸 놓고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하나. ‘애물단지’니 ‘무용지물’이니 하는 단언을 하지 마시고 기자가 단 일주일이라도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좀 다녀보시라. 그 금지봉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은 거의 대부분 주차장화되어 있어 자전거 통행은 물론 걸어다니기에도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야간의 문제는 가로등 설치로 해결해야 할 것이고 시각장애인과 노약자 문제는 언론이 앞장서서 조심하라고 열심히 홍보해주시는 동시에 돌 대신 플라스틱 구조물 사용을 요구하시면 될 것 아닌가.

건설적 비판과 격려를!
『광주일보』 2000년 5월 13일자 13면에 실린 <“인도 독차지 보행 불편” 순천시 자전거 도로 개설 재검토 여론>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순천시가 3년전부터 개설중인 일부 자전거 도로가 여건에 맞지 않아 재검토 돼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시는 도심교통난 해소와 시민건강 증진 및 근검 절약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난 98년부터 총 313억7천200만원을 들여, 오는 2010년까지 시내 일원에 239km의 자전거 도로 개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조성된 일부 자전거 도로의 경우 너비 3m로 폭 3.5~4.5m에 지나지 않는 인도의 대부분을 차지, 오히려 시민 보행 불편과 함께 위험이 뒤따르는 등 자전거 타기에 부적합해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올해 개설할 남제동  남산로 일부 구간도 인도가 3.5m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무리한 자전거도로 개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 관계자는 “비좁은 인도에 대해서는 종전 일반 보도 블록을 드러내고 투수콘 포장으로 교체, 자전거 도로와 인도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해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앞의 기사들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지만, 자전거 도로 개설을 둘러싼 갈등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기사가 잘 지시했듯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에 자전거 도로를 개설하는 건 엄청난 무리임에 틀림없다. 기존 인도가 너무 좁은데다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도로에 적대감마저 드러내보이고 있고 언론은 그런 민심(?)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러시면 안된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기존의 잘못된 문화를 바꾸기 위한 초기 진통이라고 생각하셔야 한다. 지금과 같은 파괴적인 자동차 문화를 바꾸기 위한 초기 진통이라고 생각하셔야 한다. 지금과 같은 파괴적인 자동차 문화를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자꾸 늘면 모든 여건은 좋아지게 되어 있다. 지금은 최소한의 여건을 조성해주기 위해, 즉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행정당국이 다소 ‘무리’를 범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무리’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격려를 해줘야지 무엇하러 그런 짓 하느냐고 호통을 치다니 이게 어디 될 말인가.
일간지들이 그런 근시안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에 주간지들엔 심심찮게 자전거 타기의 좋은 점을 역설하는 기사들이 실리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다. 『주간동아』2000년 2월 3일자에 실린 <자전거 타면 변강쇠된다>는 기사도 좋고 『시사저널』2000년 5월 11일자에 실린 <은륜이 구른다. 건강이 달린다 : 자전거, 성인병?교통난?환경오염 예방에 도움...국내 보유율, 선진국 3분의 1수준>이라는 기사도 좋다. 정력에 좋다면 무엇에든 환장하는게 한국 남성의 근성인지라, 아무래도 <자전거 타면 변강쇠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힘주어 강조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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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수 님이  다른 사이트에 소개하여 주신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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