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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palms2005.02.09 03:02조회 수 75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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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득해지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한번 바뀐다는 10년 전 설날 아침의 일이니 말입니다.

당시 설이고 명절은 둘째치고 집사람과 아이들 얼굴이나 생일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힘들고 어렵게 일어서던
시간이 있었지요.

새벽녁 일을 끝내고 잠시 머리도 식히고 아이들 선물이라도 하나 사주려 일찍 남대문 시장엘 나갔습니다.
역시나 설날이라 장사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고..
이리 저리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아다니다 선물은 못 사고 그저 답답하고 못난 마음 때문에 정처 없이 걷기 시작해 도
착한 곳이 서울역 대합실 이였지요.
몸이나 녹이고 비싸더라도 백화점이나 가볼까 하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잠시 긴 의자에 몸을 기대 천장을 쳐다보니 참 높은 곳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이어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 분주
한 눈 놀림을 하고 있자니 한 귀퉁이에 할아버지 한 분과 어린 여자아이 둘이 서로 손을 꼭 붙잡고 서있더군요.

참 아름다운 풍경이라 생각하고 있을 즈음 문득 뭔가 스치더군요..

막말로 미완성 그림이라고나 할까요...

아이들 등엔 예전에나 볼 수 있었던 봇짐과 같은 형태의 보자기로 싸만든 짐이 붙어있고 어린 아이의 발은 그 추운
날 맨발에 신발만 신은 모습이더군요.

큰 아이 옷도 바지는 겨울바지가 아닌 레이스가 바짓 단에 붙은 여름용 칠부였습니다.

할아버지 역시 점퍼는 겨울용이 아닌 가을용 신사점퍼를 입으시고 수염은 덥수룩이 깍지 못한 상태셨습니다.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걸인이라면 아이는 엥벌이 시키는 것은 아닐까..
순간 그냥 보고있을 순 없기에 일단 다가가 여쭙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천천히 다가가니 아이들이 저를 보곤 할아버지 양손에 꼭 메달리고 얼굴을 파묻는 것이 아닙니까.
좀 더 다가서니 "할아버지 나 할아버지랑 살래" 큰아이가 울며 말하더군요.

이유는 이랬습니다.
그 해로 부터 1년 전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무작정 상경 후 노점을 하다 아이의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
고 아버진 비관하여 술로 지세우다 행방불명이 되었답니다.

그 후 동네에서 아이들을 맡아줄 사람이 없고 아이들 친척을 수소문 할 길이 없어 보육원에 보냈고 그 후 독거노인
이신 할아버지께서 어렵게 아이들을 찾았으나 환경이 어려워 보육원에서 보내주질 않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
쳐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진 그 후 아이들을 데리고 밤엔 지하철이나 공원에서 아이들을 꼭 껴안고 밤을 지세우시고 낮엔 무료 급식
소나 종교기관을 통해 음식을 마련해 아이들에게 갖다주셨답니다.

문제는 아이들을 보면 보육시설로 보낼까 걱정되어 할아버지 한 분의 식사만을 타와 아이들에게 주시곤 당신은 몇
일째 굶고 계셨지요..

친구들에게 전화하여 겨울용 의류를 전달받고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목욕탕으로 할아버지와 어린 아이들을 데리
고 갔습니다.
면도와 따뜻한 물로 목욕 후 설이라 많은 시간을 헤맨 후 한식당을 찾아 식사를 시키니 아이들은 정말 몇 일 굶은
아이들처럼 개 눈 감추듯 그 어린 아이들이 불고기 4인분을 헤치우고 할아버진 한 수저도 뜨지 못하시곤 이내 눈물
을 딱고 계시더군요..

그 후 어르신과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모와 드린 돈으로 고향으로 내려가셨습니다만 무허가 판자집으로 조그마
한 집을 짓고 사시는 분이시기에 그나마 연락처도 역란할 길도 없이 어느덧 10년이라는 무상의 시간들이 흘러갑니다.

이렇게 설날이면 그때 할아버지와 귀엽고 눈망울이 맑고 착하게 생긴 두 아이가 생각납니다.
지금 할아버지의 건강은 좋으신지 아이들은 행복하게 학교도 다니고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가고 있을지도 가
슴이 아리게 생각나는군요.

세상엔 이렇듯 우리가 미쳐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고통과 슬픔을 지니고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모두를 보듬고 함께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아주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
고 서로의 따뜻한 기운을 전달하여 살아가는 것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힘이 덜 들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겁니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삶은 참 아름답고 행복해 진다는 것..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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