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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에 올라온 자전거 관련 내용에 대한 편지글....

pyroheart2005.02.25 18:17조회 수 73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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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의님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짧은 글을 보냅니다.

한겨레21호 3월 1일자에 ‘관능을 깨우는 나의 자전거’라는 제목으로 님께서 쓰신 칼럼에 관련됩니다.

님께서 쓰신 글중에 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바로 이곳입니다.
“왜 자전거 좀 탄다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스판덱스 운동복 차림이냐는 거다. 솔직히 꼴보기 싫다.”

평소에 많은 사람들이 활자화된 전체 글중의 일부분만을 발췌하여 나름대로 해석하고, 조립한 후, 자신의 불만을 더하여 반발하는 행태에 대해 저 역시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저 역시 이러한 행태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님의 표현에 반발이 아닌, 단지 제 의사를 ‘표현’하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기술적이고도 무감성적인 의견입니다.

자전거는 평지에서 최고 50km 이상의 속력을 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보행중인 타인과 자전거를 탄 라이더(rider) 본인의 안전을 우선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뉴욕의 ‘자전거 보이’들은 리넨 정장 차림으로 자전거를 탔다고 하셨으나, 이 경우 하의의 발목 부분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자전거 부품에 말려 들어가거나, 상의의 나풀거리는 복장이 핸들바(handle bar)나 케이블(cable)과 접촉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전용 복장이나 자전거의 메커니즘을 반영한 복장이 아닌 일반적인 복장은 바람과 공기의 저항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도 무척 열악하게 됩니다.

단지, 안장에 올라타는 순간 여유나 감상없이 자동차와 경쟁하듯 더 빨리 달리려는 무모함 측면에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저희 자전거 애호가들 역시, 님의 표현하신대로 ‘자유롭고 관능적’으로 자전거를 즐기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거나 유발하여 그 자유와 관능을 중도에 그만두게 되는 것을 경계할 뿐입니다.

감히 표현하건데, 그동안 님이 주기적으로 게재하신 칼럼을 읽으면서 저는 자유와 굴레로 부터의 탈출, 고정되고 틀에 박힌 것들에 대한 조소와 비판 등의 느낌을 받아왔습니다.

어느정도 완고하고, 규칙에 안주하는 성향인 저에게 님의 글이 주는 이러한 느낌은 생경하면서도 부러움을 자아내는 기분 좋은 호감을 품게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예전에 언젠가의 글에서는 ‘고리타분한 존재로서의 은행원’을 묘사하신적도 있었지만 과거 은행원이었던 저에게 불쾌감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멋진 은행원이 되기 위해 ‘공감하게 만든 지적’이라는 느낌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자전거는 자유 이전에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을 이해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아무 생각없이 입고 왔을 때, 패션 전문가들은 그 생각없음에 혹평할 수 있겠지만, 행여나 정장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자유와 관능을 누리다가 다치는 분들이 한명이라도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하는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다음번 잡지에서도 님의 글을 기쁜 마음으로 읽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무쪼록 새장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님의 그 정신으로 과도한 틀에 갇혀있는 범자들에게 자유가 주는 해방감을 계속 일깨워주시기 바랍니다.

자전거를 즐기는 우리는, 최소한 저는, 안장위에서 느끼는 바람과 햇살과 때로는 자연의 심술을 묵묵히 받아내면서 저희 나름대로의 자유와 관능을 누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저와 타인의 안전을 해치지 않을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말입니다.

부언하건데, ‘님’이란 표현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오랜만에 짧은 글을 쓰려니, 남자들의 버릇대로 적절한 직함을 고르는데 잠시 고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디렉터님이라는 표현은 너무 생경하여 ‘님’으로 축약한 것이니 오해없으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수많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즐기는 인터넷 사이트 한곳에 게재되어 많은 자전거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진 몇점을 함께 남겨둡니다.

이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우리 애호가들의 느낌은 각자 다르겠지만, 님이 말씀하신 ‘자유와 관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만 줄입니다.

다음에 자전거를 타실때는 적절한 복장을 갖추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전문 자전거가 아닌 생활자전거라 할지라도, 산악이나 전용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지 않고 동네 골목을 천천히 달리더라도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정장을 입고 싶으시다면, 저나 주변의 자전거 애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주십시오.
입고 계신 정장 바지의 발목 부분을 조일 수 있는 간편한 악세사리라도 추천해 드릴 것입니다.

평소에 올리시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2월 25일
                                                    자전거 애호가로부터

P.S. : 님께 보내는 이 편지를 제가 자주 들리는 자전거 동호회에도 올릴 생각입니다. 저 역시 짧은 생각이었다면 동호인분들로부터 지적받고 싶은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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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패션지 <바자> 피처 디렉터.
컬럼명 : 김겸의스타일앤더시티
제   목 : 관능을 깨우는 나의 자전거 (부제 : 자동차를 스치며 느끼는 우월감.도심에서 가장 자유로운 부류가 된다)
잡   지 : 한겨레 21 제548호 (2005.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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