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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버지의 죽음

palms2005.03.10 07:07조회 수 67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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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아침부터 이런 글 보여드려서 말입니다.
그러나 분명 우리가 모르는 이와 같은 슬픈 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이와 같은 우리 주변
을 돌아봐야할 시간은 아무리 길어봐야 100년도 안되기에 우리 건강할때 한번씩 생각해보시
고 함께 도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임을 해량하여 주십시요.

이 글은 실화입니다.

산골마을입니다.
이 곳에 아버지와 사랑하는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두 딸이 살고있습니다.
그럭저럭 비교대상이 없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 삶에 그리 실망감이나 누추한 마음없이 가족
들 모두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덧 없다는 말이 이 가족들에게도 찾아온 듯 합니다.
그 행복했던 시간도 추억도 큰 딸이 성장하여 도시로 중학교를 입학하게 되면서 행복했던 시
간과 세월은 멈추지 않고 더욱 빠르고 세차게 지나고 다가오며 고통의 시간이 될 줄은 몰랐
던가 봅니다.

딸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던날 아버지는 그 동안 모아온 그리 크지 않은 쌈지돈을 꺼내여 아이
에게 쥐어주셨습니다.

"아버지가 부자가 아니라서 입학선물은 사주질 못하지만 이 돈으로 아이들과 사이좋게 라면
도 사먹고 사고 싶은 학용품도 사거라"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지못했습니다.

그날 입학식을 끝내고 가족 모두 우리내 시골마을 정겨운 모습이자 최고의 외식인 자장면을
사먹으러 중국집을 들렀습니다.

그러나 자장면은 단 두그릇 뿐입니다.

큰 아이와 막내아이의 자장면 두 그릇..

그렇습니다.
아버진 간경화로 오랜기간 품앗이 조차 하지 못하셨고 어머니 혼자 텃밭을 갈구고 남의 농사
를 도우시며 어렵게 사셨던 것이지요.

참 세상 불공평 합니다...
왜 가난한 사람은 아프고 일도 없을까요..신이 있다면 이 대목에서 따지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부모님은 그렇게 아이들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셨습니다.
큰 아이는 그래도 중학생이라고 아버지, 어머니께 자장면을 조금씩 덜어드리고 함께 먹어야
맛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참 좋은분들 세상에 많이 계십니다.
그 곳 중국집 사장님이 바로 제가 아시는 분이자 20년 봉사를 해오시는 분이셨으니까요.

사장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곤 탕수육과 쟁반 짬뽕을 내주셨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따님 둘이 제 딸년과 비슷하게 생겨 자신도 입학 축하를 해주고 싶으니 마다치 마시고 많이드세요, 입학 축하한다. 담에 배고프면 꼭 찾아오렴"

정겹고 고마운 분이시지요? 생긴건 정말 산도적 이상가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생긴 것과 마
음은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설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이가 2학년이 되던해 겨울입니다.
아버지는 딸아이의 컴퓨터를 사주시고 싶어 2년여간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도회지에 작은 쪽
방을 잡고 막노동이며 할 수 있는 일은 무었이든 다 하셨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건강한 노동자 분들도 넘치고 기술자도 넘치고 더우기 개발
경기가 침체된 현실에서 건강이 나쁘고 160도 안되시는 키에 40킬로그램이 간신이 넘는 외소하며 기술이라곤 농사밖에 모르는 사람을 인부로 쓰려는 곳은 정말 한 군데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아버지의 도외지 생활은 빈곤의 연속이며 심지어 일일 1만 5천원짜리 방세도 못내
는 상황까지 오게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후 방세라도 구하시려 빈병을 주어 편의점이나 수퍼에 팔고 폐지를 모아 방값
을 내시는 힘겨운 생활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을 아시는 분들은 복지시스템이 과연 현실적인가를 분명히 하고 넘어가셔
야 합니다.

또한 국민연금의 혜택이 과연 실효성이나 이들과 같이 열악한 환경을 조금이라도 돕는다 하
시는 분들은 그 내용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각설하고..
그렇게 어려운 생활의 연속에도 아버지는 틈틈이 돈을 100원이든 1000원이든 아끼고 모으
셨습니다.

간경화에 피로는 죽음이고 식사의 조절은 필수이나 이는 아버지에겐 사치일 뿐이였습니다.
그러기에 피곤도 참으시고 식사도 하루 한끼로 행복해 하셨던가 봅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이가 졸업을 앞두었습니다.

아버진 힘겨운 병마와 싸우시며 2년만에 귀향하셨습니다.
물론 어깨엔 커다란 박스가 있었습니다.
아니 실은 우리가 차로 배달했습니다.
컴퓨터 입니다.

최신형에 저도 달지 못하고 있던  CD-R이 달린 컴퓨터입니다.
모니터도 LCD 15"로 말입니다..하하..

물론 아버지께선 그 돈을 모으지 못하셨습니다.
우리 몇명의 봉사원들이 사정을 알고 돈을 모아 장만했습니다.
무지 기뻤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양복을 해드렸습니다.
그것도 맞춤으로 말입니다.
실은 기성복을 사드리려 했는데 너무나 외소하시고 병세가 악화되어 맞는 양복이 없었습니
다.

아버지께선 양복을 찾으시던 날 하염없이 우셨습니다.
물론 양복이 없으셨던건 아니셨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좋은 양복은 처음이였고 당신에게도 그러한 좋은 양복을 입을 날이 올 줄 모
르셨던가 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가족 모두는 근사하지만 결코 아버지의 너무나 외소하고 핏기없는 주름살 잡
힌 모습에서 근사함은 찾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동안 많이도 성장한 철든 큰 아이와 엄마는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미안하다고만
했습니다.

가족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무지 잘난척 하며 찍어드리고 아이의 컴퓨터 화면을 가족사진으로 멋지게 꾸며드렸습니다.
물론 저희들 사진도 저장시켰습니다. 볼건 없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 너무나 슬퍼서일지도 모릅니다.
사진찍는 내내 가족 모두의 입가엔 미소가, 가족 모두의 눈가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삼일이 지난 오후 캔미팅하며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전화가 오더군요,

그 가족분을 돕던 선배님의 전화입니다.

아버지께서 새벽에 운명하셨답니다.

그러나 행복해 하셨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답니다.
새벽에 일어나 두 딸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한참을 바라보시다 두 딸아이 머리맡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다고 합니다.

선배님의 흐느끼는 소리와 웅성이며 떠들고 웃는 주변 회사 사람들의 소리가 어울리지 않습
니다.

그렇게 그렇게 한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로서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최
선의 삶을 살다가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 세상 모든 부모님께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습
니다.

더는 못쓰겠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아버지.

부디 극락왕생하십시요.

ps: 아이들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큰 아인 올해 고등학교 졸업반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회상을 간혹하며 슬퍼하는 모습보며 참 마음이 미어집니다.
     그래도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니 그 모습에서 되리어 우리가 위로를
     받 습니다.
     막내는 중학교 2학년입니다. 너무나 순진하고 착합니다.
     아버지를 무척 그리워합니다.
     우리가 가면 참 좋아합니다.
     몇 주 전엔 낡은 교복이 보기않좋아 새 교복을 사줬습니다.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에 우리 모두 하루 무진장 행복했습니다.
     어머닌 그럭저럭 아이들 자라는 모습에 힘겨워도 잘 견디십니다.
     몇몇 도움주시는 분들이 후원회를 결성해 자주 찾아뵙고 말벗도 해드리고 어려운 일을
     함께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런거 보면 세상 참 아름답습니다.
     눈부시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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