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영어 참고서 첫 페이지 마다 나오는 말이다.
>군대생활때 보니까 이 말이 어느 정도 맞는거 같다.
>추운 겨울날 남들은 밖에서 눈치우는 작업하고 있을때 내무반 난로 옆에서 선데이 서울 펜팔란에
>있는 개인 프로필 꼼꼼히 따져가며 고참들 연애편지 대필 해주는게 내 임무였다.
>제설작업이 얼마나 힘든지 전방에서 군대생활 해본 사람은 다 안다.
>
>취사반 박병장은 영등포구 가리봉동에 산다는 아가씨가 면회온 뒤부터 얼마나 고마워 하는지...
>고기 나오는 날은 밑에 가라앉은거 듬뿍 퍼줄테니까 일부러 늦게 오라는 귀뜸을 아끼지 않는다.
>연애편지는 잘썼지만 애인 하나 없이 군대생활 하는 사이 어느덧 나는 문학청년(?)으로 성장해간다.
>
>산악자전거(MTB)를 타기 시작 했다.
>여기서도 내 천부적(?) 문학 기질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유니폼 뒤에다 '작지만 큰 사람' 이라고 스티커 써서 붙이고 다녔다.
>
>이렇게 수준있는 감성적 표현을 생각해 내는 사람이 대전에는 몇 안될거다.
>원래 오척 단구긴 하지만 상가집서 고스톱 칠때 3만원 정도 잃어서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걸
>봐서 나는 확실히 '작지만 큰 사람' 될 자격있다.
>
>어느날 부턴가 자전거만 타고 나가면 사람들 시선이 나한테 집중된다.
>날 쳐다보고 입가리고 웃는 여자들이 더 많았다.
>식용 달팽이 껍질같이 울퉁불퉁하게 발달된 내 허벅지 근육에 감동 먹지 않을 사람 있겠는가?
>
>아침에 세탁물 속에서 자전거 탈때 입는옷 꺼내 들고온 마눌 얼굴이 우르락 푸르락 한다.
>등에 써붙인 '작지만 큰 사람' 글씨중 'ㄱ'자가 떨어져 나갔다.
>
>새로운 계절이 시작됐다.
>양지끝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도로변 목련 꽃망울이 금새 터질긋 하다.
>왈바가족, 금년시즌 자전거 통하여 "작지만 크게 느낄 수 있는 우정" 나누며,
>벽이 있다면 벽을 허물고 허물어진 벽돌로 단절시대의 가교(架橋)를 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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