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차도로라이딩 경력만 4개월 되신 교수님이 계신다. 난 올해부터 업힐에 맛들려 도로라이딩은 거의 포기하고 업힐을 주로 했는데 어느날 교수님께
"거 엠티비란 게 말 그대로 산악자전거인데 늘상 잔차도로만 타십니까? 잔차가 좀 섭섭하겠습니다"
하고 보기만 하면 놀려드렸더니 엊그제 선뜻 산행에 따라 나서셨다.
초행이라 힘이 들 것 같아서 좀 경사가 완만한 지형을 택하여 라이딩을 했었는데 오늘은 좀 난이도가 먼저 보다는 좀 높은 곳으로 모셨다. 일행이 두 명이 더 있었는데 나도 그 산은 초행길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업힐하면서
"교수님 업힐이 아기자기하니 재미있으시지요?"
숨을 헐떡이는 교수님을 넌지시 떠보았다
"아녀...힘만 디립다 빠지고 지루혀..근디 이 빌어먹을 자전거에서 자꾸 소음이 나네..쩝"
나중에 확인한 결과 안장에서 끼릭끼릭 하는 작은 소음으로 밝혀졌지만 교수님의 투덜거림을 가만히 듣고 넘길 내가 아니다.
"거 교수님 정도면 슬슬 무르팍에 기름기도 빠지기 시작할 연세신데 그 소음이 혹시 교수님 무르팍에서 나는 소리 아녀요?" 하고 염장을 질렀다
"엥? 무르팍에서 나는 소음은 '뚜둑..뚜두둑' 하고 소리가 나던디 이소린 '끼릭끼릭'이잖여? 아닌 것 같은디?"
네 명의 일행 중 두 명은 먼저 정상을 향해서 사라지고 난 교수님을 뒤에서 에스코트를 하며 따라 올라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급경사를 만나신 교수님께서는 미처 클릿을 빼지 못하고 두 번을 뒤집어지셨다. 그래도 어찌 어찌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앞서 올라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이 맞는다.
"하이고~ 정상에서 교수님 일행을 지둘리느라 세월을 보내는 바람에 머리가 다 셌구만요"
기다리던 일행이 과장법을 써가면서 교수님께 염장을 지르자 난 교수님을 위한 변명으로 위장한 이단염장을 추가했다.
"교수님이 어디 힘이나 실력이 없어서 늦으셨나 뭐...산악지형의 경사도가 자전거에 미치는 역학관계와 주위의 신록이 우거진 정도에 따른 체력소모의 체감도에 관한 메모를 올라오는 도중에 꼼꼼히 하시더라구..당연히 늦으실 수 밖에.."
그러자 교수님은 "시꾸랏~!!!!" 이라는 단말마(ㅡㅡ;;;)의 강의를 역설하셨다..푸헤헤
그런데 문제는 다운힐이었다. 다운힐 요령을 누차 설명한 다음 앞에서 시범을 보여드릴 테니 가르쳐드린 대로 브레이크 조작과 웨이백을 잘 하면서 따라 내려오시라고 일러드리곤 앞서서 내려갔는데 아무래도 영 불안했다. 나자신도 그 산은 초행길이라 좀 험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질이 마사토인데다가 돌출된 바위와 나무부리와 돌들이 많아 자칫하면 균형을 잃기 십상이라 조심조심 다운힐을 하며 뒤에서 우당탕 소리가 날까봐 내심 걱정이 돼서 내내 뒷쪽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내려왔는데 헐~ 무사히 끝까지 따라서 내려오셨다. 초행치고는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와...처음 치고는 정말 잘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첨인데 잘 타십니까?"
정말로 감탄해서 물어 본 나의 물음에
"에잉..나도 몰라..무섭기도 했지만 앞에서 가니 그저 팔자소관에 맡기고 따라왔지 뭐..내가 약먹었나봐..제정신이 아녀.." 하신다.
역경을 딛고 산을 내려와 도로를 따라 귀환하는데 체력이 고갈된 교수님께서 또 한 번 일을 치루셨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정차를 하는 와중에 왼발로 착지하면서 그만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균형을 잃으신 교수님은 만백셩이 우러러보는 앞에서 '우당탕' 소리를 내시며 처절하게 넘어지시고 말았다. 나 보단 그래도 석달 정도 클릿을 먼저 사용하신 분이시라 구겨진 체면을 의식하며 빨리 일어나시려고 버둥대셨으나 잔차에 눌린 탓에 오른발의 클릿이 빠질 리가 없다.
"아이고 이런~~ 발이 안빠지네..에효효~ 다시 편히 누워서 빼고 일어나야것다"
처음 교수님이 버둥거리시며 쩔쩔매실 땐 발목을 접지르신 건 아닌가 해서 무척 놀랐는데 도로 도로에 드러누우시며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이마에 핏발이 선다.(반성..반성..)
나의 사부가 계시는 자전거교실로 돌아와 시원한 냉커피를 나누며 교수님은 정강이에 두군데나 찰과상을 입으셨기로 소독약과 연고를 발라드리자 원체 명랑하신 교수님은 활짝 웃으시며
"나 아까 교차로에서 창피해서 혼났구먼... 어디 도망갈 데가 있어야 말이지..쩝"
하신다.
"전 처음엔 교수님인 줄 모르고 누가 도로에 장수거북을 뒤집어놓은 줄 알았지 뭡니까?"
또 염장이다.
"시꾸랏~!!!"
짧은 교수님의 강의는 또 한 번 거듭되었고..푸헤헤
나의 사부님은 교수님께 다운힐 요령을 가르쳐드린다며 근처에 있는 둑방길로 모시고 갔다. 먼저의 다운힐의 두려운 경험 때문인지 교수님은 선뜻 배우시겠다며 따라 나섰는데 안전을 위하여 잡풀이 우거진 뚝방의 중간에 두 사람이 배치되었다. 대개의 하천에 나있는 둑방의 경사는 위에서 잔차를 타고 내려다 보면 그리 녹녹지가 않다. 나의 사부님은 눈이 쌓인 백두대간을 무거운 풀샥으로 25일 만에 종주하신 위대한 분이시라(나이는 나보다 어리시지만 존경하는 사부님이시다) 교수님은 믿음을 가지고 지도받기를 자청하신 터라 물러시지도 못하고 다운힐을 연습하시느라 무려 여나므 차례나 뒹굴며 고역을 치루셨는데 중간중간에
"아이고 교수님 힘드시면 담에 하시지요.." 하며 만류하자
"아녀..될 때까지 할겨...아자 아자~!!!"
아..조선인의 의지여..얼이여...정말 대단한 의지력이시다. 결국 성공을 하시더니 그 뒤로 몇 번을 더 시도하셔서 안정적으로 다운힐이 되자 비로소 그만두셨다. 온통 풀물이 들어 하얀 티-셔츠가 푸른색 나염을 찍은 셔츠처럼 되고 말았다. 지치셨으나 기분은 좋으신 모양이다.
"나 여나므번은 넘어졌지? 아깐 장수거북 같다더니 이번에도 그렇게 보이던감?"
유쾌한 표정의 교수님의 물음에
"이번엔 좀 낫게 보입디다..안전하게 넘어지지느라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시니 천산갑(개미를 먹고 사는 천산갑과의 동물로서 온몸을 덮은 비늘이 매우 강해 맹수를 만나면 몸을 동그랗게 웅크려 사자의 이빨로도 뚫지 못함)처럼 보이시던데요..하하하"
"잉? 그렇던감? 하하하하"
교수님 댁이 이웃이라 둘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늘 너무 고생을 시켜드린 것이 영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 교수님께서 번역하신 책에 친필싸인을 해서 주신 답례로 특별히 업힐과 다운힐을 배우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린 겁니다." 하고 너스레를 떨자
"시끄~!!! 책 도로 갖구왓~!!!!" <---요 마지막 강의는 좀 내용이 길다..음프프
그러나 말씀과는 달리 그냥 가려는 날 부득부득 댁으로 끌고 가더니 고급 자전거타이어 한 벌을 포장도 안뜯은 걸 주신다. 먼저 클릿신발도 공짜로 주셨는데 이번에도 한사코 타이어 값을 안받으신다.
"내가 타이어 장사여? 돈을 받게? 나중에 밥이나 한 끼 삿~!!!"
교수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편히 주무세요
이제 어지간한 경사의 다운힐은 잘 하실 겁니다.(에고 삭신이 많이 쑤실낀데..쩝)
"거 엠티비란 게 말 그대로 산악자전거인데 늘상 잔차도로만 타십니까? 잔차가 좀 섭섭하겠습니다"
하고 보기만 하면 놀려드렸더니 엊그제 선뜻 산행에 따라 나서셨다.
초행이라 힘이 들 것 같아서 좀 경사가 완만한 지형을 택하여 라이딩을 했었는데 오늘은 좀 난이도가 먼저 보다는 좀 높은 곳으로 모셨다. 일행이 두 명이 더 있었는데 나도 그 산은 초행길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업힐하면서
"교수님 업힐이 아기자기하니 재미있으시지요?"
숨을 헐떡이는 교수님을 넌지시 떠보았다
"아녀...힘만 디립다 빠지고 지루혀..근디 이 빌어먹을 자전거에서 자꾸 소음이 나네..쩝"
나중에 확인한 결과 안장에서 끼릭끼릭 하는 작은 소음으로 밝혀졌지만 교수님의 투덜거림을 가만히 듣고 넘길 내가 아니다.
"거 교수님 정도면 슬슬 무르팍에 기름기도 빠지기 시작할 연세신데 그 소음이 혹시 교수님 무르팍에서 나는 소리 아녀요?" 하고 염장을 질렀다
"엥? 무르팍에서 나는 소음은 '뚜둑..뚜두둑' 하고 소리가 나던디 이소린 '끼릭끼릭'이잖여? 아닌 것 같은디?"
네 명의 일행 중 두 명은 먼저 정상을 향해서 사라지고 난 교수님을 뒤에서 에스코트를 하며 따라 올라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급경사를 만나신 교수님께서는 미처 클릿을 빼지 못하고 두 번을 뒤집어지셨다. 그래도 어찌 어찌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앞서 올라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이 맞는다.
"하이고~ 정상에서 교수님 일행을 지둘리느라 세월을 보내는 바람에 머리가 다 셌구만요"
기다리던 일행이 과장법을 써가면서 교수님께 염장을 지르자 난 교수님을 위한 변명으로 위장한 이단염장을 추가했다.
"교수님이 어디 힘이나 실력이 없어서 늦으셨나 뭐...산악지형의 경사도가 자전거에 미치는 역학관계와 주위의 신록이 우거진 정도에 따른 체력소모의 체감도에 관한 메모를 올라오는 도중에 꼼꼼히 하시더라구..당연히 늦으실 수 밖에.."
그러자 교수님은 "시꾸랏~!!!!" 이라는 단말마(ㅡㅡ;;;)의 강의를 역설하셨다..푸헤헤
그런데 문제는 다운힐이었다. 다운힐 요령을 누차 설명한 다음 앞에서 시범을 보여드릴 테니 가르쳐드린 대로 브레이크 조작과 웨이백을 잘 하면서 따라 내려오시라고 일러드리곤 앞서서 내려갔는데 아무래도 영 불안했다. 나자신도 그 산은 초행길이라 좀 험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질이 마사토인데다가 돌출된 바위와 나무부리와 돌들이 많아 자칫하면 균형을 잃기 십상이라 조심조심 다운힐을 하며 뒤에서 우당탕 소리가 날까봐 내심 걱정이 돼서 내내 뒷쪽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내려왔는데 헐~ 무사히 끝까지 따라서 내려오셨다. 초행치고는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와...처음 치고는 정말 잘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첨인데 잘 타십니까?"
정말로 감탄해서 물어 본 나의 물음에
"에잉..나도 몰라..무섭기도 했지만 앞에서 가니 그저 팔자소관에 맡기고 따라왔지 뭐..내가 약먹었나봐..제정신이 아녀.." 하신다.
역경을 딛고 산을 내려와 도로를 따라 귀환하는데 체력이 고갈된 교수님께서 또 한 번 일을 치루셨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정차를 하는 와중에 왼발로 착지하면서 그만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균형을 잃으신 교수님은 만백셩이 우러러보는 앞에서 '우당탕' 소리를 내시며 처절하게 넘어지시고 말았다. 나 보단 그래도 석달 정도 클릿을 먼저 사용하신 분이시라 구겨진 체면을 의식하며 빨리 일어나시려고 버둥대셨으나 잔차에 눌린 탓에 오른발의 클릿이 빠질 리가 없다.
"아이고 이런~~ 발이 안빠지네..에효효~ 다시 편히 누워서 빼고 일어나야것다"
처음 교수님이 버둥거리시며 쩔쩔매실 땐 발목을 접지르신 건 아닌가 해서 무척 놀랐는데 도로 도로에 드러누우시며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이마에 핏발이 선다.(반성..반성..)
나의 사부가 계시는 자전거교실로 돌아와 시원한 냉커피를 나누며 교수님은 정강이에 두군데나 찰과상을 입으셨기로 소독약과 연고를 발라드리자 원체 명랑하신 교수님은 활짝 웃으시며
"나 아까 교차로에서 창피해서 혼났구먼... 어디 도망갈 데가 있어야 말이지..쩝"
하신다.
"전 처음엔 교수님인 줄 모르고 누가 도로에 장수거북을 뒤집어놓은 줄 알았지 뭡니까?"
또 염장이다.
"시꾸랏~!!!"
짧은 교수님의 강의는 또 한 번 거듭되었고..푸헤헤
나의 사부님은 교수님께 다운힐 요령을 가르쳐드린다며 근처에 있는 둑방길로 모시고 갔다. 먼저의 다운힐의 두려운 경험 때문인지 교수님은 선뜻 배우시겠다며 따라 나섰는데 안전을 위하여 잡풀이 우거진 뚝방의 중간에 두 사람이 배치되었다. 대개의 하천에 나있는 둑방의 경사는 위에서 잔차를 타고 내려다 보면 그리 녹녹지가 않다. 나의 사부님은 눈이 쌓인 백두대간을 무거운 풀샥으로 25일 만에 종주하신 위대한 분이시라(나이는 나보다 어리시지만 존경하는 사부님이시다) 교수님은 믿음을 가지고 지도받기를 자청하신 터라 물러시지도 못하고 다운힐을 연습하시느라 무려 여나므 차례나 뒹굴며 고역을 치루셨는데 중간중간에
"아이고 교수님 힘드시면 담에 하시지요.." 하며 만류하자
"아녀..될 때까지 할겨...아자 아자~!!!"
아..조선인의 의지여..얼이여...정말 대단한 의지력이시다. 결국 성공을 하시더니 그 뒤로 몇 번을 더 시도하셔서 안정적으로 다운힐이 되자 비로소 그만두셨다. 온통 풀물이 들어 하얀 티-셔츠가 푸른색 나염을 찍은 셔츠처럼 되고 말았다. 지치셨으나 기분은 좋으신 모양이다.
"나 여나므번은 넘어졌지? 아깐 장수거북 같다더니 이번에도 그렇게 보이던감?"
유쾌한 표정의 교수님의 물음에
"이번엔 좀 낫게 보입디다..안전하게 넘어지지느라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시니 천산갑(개미를 먹고 사는 천산갑과의 동물로서 온몸을 덮은 비늘이 매우 강해 맹수를 만나면 몸을 동그랗게 웅크려 사자의 이빨로도 뚫지 못함)처럼 보이시던데요..하하하"
"잉? 그렇던감? 하하하하"
교수님 댁이 이웃이라 둘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늘 너무 고생을 시켜드린 것이 영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 교수님께서 번역하신 책에 친필싸인을 해서 주신 답례로 특별히 업힐과 다운힐을 배우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린 겁니다." 하고 너스레를 떨자
"시끄~!!! 책 도로 갖구왓~!!!!" <---요 마지막 강의는 좀 내용이 길다..음프프
그러나 말씀과는 달리 그냥 가려는 날 부득부득 댁으로 끌고 가더니 고급 자전거타이어 한 벌을 포장도 안뜯은 걸 주신다. 먼저 클릿신발도 공짜로 주셨는데 이번에도 한사코 타이어 값을 안받으신다.
"내가 타이어 장사여? 돈을 받게? 나중에 밥이나 한 끼 삿~!!!"
교수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편히 주무세요
이제 어지간한 경사의 다운힐은 잘 하실 겁니다.(에고 삭신이 많이 쑤실낀데..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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