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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師父)를 눈물을 머금고 하산시키다.

靑竹2005.06.23 01:48조회 수 73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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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엠티비 강호에 첫발을 들여놓기 전의 일이다.  당시 내공의 고하를 막론하고 '뻥신공'이 엠티비 강호에 난무한다는 풍문이 떠도는 걸 알았지만 백면서생이었던 나와는 무관한 일일듯 싶어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빌딩숲을 누비고 산천을 유람하느라  정이 듬뿍 들어 내몸처럼 아끼던 당나귀(생활잔차- 생활잔차를 비하한다는 표현은 절대 아니고 친근하단 생각에 당나귀라고 표현했습니다 오해 마시길^^)를 도둑맞고 나서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였으나 결국 찾지 못하여 대성통곡을 하던 차에 정확히 10년이 어린 후배가 찾아와 이제 그만 비루먹은 당나귀를 잊고 심신단련도 할 겸 엠티비 강호에 발을 들여놓을 것을 간곡히 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태생부터가 약골인 백면서생이었던 나였던지라  나의 콧잔등이 얼얼할 정도로 대단한 분량의 타액(침)을 튀기며 맛보기로 '엠티비예찬신공'을 전수하려는 그의 노력도 별무신통이었다. 그저 잃어버린 나의 애마인 당나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뿐 도무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거의 매일같이 찾아와 찐드기붙는 보험회사 아줌마처럼 그친구는 툭하면 나의 일터까지 찾아와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가는 바람에

"야~ 임마...이제 무르팍에 기름기도 슬슬 빠지기 시작하고 십여년만 지나면 곧 마무리단계로 접어들 낀데 뭔 뜬금 없는 엠티비냐? 가뜩이나 요즘 집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도 없이 잠만 자고 나오는데 그 기력으로 무신..."

라며 코웃음을 치던 나의 의지도 점차 꺾이면서 그놈의 혹세무민에 물들어갔다. 어디 물들다 뿐이랴. 빠져들다 못해 가엾은 촌부(村婦)들 사이비 교주에게 빠져들듯 급기야는 그 망할넘을 우러러 추앙까지 하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턱없는 정보부재 탓에 강호의 정세에 너무나 어두웠던 나는 그넘이 엠티비 강호에서 알아주는 초절정 고수일 것이라 인식 아닌 확신을 하게 되고 급기야 그넘을 내마음의 풍금..아니 내마음의 사부(師父)로 모시기로 작정하는 일생 일대 최악의 실수를 하면서도 그넘에게 추호도 의심이 없었다.

그 사부놈..아니지 당시엔 나이는 나보단 십년이 어렸어도 무척 존경까지 했으니..좌우간 그 사부님께옵서는 저 서울벌하고도 남쪽의 맨 끄트머리에 사셨고 난 강북의 끝 하고도 더 북쪽인 의정부에서 궁뎅이를 붙이고 눌러앉았던 관계로 사부님께 실전무술을 전수받을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기껏 전화교습이 다였는데 그나마 엄청 구박을 받았다.

"야..사부야..나 오늘 자전거도로 100킬로 넘게 탔다"

라고 보고를 드리면

"말로는 부산을 하루에 못간대요? 속도계 좀 좋은 걸로 바꿔요"

하시며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제자를 타박하기 일쑤였는데 그래도 배우는 넘이 감히 사부에게 대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도선사도 올라가 보고 그밖에 의정부 북부지역의 야산들을 타며 나름대로 자율훈련을 죽어라 했다. 그러면서 수시로 전화보고를 드린 건 물론이다.

"야..사부야..나 오늘 산 두개나 넘었다~"

돌아오는 사부의 대답은 마찬가지로 냉랭하기 그지 없었다.

"아 참내...풀포기만 보이면 다 산유? 애기무덤이지? 그러지 말고 진짜 산을 타봐요"

궁시렁 궁시렁..그러나 어쩌랴..배움에는 왕도가 없는 법, 지엄하신 스승놈(이런~) 아니, 스승님께서 그러시니 그저 다소곳하게 자율훈련에 매진하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사부님과 동반라이딩을 할 기회가 찾아오고야 말았다. 드디어 실전교습을 직접 전수받을 기회가 온 것이다. 장소는 광릉 숲길로 난 도로라이딩이었다. 난 존경하는 사부의 면전에 입문한 뒤 거진 6개월만에 처음 서는 자리라 밀려오는 불안감과 긴장감을 떨칠 수가 없어서 바짝 긴장하며 일행의 선두주자 바로 뒤에서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앞의 선두주자가 가는대로 무작정 따라가다 속도계를 보니 완만한 오르막길인데도 23km/h~25km/h를 꾸준히 유지하며 달린다. 좀 숨이 차긴 했지만 그동안 맹렬한 자율학습을 한 덕분인지 그런대로 쳐지지 않고 뒤를 바짝 쫓아갈 수 있었다.

"먼저 앞에 가요..내가 뒤에서 따라가면서 자세도 봐주고 잘 가르쳐줄 테니"라는 사부의 엄명이 이미 내려져 있었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란 말인가..

경사도가 좀 빡세진지 얼마 후에 후미쪽이 너무 조용해서 '아..초절정 고수는 자기부양 열차처럼 잔차바퀴를 지면에서 살짝 띄운 채로 라이딩을 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못내 궁금하여 뒤를 돌아다 보니 저만치 멀리서 존경하는 사부님께서 시뻘개진 얼굴로 고개를 파박 수그리고 끌바로 올라오시는 것이 아닌가. 내눈을 의심하여 볼을 꼬집기도 하고 눈을 비비작거리기도 하면서 다시 바라다 보아도 끌바를 하는 사람은 분명히 나의 존경하는 사부님이었다.

내공이 약한 사람도 얼마든지 시전하는 빈약한 무공이라 썩 요긴한 수단이긴 하지만 때와 장소를 제대로 가려서 시전하지 않으면 상당한 '쪽팔림'을 수반한다는 그 유명한 '끌바신공'을 대수롭지 않은 경사에서 어찌 존경하는 나의 사부께서 펼치고 있단 말인가. 머릿속이 어지러워 잔차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어쨋거나 나에게 갑자기 몰아닥친 이 혁명적인 분위기로 말미암아 그간의 지난 일 즉, 수시로 구박을 받았던 일, 사부가 내 말이라면 콧방귀를 뀌던 일, 엠티비는 처음에만 돈이 들어가지 일단 사고 나면 그 뒤론 돈이 한푼도 안든다며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던 일,등등등등이 주마등처럼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라려? xx이는 왜 잔차를 끌고 온다냐?"하며 앞에 가는 친구에게 소리쳐 물었더니

"형..몰랐어요? 쟤 원래 끌바 전문이잖우..우린 조금만 빡센 곳이면 쟤 떼놓고 다녀요"

그날 부로 난 그 사부를 파문(破門)시켰다. 제자가 사부를 하산시킨다는 것이 모양새가 좀 이상할 뿐더러 동서고금에도 그 전례가 없는 일인 건 알았지만  내가 복장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지고 열불이 나서 죽지 않으려면 어쩔 수가 없었으니 이해 하시라.^^ 사실은 내가 파문시키기 전에 스스로 사부직 사퇴의사를 밝혀오긴 했지만 수리하여 주지 않고 내 스스로 과감히 잘랐던 것이다. 푸헤헤.

요즘도 그 전 사부와 자주 만난다.(너무 친한 후배라..ㅋㅋ) 나와 그가 만나 나누는 대화의 내용은 대체로 이렇다.

나---"야~언제 시간이 좀 나면 끌바 요령 좀 갤차주라...너처럼 맵시있게 끌어보려고 해도 자신이 없어 그냥 타고 산을 올라가니 답답하다 야.."

전 사부--"끙..알았어요..끄는 거 말고 메고바이크도  가르쳐 드려요?"


그런데 그 뒤로 정한 사부는 너무 실력이 막강해서 또 골치다. 눈쌓인 백두대간을 28일만에 풀샥으로 종주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따라 댕기려면 파김치가 되는 일이 다반사라 툭하면 수업을 빼먹기도 하고 요령만 피운다. 에휴~ 그 후배넘을 걍 사부로 놔두고 골려먹을 걸 공연히 하산시켰나......ㅋㅋ


심심해서 몇자 끄적거려 봤습니다.

잔차인 여러분 즐거운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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