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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교 교주에 반기를 든 사나이

靑竹2005.06.23 23:18조회 수 65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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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한 것들은 가라~!!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먹어라..먹는 자에게 복이 있을지니라"가 기본교리인 뚱뚱교에게 축복을 받으사 체중 100kg에 육박하던 한 사나이가 있다.

세미프로급인 골프실력을 자랑하긴 했으나 사나이 대장부가 어찌 쥐씨알만한 공만 가지고 놀 수 있느냐며 과감히 접고(줄였나?) 엠티비계에 입문하여 맹렬한 라이딩으로 땀흘리며 뚱뚱교 교주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반발, 축복을 내리 거부해오던 결과 달포만에 10여 kg의 체중감량에 성공했다.(거참...골프에 빠진 뒤 헤어나오는 사람 거의 못봤는디..이상타)

"보세요..저 이제 엠티비 탄 뒤로 꽤 날씬해졌죠? 90kg의 이 가녀린(푸헤헤) 몸매 어때요?"

라며 주위에 자랑할 정도가 되었는데....


그 안쓰럽도록 가냘픈(?) 사나이를 포함하여 3~4명이 어울려 비교적 수월한 코스의 산악라이딩을 즐기는 편인데 나머지 잉간들은 대체로 피죽도 못얻어먹은듯 깡마른 몰골들이라 늘상 모여서

"우리 가급적이면 저 날씬한 인간쪽에 시선을 두지 말자구....날도 더운데 얼핏 한 번 바라보자니 숨이 턱 막히는 것이 한국이 싫어질 정도구만.....차라리 중랑천에 득시글한 날파리나 구경하자구..나름대로 운치가 있더라구"

하는 교수님의 제의에 즉각 공감대가 곧 형성되어 시선에 한하여 그를 외면하자고 암묵적인 동의를 한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가 처음 업힐을 하면서 뒷바람만 조금 불어도 상승기류를 타는 갈매기처럼 거저 올라가는 깡마른 인간들에 비해 허리춤에 댓말들이 쌀자루를 둘러맨듯한 모습의 그는 업힐이 그야말로 고역인지라, 늘 뒤에 쳐지곤 했는데 문제는 정상에 다다른 후에 생겼다.

업힐 다음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다운힐을 난생 처음 맛본 그의 대갈일성

"와~ 난 역시 다운힐 체질여...죽이누만...우핫핫핫"

하고 소리치면서 바람같이 내려가는데 뒷바퀴에서 이따금 슬릭이 일어나기도 하는 걸 뒤에서 보자니 아슬아슬하여 간담이 다 서늘하다.  브레이크 고장난 쌀가마 실은 쌀자전거처럼 폭주기관차였다. 나머지 마른인간들은 그 행위를 일컬어 업힐 때 겪은 서러움에 대한 '한풀이 다운힐'이라 명명했다. 물론 그는 '체중으로 내리 조진다'는 우리들의 주장에 '실력에 기반을 둔 정통 다운힐'이라며 그 명명식에 동참하길 거부하며 투쟁중이지만서도...

업힐 종료 후 정상에 모였다 하면 그즉시 삼베고쟁이 방귀 새듯 소문 없이 산 아래로 금방 사라지는 그의 안전을 마른인간들은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데 물론 투철한 동료의식의 발로이긴 하나 애절하게(?) 숨은 이유가 또 있다.

뒤에 쳐진 마른인간들은 가끔 긴급회의를 정상에서 열고(어쭈구리..) 심각한 토론을 벌이곤 한다. 대외비이긴 한데 토론의 내용을 살짝 공개하자면 이렇다.

"저 잉간 저러다 자빠지면 누가 메고 가지?"

"난 못혀~"

"나두요"

"그럼 버리고 가요?"

"궁굴리면 되지 않을까? 산 아래로 곧바로 굴러갈낀디.."

"그러다 옆의 도랑으로 떨어져 낑기면 누가 꺼내실라우?"

"거참"

"헬기를 부를까?"

"요즘 국가경제도 누적재정적자가 엄청난디...헬기 날개 부러뜨릴 일 있수?"

"그러네..."

"그럼 우리 셋이 배낭에 각자 마대자루 하나씩 넣어서 가지고 다니자구요"

"엉? 왜?"

"하나 가지고 모자라니 세개는 이어야잖우? 그거라도 태워서 끌고 내려가야쥬"

"마대자루 밑에 함석판을 대야 할 것 같은디? 어디 그 중량에 견뎌 나것어?"

"아이고 골치야..빨리 갑시당"


우리 마른인간들은 다운힐을 하면서 길옆 도랑이나 우거진 풀숲을 유심히 째려보며 내려가지만 그는 매번 신통하게도 환한 얼굴로 파안대소를 하며 한다리 꼰 자세로 산아래서 우릴 기다린다. 정말 다운힐의 기교가 붙었나?

그런데 그가 오늘 다운힐 도중 평지가 잠시 나오는데 엉뚱하게도 그곳에서 서행을 하는 앞의 잔차를 못보고 가다가 추돌하는 바람에 클릿을 못빼고 '꽈당'소리를 내며 넘어지고 말았다. 평소 스포츠광인 그의 운동신경도 아랑곳 없이 뒤에서 보자니 넘어지면서 머리부터 정통으로 땅에 부딪쳤단다. 너무 놀란 일행들이 일제히 잔차를 세우고 걱정스런 눈길을 하면서 모여들었는데 툭툭 털고 일어난 그가 땅에 찧어 타박상을 입어 피가 흐르는 정강이는 대수롭지 않은 듯 쳐다보지도 않으며 약간 찌그러진 자신의 헬멧을 들여다보더니

"와~ 이래서 헬멧을 쓰라고 하는 거구나...거 살 땐 돈이 아까웠는데 이제 이해가 가누만요"

하면서 아무 이상이 없으니 빨랑 가잔다.다운힐을 마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 전화를 했더니 멀쩡하니 걱정 말란다. 언제나 씩씩한 그답다.

0형 만세~


"0형~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이제 우리 나이도 있으니 길게 길게 탑시다요"

"그나저나 축하하우..눈에 뜨이게 날씬해진 건 사실이우..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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