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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치 모임

靑竹2005.06.28 21:40조회 수 35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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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방향치 증상이 심각한  장군 하나가 나불레옹 비스무리하게 흉내를 내면서 그랬다던가. 수많은 쫄다구(군사)들을 이끌고 하루 죙일 헥헥거리며 산꼭대기에 당도하더니

"옴마야..이 산이 아닌개벼?"

좌우지당간에 지독한 방향치인 나는 늘 다니던  산이나 들이 새롭기만 해서

"어라? 여기에 저수지가 있었네?" "어라? 요 오솔길은 못보던 길이네? (많이 다님)" 하다 보면 핀잔이 돌아오긴 하지만 난 나름대로 주위사람들에게 강변하곤 한다.

"뭐 사실 축복받은 거나 마찬가지지 뭐....굳이 신천지를 찾아갈 이유가 없지..발만 떼면 모두 신천지니.."

그런데 요즘 같이 라이딩을 즐기는 세명 모두 증상이 같아서 애로사항이 많은 편이다.
방향치 증상의 경중을 굳이 따지자면 내가 말기이고 거구를 자랑하는 분이 3기, 가장 나이가 많으신 분이 2기? 아니 정확히 2.5기 정도 되겠다.

산에는 내가 가장 많이 쏘다닌 편이라 처음에 선두에 자주 서다가 거구님을 앞세워 보았더니
중간에 느닷없이 병원의 정문쪽으로 핸들을 꺾는다.

"엥? 병원엔 왜?"

"아..예..몸이 영 피곤한 거이 링겔이나 한 병 맞고 갑시당"

잽싸게 둘러대긴 하지만 같은 증상을 앓는 처지라 나머지 둘이 그의 말에 속을 리가 없다. 그러나 나자신도 달포 전에 산을 내려오다가 길도 아닌 곳으로 일행을 이끄는 바람에 가시나무 무성한 숲 사이를 지나 무덤을 우회해서 좁다란 논둑길을 지나 간신히 도로로 나온 경험이 있어서 더 이상 큰소리를 칠 형편이 못되었다.

"엠티비 라이딩의 참맛은 바로 이런 길로 가는 것 아니것수?"

하며 거진 협박조로 동의를 구하긴 했지만 "그려그려..재미있구만"  "맞습니다. 아주 좋네요" 하는 말소리가 무쟈게 건조한 느낌이 들던 기억이 나는 걸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요즘은 하도 다니니 서너곳의 코스는 그런대로 다닐만 한데 거리가 좀 멀다거나 복잡한 길은 아직도 불안해서 셋 중 누가 잘 안다면서 앞장선다고 큰소리를 치면 오히려 더 불안하다.

히말라야를 등정할 때처럼 '포터'를 고용할 생각도 간혹 안해보는 것은 아니지만

"아하하...뭔 동네구석을 쏘다니면서 포터까지..."하는 소릴 들을 것이 뻔해서 참는다.


뭔 약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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