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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날 홀로 라이딩^^;;

구름선비2005.07.09 20:02조회 수 45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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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이라고 쉴 수는 없죠^^

주초부터 일기예보는 '주말에 많은 비'였다.
회원들 몇몇은 주중에 아침 라이딩을 하곤 했지만
비교적 일찍 출근하고 아침 잠이 많은 나는 저녁에 라이딩을 할 수 밖에 없다.
야간 라이딩이라야 그저 동네 포장도로와 약간의 비포장 도로를 약 10Km타는 정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렇다할 코스는 없어도 야산이 있고 그 야산엔 작은 계곡과
절이 있어서 절까지 다녀오면 흡족하진 않아도 야간 라이딩이 되는 것이다.

지난 여름이 끝나갈 무렵 자전거를 샀다.
꽤 오래된 취미인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산에 오르게 되었는데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으로 인하여 고생을 하고 나서
주변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자전거나 타 볼까'하는 생각에
30여만원 과용을 해서 24단짜리 알루미늄 산악자전거를 샀는데,
그 때만해도 그 정도의 자전거는 엄청난 것이었고
현관에다 내 놓을 수 없는 귀중품이었다.

예보대로 아침부터 비가 온다.
교회 행사에 가는 마누라를 태워다 주고
집에 돌아와봐야 할 일도 없이 잠만 잘 것이 뻔한지라
조금 밀려 있는 일을 하기 위하여 직장에 갔다.
일을 마치고 바라본 하늘은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햇빛까지 비치지 않는가?

배가 고파 일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지만
비가 오고 난 후의 상쾌함은 점점 더 액셀을 밟게 한다.

같은 직장의 '근육맨'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가 곧 올것 같단다. 망우산에나 가 보란다.
잔차타러 갈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헐헐
혼자 가는 수 밖에....

마누라가 없으니 식탁은 간단하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마누라가 있을때의 반찬은 가짓수가 많아도
손이 갈 것이 적은데 혼자 하는 식사는 국이 있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두어가지만 있어도 걱정없이(?) 먹을 수 있다.
특히 잔차를 타러 가기 위하여 마누라 눈치 보면서 혼자 챙겨 먹는
점심식사는 더욱 더 그렇다.
얼렁뚱땅 김치국물에 밥을 말아 먹듯이 점심식사를 해 치우고 하늘을 보니
비가 곧 올것 같기도 하고 참아 줄 것도 같다.

사이즈를 몰라 한 칫수 크게 산 프라이멀 오공져지(탱크가 그려져 있다고
우리 까페 횐님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오공때는 몇 년동안 충성을 다 하기도
했었다)를 챙겨 입는다. 다른 져지들 처럼 가슴둘레 105정도인줄 알고 XL을
샀는데 내 몸집에는 L 사이즈를 사야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놈이다.
사이즈가 딱 맞는 옷 보다는 여유가 있는 것이 뭐 괜찮은데 젊은 횐님들은
손가락질을 하면서 웃는다. 좋기만 하구만..........

남들이 많이 가는 길에 식상할 즈음 내가 살고 있는 지역부터
잔차를 탈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알아보자는 생각에 여기저기 코스를
개척하기 시작했고, 오늘 가는 코스도 그 중에 하나다.
그저 능선을 따라 쭉 이어지는 평범한 길이지만 가끔은 계단도 있고
급경사도 있으며, 아카시아 나무뿌리도 여기저기 있는 나름대로는 괜찮은 코스다.

비가 온 후라 산길은 여기저기 패어 있고 흙과 나뭇잎이 쓸려내려가다 모여 있는
곳도 있다. 비 온 후의 나무뿌리는 쥐약이라는데 역시 미끄럽다.
몇 번 잔차에서 내리게 하는데 내릴 때 마다 클릿이 정강이를 위협한다.

일 주일 전에 잔차의 뒷 타이어가 다 닳아서 교체하면서 재미 있는 일이 벌어졌다.
나이는 젊지만 잔차의 고수인 우리 까페 횐님과 자주 다니는 샵에 가서 타이어를
교체할 때의 일이다. 그 횐님은 '산악자전거 타이어는 앞 바퀴가 굵고 뒷 바퀴가
가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내 잔차의 타이어를 손수 교환해 주고 있었다.
그 때 샵 사장님이 그건 잘못 된 거라고 하여 그냥 뒷 타이어를 굵은 것으로
교환했었다. 그래서 여기 왈바에 있는 질문코너에 어떤 타이어가 굵어야 하는가
하고 문의를 하였는데 답변을 해 주신 분이 몇 분 안 되지만 앞 타이어가 굵은 것이
맞다고 한다. 반대 의견을 가지신 분도 있었는데 그 말도 맞는 것 같아
하드텔이 좋다 풀샥이 좋다 하고 서로 우기는 것과 다르지 않은 문제 인것 같다.

잔차를 바꾸면서 나이로 보나 체력으로 보나 또는 운동신경으로 보나 그저 편한 임도나
탈 생각으로 하드텔을 샀고 타이어도 앞 뒤 모두 1.9짜리를 끼우고 탔었다.
이번에 샵 사장님의 추천으로 2.0짜리 스페셜 패스트트랙을 끼웠는데 느낌이 좋다.
비가 온 후인데도 전에 쓰던 타이어보다 접지력이 좋다고 보아야 할까 미끄러지는
횟수가 줄어 든 것 같다.

코스를 개척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개척은 장애물과의 싸움이다. 인적이 적은
오솔길은 썩은 나무와 쌓인 낙엽, 산재해 있는 거미줄과의 싸움이다.
개척을 위해 다닌 며칠동안 정강이는 성할 날이 없었다. 지금은 숙달되어
넘어지는 일도 적고, 불편한 썩은 나무등걸, 가시덩굴이나 나뭇가지는 잘라 버렸지만
그 때는 가시나무에 쓸리는 것도 다반사였다.

전에 한 번 고개 너머 사는 까페 횐님에게 코스를 설명해 주고 코스 양쪽에서 출발하여
중간 쯤에서 만나기로 한 적이 있었다. 코스의 난이도로 보아 내가 사는 곳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험한데 나무 뿌리와 돌, 경사가 더 심하기 때문에
만나게 된 것은 내 쪽 비탈길이었다.

오늘도 그 길을 올라간다. 타이어를 바꾸었지만 체력도 안되고 기술도 안되니
자주 내리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이 코스와 옆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다니면서
무리를 해서 그런지 무릎 바깥쪽 부분이 아파서 망우산 라이딩때와 유명산 투어때
힘든 기억이 있어서 겁도 나고 이제는 무리를 하지 말자는 마음속의 다짐이 있어서
이기도 하다.

방공호가 있는 곳과 돌무더기가 있는 곳도 지났다. 산을 까 놓은 곳도 지났다.
여기는 그린벨트라 개발을 못할텐데 까 놓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혼자하는 라이딩은 간섭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다.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배려할 필요도 없으며 다른 사람의 페이스에 맞추지 않아서 좋다.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관찰할 수도 있다.

숨이차고 땀이 흘러내린다. 고글은 벗어서 뒤로 쓴 지도 오래되었지만
얼굴은 온통 땀이다. 져지라는 것 참 잘 만들었다. 몸에서 땀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유독 얼굴에서만 땀이 나는데 이걸 덜 흐르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몇 번 업다운을 하다보면 배드민턴장이 있다.
이 곳에서 만나는 어르신은 70세가 다 되셨다고 하는데 거의 혼자
배드민턴장을 만드신 분이다. 서울에서 중풍에 걸려서 이사왔으나 배드민턴을 하면서
건강도 되찾고 체중도 많이 줄었으며 생활에 활력이 되신단다.

나도 체중은 8킬로그램, 허리는 1인치가 줄었으니 성공하였다고 할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일찍 잔차를 타기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직장에서도 보는 사람마다 잔차를 타라고 하지만 내가 잔차를 타도록 권해 준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마치 교회가 좋아서 찾아갔는데
정말 빠질만큼 좋은데 나에게 와서 전도를 한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와 같다고나 할까

전에 무리를 하여 다리가 아프게 된 구간에 당도하였다.
아카시아 꽃이 지고부터 오지 않았는데 숲이 더 우거져 있었다.
무릎을 위하여 끌바를 많이 한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버섯이 많이 돋는 것은 상식이지만 코스 여기저기에서
버섯이 많다. 화려한 버섯일수록 독버섯일 가능성이 높다. 유년시절에 버섯을
잘못 먹고 고생한 기억도 난다. 끌바는 계속된다. 타고가나 끌고 가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다행히 능선 길이라 어느쪽에서든지 바람이 있게 마련이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에
머물던 빗물도 떨어지지만 숲의 향기가 더욱 짙게 밀려온다.
전에 억지로 업힐을 하다가 넘어진 곳에 도달했다. 혼자 씨익 웃으며 땅을 보니
영지버섯이 삐죽이 나와 있지 않은가? ㅎㅎ 좋다. 산에가서 영지를 따 본 일이
몇 번 없는데 이런 횡재를 하다니.... 조심해서 따고 브레이크 레버에 곱게
꽂아 놓는다. 집에가서 마누라에게 자랑해야지....

무릎이 아픈 이유가 무리를 하여서도 그렇지만 안장이 낮거나 자세가 좋지
않아 발생할 수도 있다는 횐님들의 충고로 안장을 높이고 안장의 위치를 조금 더
뒤로 빼었다. 당연히 딴힐을 할 때 불편하고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안장의 높이나 전후의 위치는 여러 번 변동이 되다가 적당한 자리를 잡게 마련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자리를 못 잡는 것을 보니 초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비가 오면서 썩은 나무가 코스 여기 저기에 쓰러져 있다. 많이 썩은 것은 그냥 넘어가지만
아직 단단한 부분이 남은 나무는 넘어갈 수 없다. 몇 번 시도를 하였지만 거의 실패다.
넘어지지는 않더라도 비상탈출을 잘못하여 클릿이 정강이를 노린다.

항상 잔차에서 내리는 곳에 도달했다. 경사도 경사지만 나무뿌리가 계단처럼 되어 있어
겁이 나서 내리는 것이다. 오늘은 통과할 수 있을까 항상 그렇게 시도는 하지만
그냥 통과한 적은 없다. 오늘도 내린다. 내려서 잔차를 경사가 덜 지게 놓고
출발하다가 실패하여 잔차 앞으로 넘어간다. 좌에서 우로 난 우대각선에 있는 길이라
오른쪽 무릎을 찧으면 넘어진다. 다행히 비가 온 후라 흙은 푹신푹신하다.
스타들은 발이나 손 도장을 찍어서 기념으로 삼던데 나는 무릎 도장을 찍었다.

코스라야 거리가 8킬로미터 라이딩 시간은 한 시간이다.
짧지만 짧은 시간에 땀을 흘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좋다.
혼자라도 올 수 있는 장소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좋다.
자연을 보면서 생각할 수 있고 느낄수 있어서 좋다.

비 온 날 오후의 라이딩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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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좋은데요^^ (by 구름선비) 자중하시는 방법 밖에는.... (by 구름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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