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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라이딩 - '이장님 자전거'

靑竹2005.07.11 02:15조회 수 50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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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며칠 추억을 찾아서 좀 헤멨다.

4년 전 도난당한 정든 생활자전거에 대한 그리움도 그리움이지만  어린시절 몰래 훔쳐서 연습했던 이장님댁 자전거에 대한 그리움 또한  마음 한구석에 아련하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이었다.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늘 같이 라이딩을 즐기는 교수님의 전화였다. 저녁을 드시고 커피 한잔 생각이 나셨는지 나의 집과 교수님댁의 중간지점에 있는 편의점 앞에 있으니 나오라는 호출전화였다.

부랴부랴 반바지 런링셔츠 차림새 그대로 슬리퍼를 신고 엠티비를 몰아 나갔다. 헐..나가 보니 그양반 뭔 요상시런 잔차를 타고 나오셨는데 자세히 보니  내게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바로 그 '이장님 자전거'가 아닌가. 그 잔차가 너무도 반가워 요모 조모 뜯어보며 물었다.

"아이고~교수님 어디서 이런 귀하디 귀한 자전거를 다 구해서 타고 다니십니까? 엠티비는 어쩌시구요?"

"아..이거요? 제가 보물처럼 아끼는 자전거입니다. 핫핫핫"

"그러시군요..정말 부럽네요..그거 저 주시면 안될까요? 흐흐흐"

"떽끼~ 달랄 걸 달라고 해야지..이건 절대로 안됩니다..핫핫.."

그분의 댁이나 연구실에 가보면 5,60년대에나 쓰이던 생활용품들이 너무도 많아 너저분할 정도였는데 무슨 골동품 수집 취미가 있으신가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고 다만 추억이 서린 물건들이라 보이는 대로 모은 거라고 했다. 조개탄을 때던 난로부터 시작해서 솥단지,옹기 등등 정말로 추억이 서린 생활용품들이었는데 '이장님자전거'까지 가지고 계실 줄이야.

커피를 마시며 그 자전거를 들여다보는 동안 아련한 추억에 잠겨들었다. 앞바퀴에 달린 발전기 하며 그 발전기에서부터 전선이 두가닥이 올라간 곳에 달려있는 전조등 하며 앞뒤 흙받이 하며 정말 이장님 자전거와 똑같아 놀랐는데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받침대가 무거운 철받침으로 되어 있어서 울퉁불퉁한 길을 달릴 때마다 그 무게로 인하여 출렁거리며 이따금씩 땅에 텅텅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것이었다.

교수님과 나 그리고 거구의 사나이 이렇게 셋이서 늘 같이 라이딩을 하는데 내가 그런 자전거를 구하고 싶어서 며칠 동안 안달이 난 걸 보고는 교수님께선 와일드바이크에 '이장님 자전거 구합니다'라고 글을 올리셨단다. "ㅋㅋ 대단한 물건을 구하십니다. 그거 구하시기 힘드실걸요?"란 댓글만 하나 붙었다며 파안대소를 하셨는데 거구의 사나이가 도봉구 일대를 차를 몰고 뒤지고 다니다가 똑같진 않지만 그래도 비슷한 잔차 두대를 방학동 근방에서 발견했다고 빨리 나오라고 호출이 왔다. 부랴부랴 가보니 발전기와 전조등이 없어서 그렇지 매우 비슷한 자전거가 두대 있었다.

대로변에서 깊숙히 들어간 골목길에 숨어있는 허름한 잔차포에서 꽤 오랜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탓인지  먼지가 자욱하게 앉은건 물론이고 여기 저기에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주인 영감과 가격 흥정에 들어가 대당 4만원씩에 합의를 보고 나서 구석에 박혀 있던 걸 꺼내는데 그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어찌 어찌 힘들게 잔차를 꺼낸 영감님은 재빨리 능숙한 솜씨로 굴러갈 수 있게끔 여기 저기 손을 보기도 하고 기름걸레로 먼지를 닦아내고 철수세미로 녹을 대충 닦아내더니 다 됐다며 타도 된단다.

차체는 가늘지만 무척 무거운지라 어림으로 잡아도 20kg은 훨씬 더 나가보였다. 무게가 대수랴. 너무도 신이 난 나와 일행 둘은 엠티비 복장으로 완전군장을 한 차림새 그대로 그걸 몰고 중랑천 잔차도로로 나가 신나는 라이딩을 했다. 한양대 쪽으로 가는 길에 맞바람을 만났지만 그 바람마저도 너무나 감미롭게 느껴지는 라이딩이었다. 이장님댁 자전거를 몰래 끌고 너른 들판으로 나가 가슴 벅차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란 농로를 달리며 맞던 바로 그 바람처럼 말이다.도중에 만난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얼라려? 아니 자전거가? 프프프프 멋있습니다 그려." 하면서 웃는다.

집에 들어와 녹슨 부분에 기름칠을 꼼꼼하게 해주고 녹을 더 닦아내고 먼지를 말끔히 털어낸 뒤 그 잔차를 한동안 바라보자 마눌이 궁시렁거리며 한마디 한다.

"아이고~ 집도 복잡한데 영감님이 어디서 다 썪은 자전거를 주워서 또 뭔 청승이래요?"

나의 속내를 알 리가 없는 마눌인지라 그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움하하하...이거? 내 보물일세..."

이따금 시간이 날 때마다 이 보물과 함께 '추억의 라이딩" 을 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그나저나 발전기와 전조등을 구해서 달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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