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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뼈 금간 경험

키노2005.07.18 21:41조회 수 55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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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빠링 당하면 일단 엄청 쪽팔립니다. 뼈 부러지고, 살 파여서 아픈 것보다는 넘어져서 쪽팔린 게 더 아프다는..

앞뒤도 안 살피고 좌향좌 혹은 유턴 하려는 한 노인네를 살짝 피하려다가 급제동도 안했는데 거의 정지 상태에서 앞으로 콕 고꾸라진 적이 있습니다. 하천으로 내려가는 길목 바로 아래에 모래가 얄팍하게 깔렸더군요. 그 모래에 앞바퀴는 맥을 못추더군요. 핸들이 저절로 팽 돌더라는.

그날 밤 엄청 아팠습니다. 밤새 고통에 한숨도 못잤죠. 그런 아픔은 정말이지 첨이었습니다. 손목이 팅팅 부었더군요. 깁스했습니다. 완치 4달.

잔차 타고 싶어서 한달만에 집에서 그 딱딱한 깁스를 혼자서 낑낑 풀었습니다. 가위 부러지고, 칼 부러지고..

어쨌든 아픈 팔로 라이딩 나갔죠. 그러다가 완만한 내리막에 완만한 코너링이 나타났습니다. 깁스 기간중에 남들 투어 후기만 들여다봤습니다. 갑자기 내리막 코너링에서 속도 높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어느 라이더의 글이 떠오르더군요. 바로 이거다 싶었죠.

평소에 사람도 없고, 그다지 위험하지도 않은 길이었습니다. 아픈 팔이 두려움에 떨었지만 레드불 램페이지는 절벽에서도 떨어지는데 뭐 그까짓 거 죽기 아니면 살기 심정이었습니다. 궁둥이를 뒤로 빼고 스템에 고개 처박고 막 밟았죠.

근데 내리막 코너링에서 인라인 탄 할아버지 한 분이 한달 전 상황과 똑같이 앞뒤도 안 살피고 일행과 이야기하며 좌향좌 뒤통수 보이며 도로를 횡으로 가로지르더군요. 아 띠바. 욕 나오더군요. 브레이크 잡자니 슈퍼맨처럼 날아오를 게 뻔한 상황.

정말이지 죽는줄 알았습니다. 나도 죽고, 할아버지도 죽고.

깁스 기간 중 어떤 동영상 보니까 스킨스쿠버 즐기던 어떤 여성이 상어에게 허벅지까지 물어 뜯기는 끔찍한 다큐 장면이 있더군요.

상어가 뭐 알겠습니까. 지 할일 한 거죠. 놀다 보면 사고도 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사고인 거죠.

만약 제가 그 할아버지를 죽였다고 해서 그 할아버지의 가족들이 제 멱살을 잡았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만약 그 할아버지가 어른이 아니라 어린 아이였다면. 당연히 제가 죽일 놈입니다. 어린 아이야 생 자체가 랜덤모드니까 잔차 타고 속도 낸 제가 그저 죽일 놈이죠.

하지만 어른이 앞뒤도 안 살피고 조심성없이 굴었다면... 저도 억울한 거죠. 그 길은 위험한 길이 아니라니까요. 어느 라이더이든 속도내고 싶어하는 길이었거든요.

사고의 책임이야 백프로 잔차를 타고 속도를 낸 저의 책임이지만, 앞뒤도 안 살핀 책임은 그 어른이 져야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안 알아주는 거겠지만.

만약 제 아이가 앞뒤 안살피고 놀다가 잔차에 받쳐서 크게 다쳤다면 그 잔차 탄 사람 원망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아버지가 앞뒤 안살피고 놀다가 잔차에 받쳐서 크게 다쳤다면 그 잔차 탄 사람은 원망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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