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청죽님 무사히 다녀오셨군요!!
글이올라오길 기다리고있었습니다 ㅎㅎ
><font color= darkgreen>[전야]
>
>일산행라이딩을 마치고 나서 결국 날밤을 새신 몸으로 대전행 잔차질을 감행하신 장미란 별명을 가진 거구의 사나이가 있다. 올라갈 때 내가 심심할 거라고 서울에서 이 먼 대전까지 이백킬로를 죽도록 달려온 그의 충혈된 눈을 보니 못내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다시 올라갈 생각에 바짝 쫄다. 저녁식사와 생맥주 한잔씩을 나누고 숙부님을 뵈러 가신다는 장미님을 보냄(20: 30). 그동안 못만나본 사촌들을 찾아 서대전 시내를 쏘다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니 조금은 자두어야겠다는 마음에 초조함을 느낌.
>
>휴가철을 맞아서 그런지 준비다 뭐다 복잡한 이집 저집의 분위기 때문인 탓도 있었거니와 자고가라는 걸 굳이 뿌리치고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의 사무실 소파에서 장미님 오실 때까지 잠을 청하기로 한 이유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나와야 한다는 미안함을 면하고자 한 때문이기도 했으나 커다란 오산이었음. 잡을 때 편한 잠을 잘껄..아흐흑...
>
>사무실앞 대로를 지나는 대형차량들의 굉음에 눈말똥. 잠시 일어나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도 하다. 걱정반,기대반에 신경이 예민한 탓인지 결국 두어시간을 뒤척거리다 04시쯤 일어나 사무실 불을 켜고 장미님을 기다림. 피로회복이 안돼서 출발을 연기하자는 장미님의 모습을 기대함..큭큭.
>
>
>[출발]
>
>04시 50분에 문을 똑똑 두드리는 장미님과 다시 만나 모닝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오전 다섯시 정각에 서울로 출발하다. 아직은 어두운 도로로 나서자 방향치인 내가 어제 온 길이 기억날 리 만무라 지나는 차를 잡아 1번국도로 나가는 방향을 물은 뒤에 차량의 통행이 뜸한 시간인지라 나란히 바깥차선으로 주행함.
>
>
>[잔머리]
>
>일번국도로 들어와 장미님을 앞세우고 일렬로 달리다. 장미님을 앞세운 이유는 간단했다.대체로 덤프트럭 등의 대형차량들의 경우 오르막이 약하단 걸 알았기 때문에 차라리 장미님의 페이스대로 따라가는 것이 낫겠다 싶어 내딴엔 잔머리를 굴린 것인데 이것도 오산. 어지간한 오르막에서도 20km/h 아래로 속도를 늦추는 법이 없는 장미님. 이거 단단히 걸렸다. 우리 둘의 모습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씩씩한 덮프트럭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쭈글쭈글한 소형 승용차'였다. 아~ 잔머리의 말로여.....
>
>
>[짙은 안개]
>
>조치원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니 살짝 낀 안개가 갈수록 짙어져 나중엔 고글에 달라붙어 어둡고 뿌연 것이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황급히 고글을 벗다. 안개가 낭만이었던 시절은 이미 옛이야기다. 새하얀 안개를 채집해 응결시키면 흡사 석탄처럼 아주 시커먼 물이다. 갈수록 안개가 짙어진다. 우측으로 난 진입로와 진출로를 지날 땐 정말 긴장이 된다. 후방을 보고 조심은 하지만 안개속에서 느닷없이 차들이 나타날까 여간 조바심이 나는 게 아니다. 그래도 요즘은 차량운전자들의 인식이 예전보단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서행운전을 하는 차량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안개속을 미친듯 질주하는 차량을 빼고는..
>
>"청죽님요..경치구경을 하고 시픈디..도무지 사위가 뿌연 것이 속상합니다"
>
>"누가 아니랍니까.. 거 나중에 충청도 가봐야 희멀겋기만 하고 볼 것이 없다고 소문내지 마슈..ㅋㅋ"
>
>어차피 오늘중으로 서울에 들어서야 하니 주마간산이 될 거야 예상한 바였지만 그나마 그것도 허락되지 않으니 낭만 어쩌구 하며 회자되는 안개가 우리에겐 야속하기만 하다.
>
>
>[복숭아향기의 유혹]
>
>드디어 조치원이다. 짙은 안개속에 누가 흩뿌려놓았나 복숭아의 짙은 향내가 코를 간지럽힌다. 장미님과 난 이구동성으로 "캬~ 향기가 너무 좋네요" 하면서 달리다 결국 그 감미로운 복숭아향의 유혹에서 더 이상 벗어나지 못하고 발이 묶이고 말았다.
>
>"청죽님 복숭아향기 정말 죽입니다. 우리 한개씩 먹고 가죠?"
>
>"네 좋지요..그참 복숭아향기가 이렇게 사람을 유혹하다니요"
>
>국도변으로 죽 늘어선 복숭아를 파는 집들 중 문을 불이 켜진 집을 골라서 잔차를 대고 보니 복숭아는 탐스럽게 진열돼 있는데 사람이 없다. 큰소리로 몇차례 불러도 기척이 없자 장미님은 한쪽에 골라놓은 썩고 벌레먹은 복숭아를 골라서 잡으시더니 뒤쪽에 설치해 놓은 수도꼭지를 틀어 씻은 다음 과도로 대충 못먹을 부분을 다듬은 뒤에 잘라서 먹으라고 준다. 짙은 안개속에서 이른 아침에 먹는 벌레먹은 복숭아의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도중에 주인장을 큰소리로 간혹 불러가며 한개 두개 먹다 보니 벌써 네개나 나누어 먹었는데 주인은 어딜 갔는지 아직도 소식이 없다.
>
>"청죽님..이거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는데 그냥 가자니 주인이 느닷없이 나타나 '복숭아도둑이야~"할 것 같아서 갈 수도 없네요..ㅋㅋ"
>
>"누가 아니랍니까? 그나 저나 이제 배가 불러서 주인이 와도 눈치가 눈치인지라 사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정작 사서 먹다가 배불러서 토하지나 않을지 걱정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주인 아주머니가 드디어 왔다. 비교적 상태가 깨끗하고 커다란 것으로 네개를 골라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한개씩을 더 먹고 나머진 장미님 배낭에 꾸려 넣고 쥔장에게 우리가 먹은 걸 모두 자백하고 가격을 물으니 시골 아주머니 쭈뼛거리며 "얼마를 받아야 되남유.."하시며 통 말을 못하시기에 삼천원을 지불하고 길을 재촉했다. 장미님과 청죽을 총각으로 보시는 그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음프프.
>에휴~ 그나저나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
>
>[청국장]
>
>조치원을 지났는데 안개는 걷힐 줄 모른다. 어제 서울사람과 통화를 했는데 일기예보에 호우주의보까지 내렸다는데 나의 경험으로 보아 안개가 낀 날엔 여간해서 비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비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 안개나 빨리 걷혔으면 좋겠다. 아침식사를 할 만한 장소를 찾으나 별로 없다. 계속 달리다 보니 조치원과 전의 사이 도로변에 청국장집이 보인다. 집에서 담은 청국장인지 정말 맛이 있었다.
>
>약간 퀴퀴한 냄새가 가게에서 파는 청국장 보다 더 나면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그래 바로 이맛이야.' 주인아주머니가 엄연히 있는데도 부지런하신 장미님은 밥도 직접 퍼서 나르고 반찬도 상에 가져다 나르시고 물도 나르시고 셀프서빙에 열심이시다. 아무튼 장미님의 남을 배려하는 세심한 마음씀씀이가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
>"아이구 피곤하지도 않으신가베..."
>"제가 이런 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아주 익숙합니다 청죽님."
>"그래두 그렇지 좀 쉬시지 않구요"
>
>맛있는 청국장을 다 먹고 나서 주인아주머니께 누룽지를 청하니 장미님의 부지런함에 반하셨나 주인아주머니 냉큼 구수한 누룽지 두사발을 내오신다. 캬~ 구수한 누룽지라니 배가 부른데도 정말 감칠 맛이다. 식사후 커피를 한잔씩 청하다 말고 장미님은 커피까지 직접 타신다. 자판기가 밖에 있는데도 장미님 비법으로 배합하여 조제한 커피라 맛이 특별했다. 커피를 마시고 밖에 나와 시멘트 턱에 걸터앉아 내가 끄덕끄덕 졸고있는 틈을 이용하여 장미님은 화장실로 가시더니 드디어 반바지를 벗어던지고 쫄바지로 갈아입고 나오신다. 좀 쑥스러워서 그렇지 기능면에서 본다면 쫄바지야 말로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잔차와의 궁합이 딱이다. 자 또 출발이다. 졸음이여 물럿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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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의 치열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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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대체로 20킬로를 주행하고 나서 잠시 휴식을 했는데 안개가 슬슬 걷히기 시작하더니 천안을 지나면서 이글거리는 태양이 고개를 내밀고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탈수가 심해 십여킬로정도 가다가 수분을 섭취하기 위하여 잠시 멈추고 물을 마시곤 했다. 잠시 설 때마다 아스팔트에서 치밀어 오르는 열기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당키 힘들다. 시가지 주행은 그래서 우리에겐 고문이었다. 교차로 신호등마다 멈추어 서야 했으니 말이다. 옛말에 '별러서 고르고 고른 색시가 곰보'라더니 잔차를 타기 시작한 뒤로 첫 장거리 라이딩으로 택한 시기가 하필이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칠월말이라니 원... 나도 나이지만 그 멍충이를 쫓아서 날밤을 새고 내려오신 장미님을 보면...ㅋㅋㅋ 우린 영락없는 덤&더머다.
>
>
>[잔차를 향한 애틋한 심정]
>
>잔차는 말이 없이 달린다. 아마 발이(타이어) 닿는 아스팔트가 너무나 뜨거워 타이어가 녹아붙을 지경일 것이나 주인이 가자고 하니 말없이 달리기만 한다. 그런 잔차가 이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차체를 툭툭 쳐본다. 만난 뒤로 날 태우고 오만킬로 이상을 질주한 나의 애마다. 올 때 깜빡 잊고 체인에 기름을 먹이는 걸 잊었다.
>
>'잔차여..나의 애마여. 얼마나 덥겠느냐...그래도 네 앞에 달려가는 스캇풀샥이란 놈을 봐라. 놈은 저 육중한(푸헤헤) 주인을 태우고 어제 낮의 땡볕 속을 200킬로 남짓 달려오고 별로 쉬지도 못하고 오늘 또 저렇게 달린단다. 그래도 넌 주인인 내가 깡마른 데다가 하루를 쉬었으니 좀 나을 거야. 아무튼 힘을 내려무나'
>
>
>[콩국수의 시원함에 빠지다]
>비몽사몽 천안을 지나고 평택을 지나서 죽어라 달리다 열두시 반쯤 되어 병점 못미쳐에 있는 커다란 한식당에 들렸는데 소재지를 물으니 경기도 화성이란다. 콩국수 곱배기를 시켰는데 너무 많은 거 같아 장미님께 덜어드리고 나서 소금을 적당히 뿌리고 휘휘 저어서 먹는데 장미님께 덜어드린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감칠맛이 난다. 아흐~ .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시고 나니 배가 불러 움직이기도 어렵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나니 졸음이 다시 엄습한다. 어쨋든 서울로 가야 한다. 출발이다. 힘내라 덤 앤 더머.
>
>
>[드디어 서울에 도착 -- 에고고~ 장미님..ㅠㅠ]
>
>수원시내를 관통하면서 교차로에 걸릴 때마다 까무라칠 정도로 열기가 올라와 견딜 수가 없다. 잠시 대로를 벗어나 쭐쭐바(에휴..특정상품 광고란 의혹의 눈길을 벗으려..)를 하나씩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여태 오다가 하행길을 달리는 잔차인을 몇팀 만났다.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그때마다 도로 건너편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수고하십니다"라고 커다랗게 소릴 지르곤 했다. 정신나간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많으니 소외감은 덜 든다. 푸헷헷. 정신없이 페달을 밟는 중에 장미님께서 손으로 어딜 가리키시며 '저기가 바로 그 유명한 광교산입니다" 하신다. 시간만 여유가 있으면 한 번 올라가서 광교산 약숫물도 맛보았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페달을 밟으려니 못내 섭섭했다.
>
>수원을 지나고 의왕시를 지나고 안양시를 넘어 시흥에 들어섰다. 한참을 달리다 철길을 넘는 고가도로가 있어 안양천으로 진입하고자 거길 넘은 다음에 반대편으로 다시 넘어오다가 중간에 진입로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데 앞서 가시던 장미님께서 당연히 내려서 끌고 가시려니 생각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그대로 타신채로 우당탕 내려가시는 것이 아닌가. 장미님 주특기인 걸 알긴 알았지만 이틀동안 400km의 장거리주행 뒤끝이라 너무도 놀라서 조바심을 내는 순간 아뿔사 중심이 흐트러진 장미님께서 넘어지시고 말았다. 놀라 뛰어가니 일어난 장미님 왈,
>
>"에고고..청죽님 제가 계단에서 난생 처음 넘어졌네요. 제가 정신이 없었나 브레이크를 잡으면 안되는 걸 뻔히 알면서 그만 잡고 말았네요..ㅋㅋ"
>
>그 상황에서 웃다니...
>기가 막혀서 상처를 요리조리 살펴보니 체인에 여기 저기 긁혔는지 정강이에 피가 흐른다. 뒤를 따르다 본 바로는 앞으로 넘어가 뒤집어지신 것은 아니고 천만다행으로 중심을 잡고 옆으로 넘어지셨으니 큰 부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찌나 불안한지 도로 시내로 나가서 응급처치를 하고 가자고 하니 장미님은 긁힌 것일 뿐 아무렇지도 않다며 부득부득 그냥 가자고 우기신다. 무사히 서울까지 거진 다 와서 하늘에 감사를 드리는 순간이었는데....장미님도 아마 방심하셨으리라. 계속 이리 저리 움직여보라며 걱정하자 긁힌 부분만 따끔거릴 뿐 움직이는 덴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앞서서 가시기에 풀이 잔뜩 죽어서 따라갔다.
>
>안양천변에 설치한 수돗가가 나오기에 상처를 씻고 보니 깊은 상처는 아닌듯 보였다. 그래도 못내 불안하다. 늘 비상구급약을 가지고 다니는 성격인데 왜 이번엔 구급약들을 챙겨오지 않았는지 내자신이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상처 부위를 대충 말리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데 장미님께선 그 와중에도 나의 물통이 이미 바닥이 난 걸 신경쓰시며 생수를 사서 얼음을 깨뜨려 물통을 채워주시느라 바쁘셨으니...ㅠㅠ. 곰살맞고 희생정신이 강한 장미님의 아름다운 품성은 나중에 복을 받아도 크게 받으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마운 장미님. 더위에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갔던 저를 용서하시길...
>
>
>
>[의정부 가는 길]
>
>이윽고 오후 네시경 한강에 들어서서 얼마를 달리다 서강대교 아래서 장미님과 헤어졌다. 배가 나온 사람은 장거리에 약할 것이란 선입감을 여지없이 깨뜨리신 장미님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의정부에 도착하는 대로 꼭 전화를 달라는 장미님의 신신당부..에고..그래도 장미님은 남의 걱정만 계속하신다.에고 눈시울이...
>
>난 의정부가 그렇게 먼 지방도시란 걸 새삼 알았다. 비몽사몽 가긴 가는데 도무지 거리가 줄지 않는다. 여의도를 지나고 잠실을 지나고 한양대 앞에 도달하니 부산에서 올라오셨다는 커피아주머니가 계셨다. 난 그아주머니의 단골손님이다. 미주알 고주알 살아오신 여정을 이야기하시는 걸 자주 들어드리다 보니 가기만 하면 그렇게 반갑게 맞아주신다. 철도청에 다니다 퇴직한 아저씨가 퇴직금을 사기당한 이야기며, 실의에 빠진 그 남편을 살리고자 아이들을 서울에 남겨두고 울릉도로 건너가서 8년을 지낸 이야기들을 손님도 없는 추운 겨울날 매서운 중랑천 바람을 맞으며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래 전이니 세월도 참 빠르다.
>
>하루 스무잔을 넘게 마시는 커피광인지라 들리는 곳마다 커피아저씨니, 커피선생이니 별명이 붙었다. 날 들에 놓아먹이는 마눌의 전화는 안오는데 구여운 딸에게선 수시로 전화가 온다. 보나마나 그 마눌님은 딸아이를 시켜서 걱정을 덜어보려는 심사인 걸 내 모르는 바가 아니다.ㅋㅋ
>
>"아빠~ 언제 와?"
>
>"오잉? 우리 곰실이? 글쎄다..평소 같으면 두시간 거린데...댓시간 걸릴 것 같당..아흐흐.."
>
>"응..알써..아빠..조심조심 천천히 와 알았지?"
>
>"그랴 그랴..울 곰실이 보구잡다"
>
>곰실이란 내가 일찌감치 붙인 딸아이의 별명이다. 녀석이 아기때 밤에 잠자는 나의 배와 다리 머리 할 것없이 하도 곰실곰실 타고 넘어다녀서 붙인 별명이다. 하늘이 내게 내린 축복인 그녀석이 벌써 고등학생이 됐다. 석계역에서 또 퍼져서 망연자실 앉아있으려니 한양대쯤에서 통화를 했던 교수님이 짠~ 하고 나타나시는 것이 아닌가..
>
>"아이고..여길 어떻게"
>
>"지치셨을 것 같아서 마중을 나온 거유..좌우간 대단하시우.."
>
>교수님의 응원 속에 다시 일어나 페달을 밟아 의정부로 향했다. 석계굴다리에서 집에까지 고작 16킬로인데 50킬로도 더 되는 것처럼 까마득하다. 집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되었다.
>
>대전-의정부간 총 주행거리는 223킬로가 나왔다.
>
> 평소 두시간 거리를 두배나 걸려서 왔다.도착하자 마자 장미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리곤 급한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갔다 와서 보니 열두시다. 다시 샤워를 하고 그대로 뻗었다가 오늘 아침에 잠시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뻗었다가 일어나니 오후 여섯시다. 에효효..얼마를 잔겨...18시간을 내리 잤나 보다.
>
>잔차인 여러분 무사히 다녀와서 신고합니다. 충성~!
>
>더위에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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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올라오길 기다리고있었습니다 ㅎㅎ
><font color= darkgreen>[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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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행라이딩을 마치고 나서 결국 날밤을 새신 몸으로 대전행 잔차질을 감행하신 장미란 별명을 가진 거구의 사나이가 있다. 올라갈 때 내가 심심할 거라고 서울에서 이 먼 대전까지 이백킬로를 죽도록 달려온 그의 충혈된 눈을 보니 못내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다시 올라갈 생각에 바짝 쫄다. 저녁식사와 생맥주 한잔씩을 나누고 숙부님을 뵈러 가신다는 장미님을 보냄(20: 30). 그동안 못만나본 사촌들을 찾아 서대전 시내를 쏘다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니 조금은 자두어야겠다는 마음에 초조함을 느낌.
>
>휴가철을 맞아서 그런지 준비다 뭐다 복잡한 이집 저집의 분위기 때문인 탓도 있었거니와 자고가라는 걸 굳이 뿌리치고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의 사무실 소파에서 장미님 오실 때까지 잠을 청하기로 한 이유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나와야 한다는 미안함을 면하고자 한 때문이기도 했으나 커다란 오산이었음. 잡을 때 편한 잠을 잘껄..아흐흑...
>
>사무실앞 대로를 지나는 대형차량들의 굉음에 눈말똥. 잠시 일어나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도 하다. 걱정반,기대반에 신경이 예민한 탓인지 결국 두어시간을 뒤척거리다 04시쯤 일어나 사무실 불을 켜고 장미님을 기다림. 피로회복이 안돼서 출발을 연기하자는 장미님의 모습을 기대함..큭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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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
>04시 50분에 문을 똑똑 두드리는 장미님과 다시 만나 모닝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오전 다섯시 정각에 서울로 출발하다. 아직은 어두운 도로로 나서자 방향치인 내가 어제 온 길이 기억날 리 만무라 지나는 차를 잡아 1번국도로 나가는 방향을 물은 뒤에 차량의 통행이 뜸한 시간인지라 나란히 바깥차선으로 주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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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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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국도로 들어와 장미님을 앞세우고 일렬로 달리다. 장미님을 앞세운 이유는 간단했다.대체로 덤프트럭 등의 대형차량들의 경우 오르막이 약하단 걸 알았기 때문에 차라리 장미님의 페이스대로 따라가는 것이 낫겠다 싶어 내딴엔 잔머리를 굴린 것인데 이것도 오산. 어지간한 오르막에서도 20km/h 아래로 속도를 늦추는 법이 없는 장미님. 이거 단단히 걸렸다. 우리 둘의 모습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씩씩한 덮프트럭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쭈글쭈글한 소형 승용차'였다. 아~ 잔머리의 말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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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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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니 살짝 낀 안개가 갈수록 짙어져 나중엔 고글에 달라붙어 어둡고 뿌연 것이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황급히 고글을 벗다. 안개가 낭만이었던 시절은 이미 옛이야기다. 새하얀 안개를 채집해 응결시키면 흡사 석탄처럼 아주 시커먼 물이다. 갈수록 안개가 짙어진다. 우측으로 난 진입로와 진출로를 지날 땐 정말 긴장이 된다. 후방을 보고 조심은 하지만 안개속에서 느닷없이 차들이 나타날까 여간 조바심이 나는 게 아니다. 그래도 요즘은 차량운전자들의 인식이 예전보단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서행운전을 하는 차량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안개속을 미친듯 질주하는 차량을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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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죽님요..경치구경을 하고 시픈디..도무지 사위가 뿌연 것이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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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니랍니까.. 거 나중에 충청도 가봐야 희멀겋기만 하고 볼 것이 없다고 소문내지 마슈..ㅋㅋ"
>
>어차피 오늘중으로 서울에 들어서야 하니 주마간산이 될 거야 예상한 바였지만 그나마 그것도 허락되지 않으니 낭만 어쩌구 하며 회자되는 안개가 우리에겐 야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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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향기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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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조치원이다. 짙은 안개속에 누가 흩뿌려놓았나 복숭아의 짙은 향내가 코를 간지럽힌다. 장미님과 난 이구동성으로 "캬~ 향기가 너무 좋네요" 하면서 달리다 결국 그 감미로운 복숭아향의 유혹에서 더 이상 벗어나지 못하고 발이 묶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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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죽님 복숭아향기 정말 죽입니다. 우리 한개씩 먹고 가죠?"
>
>"네 좋지요..그참 복숭아향기가 이렇게 사람을 유혹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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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변으로 죽 늘어선 복숭아를 파는 집들 중 문을 불이 켜진 집을 골라서 잔차를 대고 보니 복숭아는 탐스럽게 진열돼 있는데 사람이 없다. 큰소리로 몇차례 불러도 기척이 없자 장미님은 한쪽에 골라놓은 썩고 벌레먹은 복숭아를 골라서 잡으시더니 뒤쪽에 설치해 놓은 수도꼭지를 틀어 씻은 다음 과도로 대충 못먹을 부분을 다듬은 뒤에 잘라서 먹으라고 준다. 짙은 안개속에서 이른 아침에 먹는 벌레먹은 복숭아의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도중에 주인장을 큰소리로 간혹 불러가며 한개 두개 먹다 보니 벌써 네개나 나누어 먹었는데 주인은 어딜 갔는지 아직도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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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죽님..이거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는데 그냥 가자니 주인이 느닷없이 나타나 '복숭아도둑이야~"할 것 같아서 갈 수도 없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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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니랍니까? 그나 저나 이제 배가 불러서 주인이 와도 눈치가 눈치인지라 사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정작 사서 먹다가 배불러서 토하지나 않을지 걱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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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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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주머니가 드디어 왔다. 비교적 상태가 깨끗하고 커다란 것으로 네개를 골라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한개씩을 더 먹고 나머진 장미님 배낭에 꾸려 넣고 쥔장에게 우리가 먹은 걸 모두 자백하고 가격을 물으니 시골 아주머니 쭈뼛거리며 "얼마를 받아야 되남유.."하시며 통 말을 못하시기에 삼천원을 지불하고 길을 재촉했다. 장미님과 청죽을 총각으로 보시는 그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음프프.
>에휴~ 그나저나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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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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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을 지났는데 안개는 걷힐 줄 모른다. 어제 서울사람과 통화를 했는데 일기예보에 호우주의보까지 내렸다는데 나의 경험으로 보아 안개가 낀 날엔 여간해서 비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비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 안개나 빨리 걷혔으면 좋겠다. 아침식사를 할 만한 장소를 찾으나 별로 없다. 계속 달리다 보니 조치원과 전의 사이 도로변에 청국장집이 보인다. 집에서 담은 청국장인지 정말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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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퀴퀴한 냄새가 가게에서 파는 청국장 보다 더 나면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그래 바로 이맛이야.' 주인아주머니가 엄연히 있는데도 부지런하신 장미님은 밥도 직접 퍼서 나르고 반찬도 상에 가져다 나르시고 물도 나르시고 셀프서빙에 열심이시다. 아무튼 장미님의 남을 배려하는 세심한 마음씀씀이가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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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피곤하지도 않으신가베..."
>"제가 이런 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아주 익숙합니다 청죽님."
>"그래두 그렇지 좀 쉬시지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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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청국장을 다 먹고 나서 주인아주머니께 누룽지를 청하니 장미님의 부지런함에 반하셨나 주인아주머니 냉큼 구수한 누룽지 두사발을 내오신다. 캬~ 구수한 누룽지라니 배가 부른데도 정말 감칠 맛이다. 식사후 커피를 한잔씩 청하다 말고 장미님은 커피까지 직접 타신다. 자판기가 밖에 있는데도 장미님 비법으로 배합하여 조제한 커피라 맛이 특별했다. 커피를 마시고 밖에 나와 시멘트 턱에 걸터앉아 내가 끄덕끄덕 졸고있는 틈을 이용하여 장미님은 화장실로 가시더니 드디어 반바지를 벗어던지고 쫄바지로 갈아입고 나오신다. 좀 쑥스러워서 그렇지 기능면에서 본다면 쫄바지야 말로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잔차와의 궁합이 딱이다. 자 또 출발이다. 졸음이여 물럿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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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의 치열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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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대체로 20킬로를 주행하고 나서 잠시 휴식을 했는데 안개가 슬슬 걷히기 시작하더니 천안을 지나면서 이글거리는 태양이 고개를 내밀고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탈수가 심해 십여킬로정도 가다가 수분을 섭취하기 위하여 잠시 멈추고 물을 마시곤 했다. 잠시 설 때마다 아스팔트에서 치밀어 오르는 열기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당키 힘들다. 시가지 주행은 그래서 우리에겐 고문이었다. 교차로 신호등마다 멈추어 서야 했으니 말이다. 옛말에 '별러서 고르고 고른 색시가 곰보'라더니 잔차를 타기 시작한 뒤로 첫 장거리 라이딩으로 택한 시기가 하필이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칠월말이라니 원... 나도 나이지만 그 멍충이를 쫓아서 날밤을 새고 내려오신 장미님을 보면...ㅋㅋㅋ 우린 영락없는 덤&더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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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를 향한 애틋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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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는 말이 없이 달린다. 아마 발이(타이어) 닿는 아스팔트가 너무나 뜨거워 타이어가 녹아붙을 지경일 것이나 주인이 가자고 하니 말없이 달리기만 한다. 그런 잔차가 이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차체를 툭툭 쳐본다. 만난 뒤로 날 태우고 오만킬로 이상을 질주한 나의 애마다. 올 때 깜빡 잊고 체인에 기름을 먹이는 걸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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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여..나의 애마여. 얼마나 덥겠느냐...그래도 네 앞에 달려가는 스캇풀샥이란 놈을 봐라. 놈은 저 육중한(푸헤헤) 주인을 태우고 어제 낮의 땡볕 속을 200킬로 남짓 달려오고 별로 쉬지도 못하고 오늘 또 저렇게 달린단다. 그래도 넌 주인인 내가 깡마른 데다가 하루를 쉬었으니 좀 나을 거야. 아무튼 힘을 내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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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의 시원함에 빠지다]
>비몽사몽 천안을 지나고 평택을 지나서 죽어라 달리다 열두시 반쯤 되어 병점 못미쳐에 있는 커다란 한식당에 들렸는데 소재지를 물으니 경기도 화성이란다. 콩국수 곱배기를 시켰는데 너무 많은 거 같아 장미님께 덜어드리고 나서 소금을 적당히 뿌리고 휘휘 저어서 먹는데 장미님께 덜어드린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감칠맛이 난다. 아흐~ .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시고 나니 배가 불러 움직이기도 어렵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나니 졸음이 다시 엄습한다. 어쨋든 서울로 가야 한다. 출발이다. 힘내라 덤 앤 더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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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울에 도착 -- 에고고~ 장미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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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내를 관통하면서 교차로에 걸릴 때마다 까무라칠 정도로 열기가 올라와 견딜 수가 없다. 잠시 대로를 벗어나 쭐쭐바(에휴..특정상품 광고란 의혹의 눈길을 벗으려..)를 하나씩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여태 오다가 하행길을 달리는 잔차인을 몇팀 만났다.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그때마다 도로 건너편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수고하십니다"라고 커다랗게 소릴 지르곤 했다. 정신나간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많으니 소외감은 덜 든다. 푸헷헷. 정신없이 페달을 밟는 중에 장미님께서 손으로 어딜 가리키시며 '저기가 바로 그 유명한 광교산입니다" 하신다. 시간만 여유가 있으면 한 번 올라가서 광교산 약숫물도 맛보았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페달을 밟으려니 못내 섭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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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지나고 의왕시를 지나고 안양시를 넘어 시흥에 들어섰다. 한참을 달리다 철길을 넘는 고가도로가 있어 안양천으로 진입하고자 거길 넘은 다음에 반대편으로 다시 넘어오다가 중간에 진입로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데 앞서 가시던 장미님께서 당연히 내려서 끌고 가시려니 생각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그대로 타신채로 우당탕 내려가시는 것이 아닌가. 장미님 주특기인 걸 알긴 알았지만 이틀동안 400km의 장거리주행 뒤끝이라 너무도 놀라서 조바심을 내는 순간 아뿔사 중심이 흐트러진 장미님께서 넘어지시고 말았다. 놀라 뛰어가니 일어난 장미님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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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고..청죽님 제가 계단에서 난생 처음 넘어졌네요. 제가 정신이 없었나 브레이크를 잡으면 안되는 걸 뻔히 알면서 그만 잡고 말았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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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에서 웃다니...
>기가 막혀서 상처를 요리조리 살펴보니 체인에 여기 저기 긁혔는지 정강이에 피가 흐른다. 뒤를 따르다 본 바로는 앞으로 넘어가 뒤집어지신 것은 아니고 천만다행으로 중심을 잡고 옆으로 넘어지셨으니 큰 부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찌나 불안한지 도로 시내로 나가서 응급처치를 하고 가자고 하니 장미님은 긁힌 것일 뿐 아무렇지도 않다며 부득부득 그냥 가자고 우기신다. 무사히 서울까지 거진 다 와서 하늘에 감사를 드리는 순간이었는데....장미님도 아마 방심하셨으리라. 계속 이리 저리 움직여보라며 걱정하자 긁힌 부분만 따끔거릴 뿐 움직이는 덴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앞서서 가시기에 풀이 잔뜩 죽어서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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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변에 설치한 수돗가가 나오기에 상처를 씻고 보니 깊은 상처는 아닌듯 보였다. 그래도 못내 불안하다. 늘 비상구급약을 가지고 다니는 성격인데 왜 이번엔 구급약들을 챙겨오지 않았는지 내자신이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상처 부위를 대충 말리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데 장미님께선 그 와중에도 나의 물통이 이미 바닥이 난 걸 신경쓰시며 생수를 사서 얼음을 깨뜨려 물통을 채워주시느라 바쁘셨으니...ㅠㅠ. 곰살맞고 희생정신이 강한 장미님의 아름다운 품성은 나중에 복을 받아도 크게 받으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마운 장미님. 더위에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갔던 저를 용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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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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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오후 네시경 한강에 들어서서 얼마를 달리다 서강대교 아래서 장미님과 헤어졌다. 배가 나온 사람은 장거리에 약할 것이란 선입감을 여지없이 깨뜨리신 장미님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의정부에 도착하는 대로 꼭 전화를 달라는 장미님의 신신당부..에고..그래도 장미님은 남의 걱정만 계속하신다.에고 눈시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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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의정부가 그렇게 먼 지방도시란 걸 새삼 알았다. 비몽사몽 가긴 가는데 도무지 거리가 줄지 않는다. 여의도를 지나고 잠실을 지나고 한양대 앞에 도달하니 부산에서 올라오셨다는 커피아주머니가 계셨다. 난 그아주머니의 단골손님이다. 미주알 고주알 살아오신 여정을 이야기하시는 걸 자주 들어드리다 보니 가기만 하면 그렇게 반갑게 맞아주신다. 철도청에 다니다 퇴직한 아저씨가 퇴직금을 사기당한 이야기며, 실의에 빠진 그 남편을 살리고자 아이들을 서울에 남겨두고 울릉도로 건너가서 8년을 지낸 이야기들을 손님도 없는 추운 겨울날 매서운 중랑천 바람을 맞으며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래 전이니 세월도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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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스무잔을 넘게 마시는 커피광인지라 들리는 곳마다 커피아저씨니, 커피선생이니 별명이 붙었다. 날 들에 놓아먹이는 마눌의 전화는 안오는데 구여운 딸에게선 수시로 전화가 온다. 보나마나 그 마눌님은 딸아이를 시켜서 걱정을 덜어보려는 심사인 걸 내 모르는 바가 아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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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언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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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잉? 우리 곰실이? 글쎄다..평소 같으면 두시간 거린데...댓시간 걸릴 것 같당..아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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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알써..아빠..조심조심 천천히 와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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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랴 그랴..울 곰실이 보구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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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실이란 내가 일찌감치 붙인 딸아이의 별명이다. 녀석이 아기때 밤에 잠자는 나의 배와 다리 머리 할 것없이 하도 곰실곰실 타고 넘어다녀서 붙인 별명이다. 하늘이 내게 내린 축복인 그녀석이 벌써 고등학생이 됐다. 석계역에서 또 퍼져서 망연자실 앉아있으려니 한양대쯤에서 통화를 했던 교수님이 짠~ 하고 나타나시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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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여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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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셨을 것 같아서 마중을 나온 거유..좌우간 대단하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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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응원 속에 다시 일어나 페달을 밟아 의정부로 향했다. 석계굴다리에서 집에까지 고작 16킬로인데 50킬로도 더 되는 것처럼 까마득하다. 집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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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정부간 총 주행거리는 223킬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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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두시간 거리를 두배나 걸려서 왔다.도착하자 마자 장미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리곤 급한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갔다 와서 보니 열두시다. 다시 샤워를 하고 그대로 뻗었다가 오늘 아침에 잠시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뻗었다가 일어나니 오후 여섯시다. 에효효..얼마를 잔겨...18시간을 내리 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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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인 여러분 무사히 다녀와서 신고합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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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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