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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철티비의 추억

靑竹2005.08.09 16:56조회 수 59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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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도둑을 맞았지만 애지중지하던 철티비가 자그마치 23kg정도나 나가는 탱크였었습니다. 고놈을 타고 4년여의 세월을 산전수전공중전(앗..공중전은 아니다)을 치루며 누볐었지요. 당시 의정부-장암동 구간에 자전거도로가 없어서 말 그대로 출근길이 크로스컨트리였습니다. 모래밭,자갈길, 도랑, 풀밭,진흙길 등 언덕길 빼곤 꽤 갖춘(?) 코스였지요. 도로로 다니다가 대형화물차에게 아찔한 경험을 하고부턴 길이 험해도 늘 길도 없는 곳으로 헤메고 출퇴근을 했더랬습니다.

비록 철티비였지만 헬멧, 장갑 등의 안전장구에 배낭까지 메고 다녔는데 장암동 근처에 월남전 참전용사인가 하는 단체에서 지은 가건물 아랫쪽으로 흐르던 개울을 건너다녔습니다. 보를 만들어놓아서 낙폭이 1~1.5m 정도 되어서 아랫쪽엔 물웅덩이가 제법 깊게 패여있었지요. 그런데 비라도 내리면 좁은 콘크리트로 된 보 위로 꽤 물이 흘러 잔차바퀴 절반 정도 담근채 타고 건너곤 했는데 어느날, 불어난 빗물에 씻겨내려 건너편에 생긴 30cm 정도의 흙둔덕을 어설픈 윌리동작으로 뛰어오르려다 중심을 잃고 아래의 웅덩이로 잔차를 얼싸안고 거꾸로 쳐박힌 기억이 새롭습니다..흑흑..

애마에 눌려서 물속에서 버둥거리다 갈증을 상당히 해소할 정도로 마신 중랑천 지류의 물맛은 꾸리꾸리 꾸질꾸질한 것이 별로란 생각이 들더군요..엣취...  당시 바로 위의 공터에 여나므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이 저의 그런 모습을 보고 배꼽을 잡는 것으로 보아 왜장을 얼싸안고 진주 남강으로 뛰어든 논개의 비장한 모습으로 보아주지는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었지요..또 흑흑..(이거 사내 대장부가 너무 자주 훌쩍인다..) 물에 쫄딱 젖은 생쥐(?)는 그래도 그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물에 젖은 손폰을 배낭에서 꺼내 배터리를 분리시키키고는 줄행랑을 쳤더랬습니다. 아이..팔려라~

더 큰 문제는 장마철에 생겼습니다. 출근길에 장대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 중랑천에 물이 불어서 안되겠다 싶어서 도로로 출근하다가 혹시나 해서 잔차도로가 있던 서울시 경계쯤의 중랑천에 접근해보니 물에 잠기긴 했어도 어슴푸레 잔차도로가 보이긴 하기에 바퀴가 잠겨서 가는 재미도 그럴듯하지 싶어서 무거운 철티비를 끌고 내려갔지요. 반쯤 잠긴 바퀴가 물살을 쏴아아 가르면서 가는 재미는 정말 죽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길이 꺼진 낮은지대를 통과하는 것이었는데 비록 수륙양용 잔차는 아니었지만 워낙 무거운 철티비인지라 '그까이 꺼 뭐 대충 허리춤까지 잠겨서도 페달만 밟으면 지가 안나가겠어?' 하는 돌발예측(돌머리에서 발생하는 예리한 측정)으로 무작정 밟았더랬습니다. 아이고~ 그런데 잔차가 허리춤까지 물에 잠기면서 부력이 생긴다는 걸 깜빡 잊었습니다. 앞으로 나가는 게 아니고 옆으로 슬슬 밀려가면서 잔차도로 옆으로 난 풀밭쪽으로 계속 게걸음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십여미터만 더 밀리면 큰일이다 싶어서 잔차도 구하고 저도 구하고자 자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잽싸게 돌머릴 굴렸지요. 방법은 무거운 잔차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것이었는데 신통하게도 디딘 발에 무게가 실리자 똑바로 설 수 있더군요.

당시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 몇이 비구경을 나오셨다가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꽤 놀라시더군요. "에그~ 저냥반이 큰일 나시려구" 하면서 혀들을 끌끌 차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도 혹시나 인천상륙작전을 하는 용감한 군바리의 모습으로 비치지나 않았을까 하는 저의 쬐끄만한 기대는 포기했지요.  다만 살기 위하여  둑방위로 탱크를 둘러메고 죽어라 상륙했었습니다.

오락가락 하는 비를 보니 떠오른 추억이었습니다.

공연히 흉내내지 마셔요.
중랑천이 의외로 위험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당시 전 의정부로 이사온 첫해라서 잘 몰라서 그랬답니다.

즐거운 라이딩 안전한 라이딩 즐기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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