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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국도에서 견과의 조우

첼로60002005.08.23 00:29조회 수 71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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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열심히 체력단련 중인 초보입니다.

밑에 글에 뱀 밟은 이야기가 있어 저도 오늘 있었던 식은땀 나는 경험을 적을까 합니다.

제가 연습코스를 정해놓고 매일 오후 저녁쯤에 체력훈련을 하는데요.

그중에서 절반은 아주 한적한 국도입니다. 편도 1차선에 주위에 논과 밭

오늘도 열심히 평균속도 기록을 깨기 위해 패달질을 거듭하며 가고 있는데 전방 백여미터 앞에 희뿌연 물체.....

그렇습니다. 아싸리 귀신이었으면 안무서웠을것을... 그것은 아주 큰 개였던 것입니다.
흰색 진돗개 처럼 생겼으나 꼬리 부분을 보니 축 쳐진것이 잡종처럼 보였습니다.

옆에 주인도 없이 개목걸이도 없이 정처없이 먹이를 찾아 떠도는 늑대처럼 그 녀석이 길건너 맞은편 전방에서 서서히 제 쪽으로 걸어오고 있지 뭡니까.
아주 쫄았습니다. 제가 원래 개를 별로 안무서워 하는데 그 개는 너무 커서, 그리고 제 자전거가 빨간색이라..... (전에 쪼맨한 잡종견 두마리가 제 자전거에 미쳐서 한번 쫓아온적이 있는 뒤로 개만 보면 긴장합니다.)

속도를 줄였습니다. 돌아깔까??? 그러기엔 제가 지나온 다운힐 구간을 업힐하기엔 너무나도 끔찍하여.... 그냥 천천히 갔습니다. 시속 5키로 정도로... 흥분 안시키려고

근데 이놈이 저를 떡 보더니 길 건너편에서 길을 건너서 제가 가는 쪽으로 넘어오지 뭡니까. 아앗.. 전 바로~~~~ 길을 건너 반대편으로 갔습니다.

그랬더니 이 넘이 슬슬 앞으로 가다가 뒤에 날 쳐다보고 좀 가다고 또 날 쳐다보고

전 아주 천천히 계속 아무렇지도 않은듯 전진하고 있었지만 머리속으로는
이놈이 덤벼들면 자전거를 방어막으로 하고 뒷바퀴로 밀어버릴까?
아니면 헬멧을 벗어서 철퇴휘두르듯이 확 휘둘러?
아니면 지금이라도 내려서 돌맹이를 집어던지면서 소리를 질러? (아냐 아냐 그러다가 더 흥분해서 덤비면... 지금 괜히 저녀석을 도발할 필요는 없어)
그냥 내려서 천천히 걸어갈까? 이상하게 개는 자전거만 보면 미쳐버리니... 쪽팔려도 끌바를 해버려?

서서히 개와 저와의 거리는 가까워 오고 20여 미터가 남았을까요?

이 놈이 무슨 생각인지 다시 길을 건너 제가 주행하던 쪽으로 오는 겁니다.

전 당연히!!!!!

다시 자전거를 획 돌려 반대편 차선 가로 이동했죠......

긴장은 흐리고 개는 아주 천천히 걸으며 저를 슬쩍 슬쩍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뭐야... 도대체. 날 무서워 해서 그러나??? 니도 내가 무서운 거야? 그런거야?
그러다가 확 덤벼들면 어쪄??? 난 처자식도 있는데.

그러던 중 자동차가 한대 뒤에서 접근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이거다. 개는 2차선 국도 반대편에 있으니 자동차가 지나갈때 개와 자동차, 그리고 내가 수평선이 되게 하면서 아주 미친듯이 스피드를 내버리는 거다.
그러면 그 녀석이 길을 건너 나에게 덤비지 못할것이고 나는 자동차와 함께 녀석을 뒤로 하고 도망칠수 있는 것이지.
순간 속도에서는 뒤지지만 일단 개가 나의 뒤로 붙은 뒤에는 장거리에서는 자전거의 승리다. 음하하하.

이놈의 자동차 좀 살살 갈것이지. 쐐앵 하면서 지나가려 합니다. 난 거기에 맞추어 기어를 2-8단에 놓고(근데 그 길이 오르막이었습니다.) 아주 미친듯한 페달질을 시작합니다.

제 자전거 인생 어언 2달

제가 내 본 업힐 속도중에 최고의 속도였음에 분명합니다.

순간 개의 소리도, 자동차의 소음도 사라지고

저에게는 오직 공포와 긴장감, 살아서 가족을 만나야 된다는 간절한 마음만이 하나되어 일생일대 초고속 업힐(그래봐야 100미터 정도?)을 타의로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뒤로 그 개가 쫓아 왔는지
아니면 저 사람 왜 저래? 그러면서 쳐다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뒤로 저의 최대속도 레이싱은 1분 이상 지속되었고 뒤에 아무것도 따라오지 않는것을 봤을때 그 안도감이란.....

개가 왠만히 컸어야지요. 진도개 다큰거 보다 좀더 큰 잡종견.

인적없는 국도가. 갓길도 거의 없는 길에서 딱 마주치니 이건....

길가다가 늑대 만난 것 처럼 바짝 긴장되더군요. 자전거 지나가면 미친듯이 쫓아나오면 짖어대는 개를 본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한적한 국도를 달리다 보니 차보다는 개가 더 무섭네요.

순간적인 오버페이스로 인해 오늘도 평속20키로의 기록은 깨어지지 못하는 군요. T_T

님들은 길 한가운데서 개를 만나면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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