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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자전거로 세계일주중인 영국인

blowtorch2005.08.25 16:18조회 수 34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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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이나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봉사활동을 했었고 인도에선 한국대사관을 찾아가
"신라면"을 나눠 달라고 조르며 동시에 태극기를 사랑하는 "친한파" 양반이더군요.

동해안 7번국도를 따라 부산까지 내려가서 일본으로 건너간답니다.
저도 나중에 여건이 되면 전국일주부터 시작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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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계일주 중인 영국인, 로저 클레어

“페달 밟다보니 지구 한바퀴”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떠날 수 있다.
스티븐스의 책을 읽고 세계일주 결심한 그. 비움의 즐거움을
알기에 가진 것 없지만… 그는 분명 행복하다.

글=류정기자 well@chosun.com
사진=김영훈기자 adamszone@chosun.com

입력 : 2005.08.24 14:40 45'


세계일주.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꿈. 그러나 입으로만이다. 정작 떠나보라면 ‘시간 없어’ ‘돈도 없어’ 흔한 핑계 대다 결국 ‘그냥 이렇게 살래’로 결론 난다. 글쎄, ‘없어서’가 아니라 ‘포기할 수 없어서’는 아닐까.



▲ 태극기를 모자와 베낭에 꼭 지니고 다니는 영국인 자전거 여행가 로저 클레어. 그가 서울에 왔을 때 마침 서울시청은 광복 60주년을 알리는 태극기로 뒤덮여 있다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떠난다. 로저 클레어(Roger Clare·42·영국)는 집을 팔았다. 자전거 한대에 몸을 싣고 세계일주를 떠난 지 2년 8개월. 파나마를 출발해 총 4만3000㎞(참고로 지구 둘레는 4만192㎞다)를 달려 지난달 한국 땅을 밟았다. 아메리카 휘젓고 유라시아 대륙 횡단한 다음이다. 종착지는 일본 요코하마. 동해안 따라 뚫린 7번국도로 부산까지 내려갈 거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달랑 자전거와 텐트, 옷 두벌에 양말 두 켤레 남기고 다 버렸다. 그리고 훌쩍 고향을 떴다. “돌아갈 곳, 얽매인 것이 있으면 여행에 방해가 될 것 같았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결혼도 안 했다. 직장도 없다. 한 때 아프리카 음악을 수입해 판 적이 있지만 사실 본업은 자원봉사(volunteer work). 지난 20년간 장애인시설이나 고아원에 찾아가 청소, 요리, 빨래, 이발까지 필요한 일을 도우며 살아왔다. 시설에서 제공되는 약소한 숙식이면 생계를 잇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 클레어가 15년 동안 놓지 못했던 그 책, 토마스 스티븐스의 '자전거 세계여행'(Around the world on bicycle)'.

마흔 살엔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흔 되던 2003년 1월 훌쩍 떠났다. 여행을 부추긴 두 사람. 20년 전 피부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런 말을 남겼다. “죽는 날은 하루 뿐이다. 그 하루 때문에 고통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해라. 내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자전거일주’라는 아이디어는 120년 전 최초로 자전거 세계여행을 했던 영국 기자 토마스 스티븐스에게 빌렸다. 그는 앞바퀴가 뒷바퀴보다 10배는 큰 다소 우스꽝스러운 ‘벨토시페드’라는 자전거로 세계를 일주했다. 스물일곱에 그의 책을 읽은 클레어는 언젠가 ‘꼭’ 그의 루트를 따라 가보기로 결심했단다. “게다가 자전거는 친환경적이에요. 이 놈은 기름도 안 들고 연기도 안 나고, 한계가 없죠.” 이제 바라는 건 완주. 자신에게 안겨줄 선물을 다 포장하려면 그는 종착지 요코하마에 종착해야 한다. “완주를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요(all or nothing)!”


“그런데 사실… 집은 괜히 팔았어요.” 감탄하고 있는 사이 허를 찌른다. 결혼 안 한 건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 팔아버린 건 조금 애석하단다. “집값이 떠난 사이 두 배로 뛰었거든요.(웃음)” 여행경비가 적게 든 것도 그런 생각이 든 이유다. 지금까지 쓴 돈 다 해봐야 7000달러(700여만원) 조금 넘을까. 해외여행 2~3번만 가도 써버리게 되는 돈이다. 알뜰여행 비결은 ‘자전거’와 ‘텐트’. 교통비·숙박비 빼고 나니 하루 용돈은 10달러면 충분했다. 돈 한 푼 안 들인 날도 부지기수. 이란·파키스탄 등 인심 좋은 나라 사람들은 ‘나그네’ 클레어를 재워주고 먹여줬다.


고비도 많았다. “하루 수십 번도 포기할까 생각했어요” 특히 한달 내내 아팠던 베트남 여행 때. 처음엔 독감이었지만 일주일마다 증상이 달라졌다. 돌봐주는 사람 없어 외로움과도 싸워야했다. 그런데 이 무모한 사내는 병원도 안 가고 페달을 밟았다. 비자만료일까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되뇌이면서. 중국에선 한달간 젖은 채로 돌아다녔다. 폭우 때문이다. 비 맞으며 달리는 건 처음부터 개의치 않기로 했지만 ‘공포스러운’ 날씨였다고 회상했다. 말벌에 쏘였을 땐 어떻고! 텐트에서 자다가 얼굴에 있는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단다. 두시간만에 감각이 돌아왔지만 지옥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평생 처음 감전사고도 당해봤다. 파키스탄 한 민간주택에서 어지럽게 삐져 나온 전선을 만지다 두 번이나 전기쇼크를 먹었다. 그래도 표정이 밝다. “스티븐스가 여행했던 1880년대엔 포장도로도, 다리도 없었어요. 차가 없었으니까요. 자전거 끌고 산 속 헤매다 사자도 만나고… 그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뭐.”


서두르진 않았다. 그냥 마음이 하자는 대로 몸을 맡겼다. “사람들은 늘 바쁘지만 한가지 장소에서 한가지 경험만 하며 살아요. 난 느릿느릿 가더라도 세상을 더 촘촘히 보고 다양한 경험을 내가 직접 해보고 싶었어요. 남이 들려준 정보는 나에겐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만난 사람 몇인지 셀 수도 없다. 여행 중 ‘헬로’하고 인사한 사람만도 수만 명.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클레어는 이렇게 말한다. “아, 나 거기 갔다 왔는데. 우린 인연이네요.” 좀 억지스럽지만, 그들은 모른다. 클레어가 그들을 얼마나 가까이 느끼는지.



▲ 나그네 클레어를 소개한 세계 여러 나라 신문들.


“떠나기 전, 난 세계(world)에 소속돼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나라(every country)에 속해 있음을 느껴요.” 나라 하나하나의 사람들을 마음에 담아왔기 때문이다. 그의 자전거에도 지나온 나라의 국기 스티커가 붙어있다.


그런데 그의 모자엔 다른 국기 다 제치고 태극문장이 떡 박혀 있다. 길거리표 올림픽 기념모자 같다. “멕시코에서 직접 박은 거예요. 여행 내내 태극마크 달고 달렸는걸요. 가방엔 더 큰 거 가지고 있어요.” 디자인과 의미에 홀렸단다. 한국은 사실 6번째 방문이다.


6년 전 경기도 양평과 전라도 나주에 있는 복지시설에서 봉사했던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월드컵 땐 광화문에서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던 ‘붉은악마’였다. 영국에서도 축구는 한국을 응원한다. “한국 사람들, 유니온잭(영국 국기) 그려진 옷 입고 다니면 참 이상해요. 예쁜 태극기가 있는데…”


‘농심 신라면’은 한국사람보다 더 좋아한다. “제 배낭엔 단 하루도 ‘신라면’이 없던 적이 없었어요.” 인도 델리에선 신라면 구하려고 한국대사관까지 찾아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들 역시 한국인인지라 박스 채 쌓아놓고 기꺼이 안겨주더란다.


이제 그에게 남은 가장 큰 보물은 매일 한시간씩 적어놓은 일기장. 그리고 자기 기사가 나온 신문들이다. 새로운 나라를 갈 때마다 신문사나 방송사에 클레어 자신이 직접 찾아갔다. 기념도 될 뿐더러 비자를 얻는 데도 유용했다.


나중에 스티븐스처럼 책도 한 권 내 볼 생각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후배들을 위해서요. 120년 전과는 다른 매뉴얼이 있어야 하잖아요.” 비운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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