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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

키노2005.08.26 02:25조회 수 24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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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존경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겠습니다. 님 같으신 분만 있으시면 저 같은 사람이 편하겠군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fair도 어떤 가치관을 기반으로 성립하는 것 같습니다. 님은 사법적 가치관이 fair겠군요. 저는 인간적 가치관이 fair입니다. 사회적 기반으로서의 인간이 아닌, 자연적 가치로서의 인간입니다.

인간이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하느님의 시선으로 저를 보려고 합니다. 종교가 아닙니다. 예술적 시선이고, 그냥 제 신념입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그 fair를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러한 fair를 가진다면 제 삶이, 제 인생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푹푹 나옵니다.

하지만 또 하나, 님 같으신 바로 그러한 fair로 인하여 디지게 고생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저입니다. 혹독하게 당했습니다. 님의 fair는 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사회를 넘어서는 fair에는 속수무책이죠.

너무 어려운가요. 하나를 예로 들까요? 대구지하철 사건, 삼풍백화점, 707사고.. 제가 하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여기에는 님이 말씀하신 그러한 fair는 속수무책이란 겁니다.

기껏해야 일반적인 사회의 도덕적 상거래에는 fair라는 것만으로도 어떤 삶에서의 편리함을 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기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님께서는 세상이 살만한 것으로 되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 거론하는 사건은 단지 님의 fair만으로는 당사자인 두 사람이 다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한 사람만 억울하고 당한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지금 아주 불콰한 기분일 겁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두 사람 다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런 방법은 없는가요? 피해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사법기관에 호소하고, 이러쿵저러쿵 해결할 수 밖에 없는 건가요? 과연 그런 건가요? 제가 사는 이 세상이 과연 그런 것밖에 안되는 겁니까?

결론은 그런 것밖에 안되는 겁니다. 저도 잘 압니다. 결국은 그런 것 밖에 안 되는 게 바로 제가 지금 사는 이 세상입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고 콱 디지고 싶습니다. 미련이나 후회는 털끝만치도 없습니다.

물론 fair 하신 님은 잘 살아가실 겁니다. 잘 사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잘 사시기를 진심으로 빌어마지 않습니다.

제게 참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전 진짜로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아낍니다. 좋은 사람만 아끼는 게 아니라 나쁜 사람도 아낍니다. 일례로 전두환을 아주 미워합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전두환도 아낍니다. 그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니까요.

제게 나쁜 버릇이 뭐냐 하면. 전두환 그가 그의 아들이 몽땅 죽고, 아내도 죽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그와 내가 동격입니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저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저의 나쁜 버릇입니다. 모조리 콱 불행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저처럼 행복해집니다. 비로서 저와 동격이 되는 것이죠. 저와 동격일 때, 진정으로 fair한 사회. 바로 이것이 제가 바라는 사회입니다.

평등하지 못합니다. 이 세상은. 분명히!

최근, 그 비근한 예로 한 사람이 저와 동격이 되었더군요. 그 분의 불행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면서도 제 속의 악마적인 근성은 하하하! 하고 웃었습니다. 바로 임수경님입니다.

그분의 아들이 죽었죠. 전 그 분을 아주 좋아합니다. 진심으로, 늘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아들이 죽기 전에는 행복해질 수가 없어요. 아웃사이더적인 귀족이더군요. 하하하! 그런데 드디어 불행해졌죠. 우하하하! 비로소 저와 동격이 된 겁니다. 이제야 그 분이 저와 동격이 된거죠.

그런 분들을 대면하고 싶습니다.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호해주고 싶은 겁니다. 이제 비로소 대화가 통하게 된 거죠. 그렇지 않은 이상은 절대! 같아질 수가 없습니다. 이제 그분도 잔차 탔으면 좋겠습니다. 저랑 같이 타자는 게 아니라, 저랑 같이 놀자는 게 아니라 그냥 혼자서라도 잔차나 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fair하게 사십시요. 진정으로요. 그래야 조금이나마 이 세상이 살만할 겁니다. 여전히 다투겠죠. 지지고 볶고 말입니다. 행복해질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 구조는.

언제쯤이면 저와 동격이겠습니까. 기다리겠습니다. 예수님이나 하느님 믿으라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께 귀의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명상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불행해지라는 겁니다. fair? 그것 한곕니다. 행복해질 수가 없는 겁니다. 행복해질 수가 없는 걸 그냥 약간의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사항으로 껴안고, 붙잡고 있는 겁니다. 그 유능하시다든 변호사분? 쿠쿠쿠~ 절대!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행복해질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명심하십시요. 사는 게, 산다는 게 천국이 아닙니다. 지옥입니다. 지옥의 불덩이가 먼데 있는 게 아닙니다. 바로 여기가 지옥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한번 주변을 살펴보세요. 이 사건도 지옥입니다. 지긋지긋하죠. 오늘도, 내일도, 이런 사건은 늘 달고 살아갈 겁니다.

전 그냥 잔차만 탈 겁니다. 아무것도 안할랍니다. 세금도 안 내고, 의보카드도 없고, 핸폰도 없습니다. 주민세 정도는 낼 겁니다. 그 정도는 내고 살아야겠더군요. 한때 서울역에서도 살아봤지만 사람이 꼴같잖고, 더러울 뿐만 아니라 고생시러버서 할짓이 못되더군요.

그래서 걍 잔차만 열심히 탈 겁니다. 여긴 쌈 잘하시는 분도 많더군요. 전 힘도 별로 없고 쌈도 잘 못합니다. 쌈 잘하시는 분은 가족이라든가 직장이라든가, 재산이라든가 뭐 그런 게 있을 겁니다.

전 없습니다. 기가 막히게 없습니다. 저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이기고 지는 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약올리면 젓가락으로 쑤시고 들어갈 겁니다.

그래서 전 잔차만 탈랍니다. 조용히 살다 죽을랍니다. 이 희망도 없는 세상에서 살면 뭐합니까. 그래서 얌전히 잔차만 타는 겁니다.

다른 분들은 그냥 열심히 사세요. 열심히 사시고, 자손만대 번영하시고..돈 많이 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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