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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

키노2005.08.26 17:17조회 수 54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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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후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가 됩니다. 나이 밝혀서 이로울 게 하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제가, 나이 운운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늘의 뜻이 뭔지 대충 짐작을 하거든요. 바로 이것입니다.

이제까지 살면서, 제가 만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1만 명?

그 1만 명과 오후 2시에 약속을 해볼까요.

저는 불구대천지 원수 같은 사람과 약속을 하더라도 대개 5분 전, 보통은 대개 10분 전이나 20분 전에 도착합니다.

1만명의 사람들은 어김없이 2시 넘어서 나오는군요.

5분이내도 드뭅니다. 평균 10분, 20분, 30분입니다.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약속을 잘 지킬줄 모르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그게 하늘의 뜻이었군요.

오늘도 중고 잔차를 하나 구입하기 위해서 약속을 했습니다. 제가 도착한 시간은 20분 전, 그 분이 도착한 시간은 15분 후군요.

도합 35분을 기다렸습니다.

제가 지독히 재수가 없는 경우입니까?

1백프로도 아니고, 무려 1만프로테이지입니다.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1만프로테이지나 될 정도로 약속을 지킬 줄 모릅니까.

이유가 뭡니까, 대체.

인생에서 손해라고는 단 한 푼도, 단 일 초도, 단 십 분도 안 보시려고 작정하신 겁니까? 대체 이유가 뭡니까? 남자나 여자나, 애나 어른이나, 회사나 사장이나 다 똑같습니다.

단지 사람 만나는 약속시간 문제가 아닙니다. 돈 문제는 물론이고 세상 사람과 부딪치는 모든 약속 문제가 제겐 이렇습니다. 어쩜 그렇게 한결 같습니까?

결국 하늘의 뜻이었군요. 네, 알겠습니다. 잔차나 타야겠습니다. 얌전히 타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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