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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곶이다리에서 촐랑대다가

靑竹2005.08.30 16:41조회 수 87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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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엊그제 오후 두시가 다 되어 절친한 사람으로부터 춘천에 라이딩을 가자고 연락이 왔다. 마치 바람난 동네처녀 귓속에 물레방앗간 가자는 떠꺼머리총각의 발정난 뻐꾸기울음 신호 파고들듯 들리니 어찌 거절할 쏘냐. 황급히 애마를 끌고 의정부 집을 나서려는데 반가운 손님이 오는 바람에 바로 나서기도 뭣해서 인삿말을 건네는데  약속시간을 의식해서인지 허둥지둥 횡설수설 내가 뭔 말을 하는지 통 정신이 없다가 무려 40분이나 늦은 오후 2시 40분이 되어서 그야말로 삼베고쟁이 방귀 새듯 실기메니 집을 빠져나오는데 성공한 것까진 좋았는데..

살곶이다리에서 서울방향으로 좀 더 가면 나오는 중랑천과 한강의 합류지점 즉, 중랑천 하류를 건너 한강 북단도로로 건너는 다리 초입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터라 거길 가기 위하여  중랑천 잔차도로로 들어섰더니 아뿔싸~ 일요일인 탓인지 인파가 득시글했다. 이거 큰일이 났다. 빨리 출발하지 못하면 야간라이딩이 될 건 뻔한 일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오후라 중랑천 서쪽도로엔 그늘이 지고 동쪽엔 따가운 늦여름 햇살이 내리쬐고 있어서 그런지 동쪽도로가 한산했다. 잽싸게 방학동 인근에서 다리를 건너 동쪽도로로 진입하여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죽어라 달렸다. 잔차도로가 끝나고 토끼굴을 지나 둑방길을 넘어 드디어 살곶이다리를 건너는데 문제는 거기서 발단이 되었다.

예전엔 간혹 덜컹거리며 살살 건너기도 했던 사적 160호인 살곶이다리. 언젠가부터 다리 초입에 자전거를 타고 건너지 말라는 안내판이 붙어 늘 잔차를 끌고 건넜는데 급한 마음에 스탠딩자세로 죽어라 페달을 밟았더니 울퉁불퉁한 돌다리라인지라 말그대로 우당탕 퉁탕. 애마와 내가 춤을 추며 살판이 났다. 예전에 궁중의 사냥터이기도 했다던데 아마 살곶이 사냥터를 누볐을 조상님들의 넋이 스탠딩 자세로 페달을 밟으며 촐랑대는 나의 모습을 보시고  노루새깽이로 아셨나 보다. (낼모레면 나이가 50인데 쩝...자중해야지)

뜨끔....(헉~!!!)
살곶이다릴 거의 다 건널 무렵, 오른쪽 무릎이 찌릿하며 불에 덴듯 갑자기 통증이 전해오는 것이 아닌가. 무릎에 조상님들이 쏜 보이지 않는 화살을 맞은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비록 늦긴 했지만 둘 다 원체 서두르지 않는 느긋한 성격이라 커피 한 잔씩 나누고 이야길 하다가 보니 시간이 오후 4시가 훌쩍 넘어갔다. 까이 꺼 뭐..야간라이딩으로 가면 되지 뭐..

결국 라이딩의 후반부가 야간라이딩이 되고 말았다. 춘천까지 설렁설렁 갔는데 밤 열시가 다 되었다. 무릎의 통증이 점점 심해왔지만 어쨋든 춘천까지 가기는 갔다. 의정부에서 125km가 나왔다. 도중에 강촌에서 막국수로 허기를 때우긴 했지만 춘천에서 만난 지인이 "춘천에 오셔서 닭갈비를 대접하지 않고 그냥 보낼 수는 없다"며 간곡하게 권하여 푸짐한 닭갈비에 쏘주 한 잔을 곁들이고 나서 원체 술에 약한 나인지라 마신 쏘주를 씻어내기 위하여 근처 호프집으로 가서 시원한 생맥주를 마구 흘려넣었는데 웬걸~, 더 알딸딸해졌다..ㅡ,.ㅡ

그런데 춘천에 도착하기 직전 마지막 업힐구간에서 오만상이 찌푸려지도록 통증이 심해졌던 무릎이 문제였다. 다행히도 일행이 무신 만병통치약이라며 연고를 하나 주는데 더깽이가 지도록 오른쪽 무릎에 쳐바르길 수차례..필경 밤을 도와 서울로 다시 가야 하니 내심 걱정이 많았지만 어차피 낫는 거야 팔자소관에 맡기고 이런 저런 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잊었었는데..

새벽 4시에 춘천의 지인과 헤어져 서울로 오는 길에 첫번째 업힐을 하는데 오른쪽 무릎이 찌릿찌릿 통증이 심하여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놀란 동행인은 어찌나 걱정이 됐던지 "차로 가실라우?" 했지만 일찌기 차를 버린지 오래인지라 "좀 쉬면 낫지 않겠수?" 했더니 "하여간 고집을 꺾긴 어려우니 쉬메 가메 관광모드로 설렁설렁 가시자구요" 했다. 아...제발 잠 좀 자고 장거리를 뛰어보는 것이 소원이다. 대전에 갔다 올 때도 날새고, 홍성에서 올 땐 한시간 눈붙이고 오고, 이번 춘천에선 술마시고 날새고 곧바로 서울로...으흑흑...(잔인한 8월)

다시 힘을 추스리고 거의 기어가듯 업다운힐을 몇 번 하여 15km를 주행하고 주유소 한귀퉁이에 널부러져 진통제라고 동행이 건네는(돌팔이..픕픕) 따끈한 커피를 홀짝거리며 아픈 무르팍 주무르면서 무려 30분이나 지체하였다. 휴게소에서 또 40여분 지체...졸음을 쫓으며 꼿곳한 자세를 유지하려 무지 애쓰던 검문소 헌병들 바로 옆에서 노닥거리며 또 30분...이게 다 무르팍 탓이다. 여지껏 힘은 없어도 지구력이라면 자신이 있었는데 평지 비스무리한 곳에서도 속도를 제대로 못내서 그런지 천신만고 서울로 진입하니 오전 열한시가 다 되었다.

더 웃기는 건 중랑천 하류에서 동행과 헤어져 의정부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다섯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ㅡ.ㅡ
관광모드도 아니고 완전 굼벵이모드였다. (가설라무네...25킬로 나누기 5시간= 5km. 자그마치 평속 5km네..푸헤헤)

중랑천을 따라 25km를 달린 5시간의 행적.

1.낚시구경 한시간.

2.아는 영감님이 클릿페달을 뺐다고 생각하고 내리려다가 자빠링을 하는 걸 보고 포복절도를 하며 그분과 이야길 나누길 한시간.

3.그 외 낯익은 분들을 만나서 짬짬이 멈추어서 담소.

4.그리고 대략 13~18km의 속도로 꾸준히 달림.(그게 꾸준한 거면 대한민국에 게으른 사람 없음) 간혹 왼발이 미친듯 힘을 내서 22km/hr를 기록하기도 함.(어지러웠음..)



서울로 오는 내내 페달에 매달려온(?) 오른발을 대신하여 고난과 역경을 헤쳐온 저의 왼발에 심심한 경의를 표합니다. 혹시 무릎 연골쪽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오늘 잔차도 못타고 유심히 관찰하고 있으나 관절을 움직이는데 별 무리는 없고 다만, 살곶이다리에서 나이를 잊고 스탠딩자세로 페달링을 하면서 촐싹대다가 무심결에 허당에 발이 빠져 삐끗하는 것처럼 되어서 평소 쓰지않던 근육이 놀랐던 것 같습니다. 도가니뼈에서 무릎 안쪽으로 가는 조그만 근육(이름은 모르겠음)이 손을 대지도 못할 정도로 아프더니 많이 가라앉았네요. 덕분에 고생한 왼쪽발의 근육통이 심하네요..ㅋㅋ. 내일까진 잔차를 타지 말고 더 두고보아야겠습니다.

중랑천 살곶이다리는 잔차에서 내려서 건넙시다~!!
살맞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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