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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라이딩, 그 외롭고도 자유로운 느낌

pyroheart2005.09.04 21:23조회 수 67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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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상을 물린 저녁, 잠시 자료실에 올라온 잔차 사진좀 볼까 하는 여유롭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왈바에 접속했다가 자유게시판에 짧은 글을 남깁니다.

제목처럼, 혼자 다닙니다.

원래부터 방랑벽이 있다던가, 오래된 선조가 유럽에서 건너온 집시라든가 하는 말도 안되는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였고...
혼자 다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이유는 동호회와 서로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것 하나뿐이었습니다.

직장이 먼 편이고(일산에서 서울 중심) 퇴근이 늦는 편이라 평상시의 야간 라이딩 시간에도 안 맞았고, 주말에도 일이 있다보니 함께 라이딩할 수 없더군요.

어쩔 수 없는 이유였지만, 홀로 다니는 라이딩 역시 단체 라이딩처럼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자유로움입니다.

제가 원하는 때 나갈 수 있고,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지 않아도 되며,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면 다시 달리는 것을 잊은 것 처럼 한참을 한자리에서 머물러 있어도 됩니다.

몇년전 유럽을 여행하다가 만난 한 여자분이 그러더군요. 유럽 이곳 저곳을 혼자 여행하면서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면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날 마음이 생길 때까지 다른 이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머무르면 된다고.
그 말을 들은 곳이 바로 스위스의 작은 기차역이었습니다.

둘째, 한가로움입니다.

성격상 안장에 앉으면 정신없이 달리는 스타일이지만, 정신없이 달리는 사이 사이에도 혼자라는 한가로움이 참 좋습니다.

셋째, 집중과 몰두입니다.

혼자서 산행할 때는 등산로를 잘못 지나치는 일이 없지만 다른 이와 대화하면서 가다보면 작은 산길을 잘못드는 일이 있어서, 다시 뒤돌아와야 했다는 산행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혼자서 달리게 되면 말할 필요나 기회가 없어집니다. 달리는 행위 그 자체에 그냥 몰두하게 되거나, 아니면 한가지 생각에 몰두하게 되면서 마음이 텅 비는 것 같은 상태에 쉽사리 빠지게 됩니다.

일주일 동안 뱉어놓았던 숱한 말들로 인해 피곤했던 마음이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한 여름에 텅 빈 것같은 벌판을 홀로 달려본 경험 있으신가요?

작은 길에 접어들었는데 갑자기 들리던 소음이 모두 끊긴 것 같은 느낌은?

어두워져서 라이트 불빛에 겨우 의지해서 홀로 달리고 있지만, 오히려 푸근해지는 느낌은?


물론, 함께 달리면 위에 적은 숱한 장점들은 그 반대의 경우로써 또 다른 기쁨으로 작용할 겁니다.

다른 동호인과 라이딩후 함께 하는 차가운 맥주, 서로간에 교환하는 공감의 기쁨, 뒤쳐지는 동호인을 챙겨주는 마음씨 등등.

하지만...

부럽고도 부러운 그 숱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다시 어울리기에는

혼자서 즐기는 라이딩이 주는 외롭고도 자유로운 느낌에

한창 빠져버린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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