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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대관령대회

靑竹2005.09.07 18:51조회 수 77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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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요.
대회에 출전한 경험두 없고 배짱도 없는 새가슴이라
출전을 애시당초 포기하고 의정부에서 낮은 포복으로 숨어 있었슴다.

요번 대관령 힐클라이밍 대회에 참가했던 분으로부터
한 턱을 잘 얻어먹긴 했는데요..뭐..소화두 잘 안되구..
기운도 없구 그렇습니다.

잘 처먹고 궁시렁대는 이유는 이렇슴다.
처음 출전한 마흔일곱 동갑내기가 계신데요.
한시간 오분 이내로 끊으면 한 턱을 내겠다고 약속했었슴다.

그런데 문제는요.
같이 출전하신 우리 보다 열살이 많으신 노인네 때문임다.
이 노인네 평소 노인네라고 부르면 몽둥이 들고 설치십니다.
몽둥이 천신만고 피해도 거품벼락 맞슴다.ㅡ,.ㅡ
허연 머리 염색도 않고 무대뽀로 열살이나 팍 줄여서
마흔일곱살이라며 친구 먹자고  박박 우기시니
일종의 사기꾼(엥?)이지요.
설마 요기 인터넷까지는 모르실 것 같아
그냥 노인네라고 씁니다. 노인네,노인네,노인네,노인네...막 노인네....
그러나 열라리 불안하네요.
저의 갑장과 저는 울며 겨자먹기로 친구먹기를 허용하고 있슴다.

왜냐면요.
중랑천에서 그 노인네에게 둘 다 커다란 좌절을 겪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임다. 언젠가 중랑천을 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그 노인네가 홱~하고 지나갔음다.
헬멧 밑으로 보이는 희끗희끗한 머리가 저에게 안도감과 함께
디립다 자만심을 심어 주었슴다.

부실한 무르팍 깨져라 밟았슴다.
거리가 계속 벌어졌슴다. 얼마를 그렇게 삽질하다가 퍼졌슴다.
60갑자 내공의 노인네는 그렇게 멀어져 갔었지요.
오랜 세월 무기력증에 빠져 한동안 중랑천이 싫어졌슴다.

그런 노인네신데요.  대회에 출전하기 며칠 전에
중랑천에서 고속질주를 하시다가 충돌사고로
꽤 여러 바늘을 꿰메고 어깨 통증으로 팔도 못 올리시면서
주위의 만류를 패대기 치시고 기여코 대회에 출전하셨슴다.

내심 걱정이 되어 기다리는데
어제 갑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슴다.
한시간 4분 몇초인가로 결과가 나왔다고 함다.
동갑내기가 첫출전 해서 마음먹은 기록을 내니 심히 기뻤음다.

이장님 자전거를 타고 쫄래쫄래 고깃집으로 갔슴다.
꽤 여럿이 있었는데 그 중에 그 노인네도 계셨음다.
기록을 물었더니 젊은 갑장보다 9초가 빠른 기록이라고 하셨슴다.

연세가 연세인지라 맨 마지막에 '마무리단계' 팀에서 출발하셨지만
유사엠티비 비스무리한 잔차에다가
동네 마실 가실 때 신을 법한 허름한 운동화를 신으시고
거기다 업힐 도중에 싸이클과 두 번이나 충돌해서 넘어지시고도
그런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슴다.
결원이 생겨 구경 갔다가
얼떨 결에 대타로 출전하신 교수님은 한시간 30분을 기록하셨슴다.

갑장님이 한 턱을 내는 걸로 알고 얼씨구 좋다 하고 나갔는데
기록이 더 좋았던 노인네가 내시는 고기와 술이었슴다.
익모초즙 삼키듯 쏘주를 삼키고 나무껍질 씹듯 고기를 씹으며
살아야 될 이유를 찾을 길이 없어 갑장과 저는 비탄에 잠겼슴다.


"거 좀 떨어져서 앉으슈...가뜩이나 속상하구만....노인네도 그러시는 것이 아뉴..힘이 남아도 어느 정도 절제할 줄 아셔야지 그렇게 한창 커가는 젊은이들 기를 팍팍 죽이시는 것도 다 사회악유."

"아니~ 이 냥반이 뭐?? 노인네? 아니 마흔일곱살인데 무슨 노인네라고 그러는 겨 시방~!!"

"으이구~ 염색이나 좀 하고 댕기시던가..좋아유..그럼 몇월 생이슈?"

"나? 푸하하하하하...생일은 빨러...3월여...왜?"

"까불고 있어...난 1월인디..."

"잉?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나 말이 그렇지 전 이분을 무척 존경합니다.
늘 쾌활하시고 먼 서울의 중심가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의정부를 오가시는 분
그것도 업힐을 해서 약수 한통을 반드시 길어가시는 분
정말 대단히 존경합니다.
내년엔 50분대 초반을 장담하시는 이분을 따라서 함 출전할 생각입니다.

음흐흐..내년엔 같은 출발선에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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