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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제리

靑竹2005.09.13 08:34조회 수 37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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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촌에서 중학교 일학년을 다니다
서울로 전학을 온 것이 72년 늦가을 무렵이었다.
당시 동네 세탁소 등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흑백 티비가
강북 끝 삼양동에 사시던 외삼촌댁에 있었는데

난생 처음 티비를 본 얼라 아닌 얼라의 눈에
만화영화인 '뽀빠이'가 들어왔다.
밥을 먹다가 그걸 보면서 어찌나 웃었던지
입안에 물고 있던 밥알갱이들을 풋~~~하고 방출하여
외삼촌댁 식구들에게 골고루 반납했었다..음냐리~

난 만화가 좋았다.
종이만화도 그랬고(만화가 이름을 백명도 넘게 외우고 다녔음)
티비 만화영화는 더 좋았다.

나중엔 톰과제리로 바뀌었지만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야옹이와 깐돌이'???
이게 그렇게 웃겼다.
겨울방학 내내 티비도 없는 집에 안 간다며
거기서 아주 살 요량으로 땡깡을 부렸다.

그런데
엊그제 티비를 틀었더니 아직도 톰과제리를 한다.
꽤 장수프로란 건 알았지만
화면에 그게 나오면 다른 채널로 돌리곤 해서 몰랐던 것인데
문득 어린시절의 추억이 그립기도 했지만
갑자기 내용이 궁금해져서 무심코 돌리던 리모컨을 고정시켰다.

웬걸...ㅋㅋ
지금 보아도 되게 웃긴다..ㅋㅋ
나중에 딸아이가 들어와 같이 보면서 키들키들...케득케득..

이 가관나이제이션한  父女(부녀)의 꼬라지를 보던 마눌이
"으이구~ 낼 모레면 당신 나이가 오십유..그게 그렇게 재밌수?"
"웅..재밌어...저거 비디오도 있대누만.. 빌려다 주라.."
"시꾸랍소~!!"

문득 군 복무시절
삼사출신의 인사과장이었던 '강소령'이 떠오른다.
덩치가 크고 성정이 어찌나 불 같고 신경질적이었던지
툭하면 이 불독같은 잉간이 그 무지막지한 군화발로
사병들 쪼인트를 까서 부상을 입히곤 했는데
그러다가 입원까지 시키는 일이 생겼다.

그래 놓고 놀란 그는 뒷일을 수습한답시고
고자 처갓집 드나들듯 뻔질나게 문병을 가곤 했었다.
진급정년에 임박한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다고 이해는 했지만...ㅋㅋㅋ
(난 때릴 데가 없다면서 기적적으로 한 대도 안 맞았다. 기록이다)

어느 날,
그 강소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전투체육의 날이라고 모두 연병장에서 축구시합을 하는데
뭘 가지러 인사과 사무실에 살그머니 들어가는데
텅 비어있는 줄 알았던 사무실에서
그 무서운 강소령의 콧노래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숨을 죽이고 바라보는데
반대편 책상에 군화발을 턱 올리고 모자를 눌러쓴 채
콧노래를 부르는데 정작 노랫말을 듣고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무지 참았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은하수를 거언너서~"
중략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이후로 그의 천진난만한(불독같은 체구에 좀 안 어울리는 표현이다)
인간적인 면머가 새롭게 보여 그를 다시 보았었다.
난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을 키울 때 만화책이나
만화영화를 보는 걸 절대 말리지 않고 오히려 권하곤 했다.

톰과제리를 보며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간 엊그제의 일이
생각나서 한 자 끄적여 보았다.

오늘 중부지방에 비가 많이 온다네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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