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아들과 자전거..(18세 이상)

jiwho2005.09.25 15:19조회 수 1224댓글 0

    • 글자 크기


제게는 철티비 하나가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아파트 난간에 묶여 있지요..전문 MTB를 구입한 후 찬밥 신세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애정은 각별하답니다…게다가 우리 마누라와 모친께서는 철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육중해 보이는 현관 밖의 철티비가  베란다에 있는 외소한 MTB보다 더 비싼 것으로 알고 계시니 소홀히 대할 수도 없습니다…

많은 젊은 유부남들이 저와 같겠지만 바쁜 회사생활 중 그나마 쉬는 주말에 가족을 외면하고 자전거 타러 나가겠다고 마누라에게 말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육아며 청소며 각종 봉사며… 그래서 고안한 것이 현관 밖 난간에 메달린 철티비의 앞 좌석에 2만원짜리 유아용 좌석을 달아 만3세살짜리 아들녀석(지원)을 태우고 동네 한바퀴 도는 것이었습니다..
‘부자간의 정 나누기’란 명분과 마누라의 육아부담을 덜어 준다는 명목하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데 별 부담이 없었습니다.. 사실 오히려 장려하는 분위기입니다…물론 아들녀석도 좋아하구요.. 어쨌든 그렇게 몇번의 ‘부자간 정 다지기’ 작전이 매 주말 계속되던 어느 날의 일입니다.

어느 일요일인가 온가족(저,마누라,아들,딸)이 외출을 하느라 막 아파트 현관문을 나섰을 때였습니다…아들녀석을 뒤로하고 현관문을 잠그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들녀석이 큰소리로 제 뒤에다 데고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아들 : “(씩씩하게) 아빠… 저거 지원이 자쥐쥐~~~~~~……”

나 :  “엉?????????? (이거 뭔 소리냐..)…”

깜짝 놀란 뒤 돌아 보니 아들 녀석의 손은 계단 난간에 메여 있는 철티비의 유아용 좌석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나  “(놀란가슴 쓸어내리며) 어어어어 ….맞아…저거 지원이 자리야..”

아들 :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 “마자 ..히히…”

그간 부자간의 정 다지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과시였던 겁니다..
그러더니 이번엔 더 큰 소리로 저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아들 :  “ (안장을 가리키며) 아빠..저건 아빠 자쥐쥐~~~~~~….”

나 : “허걱(쪽 팔리다) **;;…..어어어…마자…저건 아빠 자리야…”

마누라 : “하하하하하하하”

아들 : (깡총대며 )“마자…히히”

잇따른 저의 맞장구에 탄력을 받았는지 급기야 천기를 누설하고 맙니다..

아들 : “아빠….엄마는 자쥐  없뛰~~~~~~~~~”

마누라 :  “……………(--;;)”

나 : “하하하하하하…맞아…. 엄마 자리 없어”


이쯤 되면 막가자는 분위기입니다….여동생도 예외가 될 수 없지요,,..

아들 : “마자…히히….그리구…채원이도 자쥐 없떠~”

어쩜 그리 말이 되던지…그날 우리는 새삼스럽게 각자의 성에 대해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가족을 발가 벗긴 아들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아쉽게도 어느 도둑님께서 그 귀한 철티비를 제가 모르는 곳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더 이상 부자간의 정 나누기는 못하지만 부디 누군가에게 있을 그 철티비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글자 크기
다음사진을 보시면 아마 이해가 되실겁니다. (by 디아블로) 혹시 수영배우려고 하시는 분은 보세요 (by franthro)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2883
29319 음.. 아마도 프라모델광 2005.09.25 264
29318 스피드보다는.. 프라모델광 2005.09.25 219
29317 오옷!!! 재믹스, 패밀리 이런 거 갖고 계시단 말씀??? Abra_Ham 2005.09.25 243
29316 MLB 김선우... 오늘 일 내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Only 2005.09.25 473
29315 이겼습니당...^^ 바둑이 도령 2005.09.25 275
29314 일냈네요 완봉승 持凜神 2005.09.25 350
29313 훈련 비디오 tris 2005.09.25 615
29312 훈련 비디오 持凜神 2005.09.25 304
29311 막상 XC 타니.. mrksugi 2005.09.25 1285
29310 비됴촬영하는사람이 더대단한듯한데요~ 레이서바람 2005.09.25 260
29309 이런 꺼림직함.. 제가 너무 민감한건지.. mrksugi 2005.09.25 1239
29308 비됴촬영하는사람이 더대단한듯한데요~ egokid 2005.09.25 222
29307 [교통사고] 골목길에서 나오던차와 충돌 fa6859 2005.09.25 236
29306 막상 XC 타니.. siren401 2005.09.25 429
29305 이런 꺼림직함.. 제가 너무 민감한건지.. fa6859 2005.09.25 375
29304 신경 안쓰셔도 돼요~ 기사도왕자 2005.09.25 373
29303 다음사진을 보시면 아마 이해가 되실겁니다. 디아블로 2005.09.25 334
아들과 자전거..(18세 이상) jiwho 2005.09.25 1224
29301 혹시 수영배우려고 하시는 분은 보세요 franthro 2005.09.25 826
29300 앗싸아~~~!ㅋㅋㅋ 십자수 2005.09.25 205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