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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아..뒤에 할아버지가 붙은 지 언젠데...

靑竹2005.10.03 01:11조회 수 115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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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가을비가 장마비 흉내를 내며 억수로 내리던 엊그제
나보다 열 살이나 위이신 노친네께서 비장감이 어린 중국 검술영화의
한 장면처럼 노란 비옷으로 중무장을 한 채, 잔차를 타고
의정부에 홀연히 나타나 씨익 웃으시며 59년 돼지띠 사나이 둘의 속을
홰까닥 뒤집었다. 이 글을 다 읽으시고 나면 왜 속이 뒤집히는지 아실 것이다.ㅡ,.ㅡ

"어따..무신 노친네가 이 비를 뚫고..거참 길이 안 끊겼던가베요? 끌끌..."

"뭣여~!! 자꾸 노친네 노친네 할 겨? 친구끼리 너무 섭하게 그러지 말라구"

"이런 날은 손주들 재롱이나 보심서 따땃한 아랫목에서 부침개나 드시지.."

"난 잔차를 매일 안 타면 몸살이 나서 그랴..내비 둬"


같이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동갑내기가 있다.
그와 나 둘은 해골..(헉)아니, 머리를 맞대고 무대뽀로 우리와
친구먹으시려는 노친네를 과연 친구로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며칠을 두고 이해타산을 따져보며 검토한 바,
아무래도 그 노친네와 친구하다 보면 젊디 젊은(?) 우리 둘이
자칫 겉늙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도출하야 그 노친네의 친구합병전략에
맞서서 결연한 의지로 뭉쳐 결사항전에 나서기로 작당했는데....
꼴은 그래도 왜놈들에게 맞서던 독립투사 못지 않았는데..쯥

나의 갑장 즉, 동갑내기 사나이는 노친네에게 남다른 원한(?)이 있다.

2005 대관령 힐클라이밍 대회
대회 참가 사흘 전에 중랑천에서 생활잔차 비스무리한 엠티비로
고속질주하던 노친네께서 불의의 충돌사고로 옆구리를 일곱바늘이나
꿰메고 팔꿈치는 타박상으로 피범벅에다가 퉁퉁 부어오르고
어깨 인대가 늘어나 오른팔을 잘 못 올리시던 노친네가
말리는 주위사람들의 안타까운 손길들을 성질난 머슴 낫을 휘둘러
애꿎은 이웃집 담장 이엉을 후려쳐 떨구듯 매정하게 뿌리치고
아둥바둥 부득부득 옹고집으로  대관령 대회에 참가한 것까진 좋은데

올라가시는 도중에 싸이클과 충돌하여 두 차례나 대관령 고갯길에서
자빠진 노친네께서  기록이 64분 몇 초인가를 기록하는 바람에
젊음 하나만 믿고 노친네와 일전불사를 외치며 참가했던 나의 갑장이
더구나 그 부상을 보고는 이미 승부는 끝난 거라고 외치던 나의 갑장이
그러나 노친네보다 무려 9초가 뒤지는 기록으로 골인을 한 나의 갑장이
그 이후로 부쩍 식욕을 잃고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 보며
곰곰 사색에 잠겼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 꼴을 보는 나까지 복장이 터지는 걸 보니 그가 품은 원한이
몽조리 이해가 가고도 한참 남는다..케헹~

문제는 내년이다.
어차피 참가하기로 굳은 맹세를 했기 때문이다.

"저~ 노인 어르신..."

"또 그런다..노인 어르신이라니..친구라고 불러"

"그리는 못 하것수"

"그런데 왜 불러??!!!"

"서울서 오실 때 질긴 노끈 좀 댓 발만 사다 주슈..의정부에선 쓸 만한 걸 안 파네요"

"엉? 노끈은 왜?"

"뭐..특별히 쓸 데는 없고..긍께...그게 ..거시기.."

"아 뭔데~!!!!!!!!!!!"

"내년에 말유..우리 셋이서 같이 출발할 거잖유..노친네에게 만약 또 지면
꼭대기에서 굳이 힘들게 내려올 일없이..걍 거기서 적당한 나무 하나씩 골라서
목이나 매려구 그려요"

"엉? 헐..이거 부담을 팍팍 주네 그랴..그거 작전이지?"

암튼 이 노친네가 얼마 전에 젊은 우리들에게 저지르신 것도 모자라
양평을 잔차로 다녀오시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까지 못할 짓을 저지르셨다.

터널을 지나는데 뒤에서 싸이클 부대가 오더란다.
아마도 코치 선생님을 대동한 학생 선수들이었던 모양이다.
우측으로 바싹 비켜서 그들을 먼저 보내셨으면 됐지
왜 또 그 아이들 뒤로 바싹 붙어서 죽기살기로 쫓아아가셨냐 이 말이다.

계속 힐끗거리며 뒤를 돌아다 보던 코치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독려하시다 하시다가 그만 대갈일성...

"야~ 이눔의 시끼들아..뒤에 할아버지가 붙으신지가 언젠데
느그들 학교에 가면 다 죽었다고 복창해라..앙~!!!!!!!!!!!"

으휴...노친네...

근데 왜 노친네를 보면 존경심이 자꾸 솟나 몰러......음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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