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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론

키노2005.11.13 22:50조회 수 82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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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재미삼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악의라곤 코딱지만큼도 없습니다. <농부와 은행나무론>까지 나왔는데 제껀 그냥 <멍석론>입니다.

애초에 놀자고 멍석을 깔았을 겁니다.
한 두 사람 모여서 잘 놉니다. 윷도 던지고 술상도 보고..
또 한 두 사람 더 참여합니다. 이거 멍석이 좀 작습니다.
새끼줄 꼬아서 수정 보완합니다. 힘을 합쳐서 좀 더 넓혔습니다.
더 잘 놉니다. 이거 재미난 듯 보이니까 또 한 두 사람 더 참여합니다.
자꾸 자꾸 참여합니다.
멍석이 무슨 운동장만 해졌습니다.
윷판도 한 두 군데가 아니고 여러 곳입니다.
술상도 한 두 군데가 아니고 여러 곳입니다.
화투판도 보이는군요.
한 상인이 지나가다가 이걸 보고 돈 되겠다 싶어 팔라고 합니다.
놀자고 만든 건데 돈이 되는군요.
고심 끝에 안 팝니다. 어차피 놀자고 만든 건데 놀아야죠.
문제가 생겼습니다.
윷이 깨집니다. 술상이 버겁습니다. 화투가 뽀개집니다.
국내 건 허접합니다. 수입한 건 튼튼한데 가격이 비쌉니다.
해외에 메일 오더하여 공구하자 의견 나옵니다.
공구합니다.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튼튼하고 뽀대도 멋있으니까 멍석 밖에서 놀아도 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합니다.
겨울에도 놀려고 하니까 춥습니다.
공구해서 옷 삽니다.
여름에도 놀려고 하니까 덥습니다.
공구해서 옷 삽니다.
국내 수입상들 울상 됩니다.
멍석은 이제 너무 비대해졌습니다.
사기꾼이나 도둑, 전문도박꾼이 보기에 다 돈으로 보입니다. 그들도 가면을 쓰고 낑깁니다.
피해자가 한둘 생깁니다. 날이 갈수록 여럿 생깁니다.
고육지책으로 멍석 입장료 천원 받습니다.
어라, 이제 윷판과 술상, 화투판 사이로 게이트볼 치시는 분도 계시는군요.
천원 냈다 이겁니다.
어라, 잔차 타고 돌아댕기는 분도 계시는군요.
천원 냈다 이겁니다.
저런, 사륜오토바이까지나..
오빠, 아잉.. 하는 이도 계시는군요.
개판일보직전이다. 의견 나옵니다.
다양성이다. 의견 나옵니다.
멍석에서 잘 놀다가 한둘 빠져나가는군요.
회원관리하자 의견 나오는군요.
유료화 의견도 나옵니다.
멍석을 불태우자 의견도 나옵니다.
초심, 어쩌고 하는 의견 나옵니다.
어디선가 술상 와장창 뒤엎어지는군요.
혹자는 윷판만 만지작거립니다.
혹자는 멍석 끄나풀만 만지작거리는군요.
그 와중에도 노는 이가 계십니다. 당연하죠. 놀자고 만든 건데.
그러자 백분토론하자. 노무현식 의견 나옵니다.
멍석은 그냥 멍석일 뿐,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스피노자식 의견 나옵니다.
윷놀이야 어딜 가서도 못하겠나. 의견 나옵니다.
술은 어딜 가서도 못 마시겠나. 의견 나옵니다.
공구, 이거 못 막습니다. 의견 나옵니다.
일개인의 것이 아닌 우리 것이다. 의견 나옵니다.
애초에 멍석 깐 자가 멍석을 제 맘대로 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후 수정 보완한 분들이 자신이 손본 멍석 새끼줄을 다 뽑아갈 겁니다.
그러면 멍석 깔아놓은 거 하루아침에 엉망진창됩니다.
그거 정말이지 순식간입니다.
그 이후 멍석은 안 봐도 뻔할 겁니다.
텅 빈 멍석.
어느 누가 그 광경을 원하겠습니까?
그 어떤 #, 수입상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망한 수입상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손뼉치고 있겠지요.
멍석 위에서 잘 놀던 이들은 어디서 무엇 할까요?
어차피 놀자고 만든 것 잘 놀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 앞서나갔다. 의견 나옵니다.
슬그머니 뒤로 빠지며.. 바통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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