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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아빠

靑竹2005.11.27 02:22조회 수 1051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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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건망증 기질이 있어 그에 관하여 작년에 쓴 글인데 자전거를 타면서도 이 증상은 여전합니다..ㅋㅋㅋ 배낭을 산 정상에 놓아두고 신나게 다운힐을 해서 다 내려와 생각이 나는 바람에 새똥이 빠지게 도로 업힐을 해서 찾아오질 않나...

바퀴를 분해했다 조립하면서 브레이크를 걸지도 않고 달리다 정지하려고 제동을 하다가 기절초풍을 하질 않나...쩝

그래도 자전거는 안 잊고 가지고 다니는 건 자랑할 만합니다..ㅡ,.ㅡ(그래 잘 났다)

여러분~!
요게 치매인지 건망증인지 헷갈리는데요. 뭘까용?

중학교에 다니는 나의 귀여운 딸아이가 날 부르는 호칭이 '메멘토 아빠'다. 하기사 나의 건망증이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메멘토'란 영화에서 따왔을 정도로 심각하니 딱히 딸뇬이 불러대는 그 호칭을 거부할 명분이 쥐뿔 만큼도 없음이 실로 통분할 일이다....쩝쩝(궁시렁)

올해도 커피잔 밑에 남은 담배꽁초의 그 구수한(-_-ㆀ) 건데기들을 열댓 번 이상은 족히 섭취했을 것이다. 어느 컵이 재떨이고 어느 컵이 커피광인 내 기호의 충족을 위한 효용이 남은 컵인지 인간이 가끔 분간을 못한다. 컴터를 들여다보며 몰두하다 보면 손모가지 센서가 고장이 나는지 나도 모르게 마시던 커피잔 속으로 피우던 담배의 꽁초를 퐁당 던져놓고는 까맣게 모르고 그걸 마시는 일이 다반사다. 뭐..씹는 담배도 있다니까..뭐..또 국물만 남은 줄 알며 마시다가 의외로 걸려드는 고깃건데기의 횡재와는 비교할 수 없으나 어쨋든 그것도 걸죽한 건데기는 건데기다..담뱃재의 깔깔하고 씁쓰레한 요묘한 맛과 함께...맛보지 않고는 모른다..한 번 해 보시라...(푸헤헷)

운영하던 가게가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2층의 계단 앞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메멘토는 무언가 골몰히 생각하기 시작하면 주위의 모든 정황들이 뇌리에서 모두 지워진다. (아흑흑) 생산공장 결제문제..수금문제...동생이 운영하던 공장의 직원들 봉급문제..여자문..(앗..이건 아니고) 좌우간 외출했다가 돌아와 가게에 올라간다며 계단을 오르며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문득 가게로 들어가야 한다는 정신이 번쩍 들어 들어갔는데. 옴마야??? 가게가 없어졌다?. 웬 철제 앵글들이 무수하다냐?. 낯선 풍경에 놀란 내가 다시 계단으로 나가 창밖을 보니 땅이 저 만치 아래로 까마득하다. 2층까지 기어오른다는 이 화상이 꼭대기인 7층까지 올라가서 가게를 찾으니...쩝쩝...뭐 이왕 올라온 정상이니 "야호~! " 한 번 하고 내려왔던 생각이 난다.

난 마눌을 깊이 사랑한다.

그러나 표현엔 꽤나 인색한 편이다. 결혼 초기만 해도 쌀에 섞인 돌을 고르는 기계가 지금처럼 완벽하게 보급이 되지 않아서인지 가끔 시골서 부쳐온 쌀을 먹을라 치면 꼭 조리로 일어서 밥을 지어야 했는데 당시 마눌의 조리질이 나보다 시원치가 않았다. 몇 숟가락을 뜨다가 '와득~!"하는 소리가 내게서 나면 마눌은 놀라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 보지 않아도 내 시야의 광각을 벗어난 그림자로 얼핏 느껴진다. 아둥바둥 조금 더 노력해서 그 돌을 뱉지 않고 그냥 삼켜버리는데 다음 수저질에 또 "와득~" 마눌이 이번엔 기여코 어려운 입을 뗀다.

"여보..죄송해요..밥에 돌이 많지요?"


그러나 마눌을 사랑하는 난 이렇게 대답한다..


"아녀...밥이 더 많어..."


보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마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래..돌이 많네" 했을 것이다.

육류는 싫어하지만 생선류는 끔찍이도 좋아하는 나인지라 꼴같잖은 영감을 위한답시고 이 사랑하는 마눌은 시장에 나가 싱싱한 생태를 사다가 맛있고 얼큰한 생태찌게를 끓여주며 "여보 제가 정말 맛있게 끊인 건데 맛이 어떠세요?" 마눌은 맛의 고향 전북 정읍 출신이라 그런지 음식맛은 평소 정말로 죽인다. 그래서 당근 마눌의 정성에 감사한 마음에 난 이렇게 대답한다.

"웅...견딜 만해"

표현의 기교가 도대체 어디가 잘못됐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마눌이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아보이는 복잡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뿌리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으이구..망할 영감태기..좌우간 저 화상은..." 어쩌구 저쩌구 궁시렁대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더욱 더 적절한 표현의 기교를 배우고 익힐 필요성을 절감한다.
(근디 왜 메멘토에서 야그가 삼천포로..? 다시..본론으로...휘리릭..)

왼손에 담배를 금방 붙여들고 있는데 옆자리 친구는 그게 안 보였는지 이야기 도중에 담배를 권한다. 공짜라면 황산나트륨도 기꺼이 복용하고도 꿋꿋하게 생존해내는 체질인지라 친구 맘이 변할새라 잽싸게 오른손으로 받아서 불까지 증여받고는 이런 저런 화젯거리를 손짓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데 옆자리 친구 왈, "어? 자네 왜 담배를 양손에 쥐고 있남?" 하고 놀란다. 아무리 메멘토라지만 눈치는 엄청 빠른 편이다. 딸뇬 하나에게 시달리는 것 만도 원통복통절통인데 이놈마저 나의 정체를 눈치채면 안 되지 하는 생각에 잽싸게 변명을 한다."잉....요즘은 니코틴 중독이 너무 심해졌나벼...한 번에 두 개비는 피워야 싱거운 입맛이 좀 가셔..." (에휴~) 이 쌍권총 담배는 이 외에도 두 번이 더 있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마눌이 이야길 한다."여보 나 내일 의정부시청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데 거기 구경 가거덩요? 그러니 낼 일요일이니까 당신이 애들 점심 좀 해서 먹게 해 주세요.." 난 건성건성 "웅..그래그래..알아쓰" 대답하고 수저질을 하는데 5초도 안 되어 메멘토의 올가미를 애비에게 씌운 불효막심한 그러나 너무도 구여운 딸아이가 "아빠 내일 점심 뭐 해줄 껀뎅?" 하고 묻는 말에 " 엥? 왜 엄마를 두고 내가 점심을 하니?" 하자...요뇬이 "까르르르...우헤헤헤..아요효효효..푸헤헤헤 메멘토 아빠~! 역시~! 아빠는 메멘토얌~!" 하면서 살판이 났다.

그런데 엊그제 비가 오던 날 아침에 감당키 어려운 비극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등교하는 딸뇬에게 "현정아 비가 엄청 온다..우산 꼭 가지고 가거라" 하니까 "웅..아라쪄 메멘토 아빠" 하며 대답했는데.

그런데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간 아이가 일 분도 안 되어 밖에서 뭔 샤워를 했는가 머릿칼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생쥐꼴을 하고 뛰어들어오며 하는 말이 "아빠 아빠~! 메멘토 그거 유전인가 봐...비가 막 오는데 아무 생각 없이 30 미터는 뛰어가다가 우산이 없는 걸 아라쪄.. 푸하하"

'아이고..꼬시다..헉..아니지.. 이걸 어쩌나 좋아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본연의 아비의 자세로 곧 돌아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차라리 혼자 메멘토로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다...요거 유전은 안 되는디.....에구 내 팔자야~


2004년 10월 어느 날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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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 ^^...청죽님 글은 늘 재미있으세요.
  • 靑竹글쓴이
    2005.11.27 02:30 댓글추천 0비추천 0
    벼랑끝님도..^^ 재미있게 보아 주시니 그렇죠^^ 감사합니다.
  • 이야~~~ 환상입니다... 써먹어야지... "아녀 밥이 더 많어~!" 배꼽 뒤집어 졌습니다. ㅋㅋㅋ 어쩜 그리 표현력도 좋으신지...근데 우리 쌀엔 돌이 안나오는데... 일부러 넣을 수도 없고...그런 말 있다던데... 밥 먹을때 돌 씹는 사람은 뭐 어쩌구 거시기 한대나..."승질이 못~~!ㅋㅋㅋ"
    밤근무중 재미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 靑竹글쓴이
    2005.11.27 03:01 댓글추천 0비추천 0
    엥? 십자수님께서 야간근무 중이셨구랴~ ㅋㅋㅋ
    요즘 왈바 분위기가 조금은 심란한 듯하여 저도 글을 쓸 기분이 안 나서
    좀 적조했습니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는 분들을 만나러 오는 것이니 저야 별반
    개의치는 않습니다만, 겨울에 자전거 타기를 쉬신다고요?
    저는 겨울만 돌아오면 더 신나게 타는데 좀 아쉽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 저도 예전에 그 깜빡증에 매우 시달렸었습니다. 제 경우는 급한 성격을 몸이 못 쫓아가 생겼었습니다만, 이제는 나이가 좀 드니 제 경우는 좀 나아지더군요. ^^a
  • 아... 그리고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는 자신이 깜빡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 건망증이고 그조차 인지를 못하면 치매라고 알고 있습니다.
  • 靑竹글쓴이
    2005.11.27 03:59 댓글추천 0비추천 0
    路雲 님 반갑습니다. ^^
    말씀을 듣고 보니 일견 마음이 놓입니다.ㅋㅋㅋ
    그러니까 제 경우는 치매는 아니로군요.
  • 여기서 진리 하나,
    '밥에는 돌(뉘)보다 쌀이 많다'

    오래 간만에 들어와서 청죽님 글을 보니 반갑고
    참 즐거웠습니다.
  • 아직 미혼인 저에게는 결혼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멋진글입니다. ^^
  • 청죽님,구수한 글, 잘 읽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청죽님의 여유 있는 일상이 묻어 있는 듯해서 더욱 좋군요.
  • 고지서를 받아놓고 깜빡하고 안냈다면 건망증, 고지서를 보고도 왜 내야하는지 모른다면 치매..
    라더군요 ^^;
  • 청죽님의 글은 항상 빼지않고 조용히 읽고만 있었는데, 저도 공감하는 내용이라 덧글을
    달 수 밖에 없네요 ^^
    어릴적 어머님 건망증을 놀려데고 했었는데, 어는 순간부터(아마도 40넘으면서..ㅜㅜ)
    오히려 제 어머니보다도 더 심한 증상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ㅎㅎ
    특히나, 커피에 담배는 저도 여러번 겪었던 터라.. 정말 권하지 않고 싶은 메뉴입니다..ㅋㅋ
    차 열쇠 손에 쥐고 한 5분간을 찾아 헤매지를 않나...에공..
    항상 정겨운 글 고맙게 잘 읽고 있습니다. 겨울철 건강 유의하세요 ^^
  • ㅋㅋㅋ~~~~~~~~~~~~~~~
  • 글 잘 읽었습니다.
    나이들면 점점 더 심해진다는데 걱정입니다.저나 청죽님이나... ^^;
  • 맛있는 글 참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즐겁고 안전한 라이딩 하세요.
  • 밥이 더 많어~ 최고입니다. ^^ 언제나 멋지고 사랑이 넘치는 글들 감사합니다. : )
  • 웃고 갑니다 ^^ 전 안경 쓰고 세수합니다;;
  • 靑竹글쓴이
    2005.11.27 18:12 댓글추천 0비추천 0
    구름선비 님, ducati81 님, mystman 님, waitfor 님, 링스 님, 밀알 님, 도로건달 님,
    KANGHO1001 님, cideng3035 님, 이영빈 님. 모두 반갑습니다^^
    차 열쇠를 손에 쥐시고 5분을 찾으신 링스 님과 안경을 쓰신 채로 세수를 하신 이영빈 님을
    제가 속한 메멘토 그룹에 정중히 모시고 싶습니다. ㅋㅋㅋ 저도 그런 경험이 있거든요^^
  • 靑竹글쓴이
    2005.11.27 18:14 댓글추천 0비추천 0
    깜빡 안경을 안 쓰고 밖에 나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안개가 꼈나..왜 이렇게 날이 뿌연 겨....'하고 한참을 헤멘 적이 있습니다.
  • ㅎㅎㅎㅎㅎ...일요일의 피로감을 한 방에 날려 주시니 감사 합니다 (_ _) 청죽님~!!!^^
    사실은 업무 특성상(?) 담배와 커피를 늘 끼고 삽니다. 가끔은 담배를 거꾸로 물고 불을 댕긴다거나,
    담배 물고 있다가 갑자기 말을 해야하는 경우에 잽싸게 물고있던 담배를 뻬다가 입술의
    고깃덩어리가 떼어 나가는 경우도 있고,
    마시던 커피를 책상에 놓고는 또다른 커피를 타서 가져다 놓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이러는 저를 보고 직원들은 "책상 옆에 아주 작은 미니 개인용 커피 메이커를 설치하지 그래요?"
    라고도 합니다.

    제일로 피곤 했던것은,
    거래은행 캐쉬카드의 거래한도 횟수가 초과되어,
    전 거래 기록을 삭제하고 바로 캐쉬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선,
    신분증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처음엔,
    엉뚱한 타은행 캐쉬카드 가지고 가서 리~턴~을 하고..(바~부~)
    두 번 째는,
    거래은행 캐쉬카드 가지고는 갔는데...신분증 않가지고 가서 또...리~턴~(초~바~부~ㅠㅠ)
    세 번 째는,
    세 번 째 까지는 다행이도 아무일 없었습니다.(다행인지...재발이 않된건지..ㅡㅡ;;)
    세 번 그랬으면,
    아마도 치매 수준 아닐런지...ㅎㅎ

    청죽님의 글보고 웃다가 저도 비슷한 증상이 있어서
    리플에 남기네요.
    하시는 일 번창 하시고 건강 하시길~
  • 왈바가 다시 제 분위기를 찾아가는거 같네요. 청죽님 감사해요~
  • 메멘토~~~~~~~~~~~본인이 힘드실듯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밥이 많다는 여유는 있네요 ㅎㅎㅎㅎㅎ
  • 청죽님은 의정부에서 재야 수필가로 활발한 활동을하고 계십니다....ㅎㅎㅎ
  • 제가 보기에는 메멘토 아니신거 같은데요
    지금까지 일어난 일 다 기억하고 계시잖아요
    농담이구요^.^
    님들 같은 분들이 삶의 여백이 되어주시고 삶의 여유가
    되어 주시는 겁니다
    벌써 이 글을 읽으시는 수많은 분 들이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즐거움을 느끼셨을테니까요
    당연히 저도 그 중의 하나이고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딸을 키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딸 얘기는 너무 귀엽네요
    이쁘게 잘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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