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어찌나 생선을 좋아했는지 어머니께서는 툭하면 "바닷가 색시에게 장가를 보내 주마"고 철석같이 약속하셨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 수없이 던지시던 그 약속은 어쩌다 어긋나게 되고 바닷가 색시가 아닌 마눌이 생선을 싫어한다는 뒤에 알게 된 사실은 내게는 청천벽력인지라 서운한 마음이 들어 그 뒤 몇 년 동안 마눌을 처가에 반납할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본래 나란 위인이 그럴 용기가 쥐뿔 만큼도 없는지라 그냥 하늘같은 마누라가 해 주는 대로 감지덕지 받아먹으며 살긴 했는데.....
다행히 살면서 닮아간다던가..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마눌도 생선을 좋아하는 식성으로 바뀌는 바람에 요즘 들어 처가에 마눌을 반납하는 문제로 고민하는 일에서 어느 정도 해방이 되었다. 사실 반납 이야기 꺼내 봤자 단매에 맞아죽을 건 뻔한 노릇이지만 단지 목숨이 아까워 못 꺼낸 건 절대로 아니다..험~!!!(기침소리가 힘이 없다..ㅡ,.ㅡ)
5년 전인가보다. 일찌기 그 명성은 들었으나 먹을 기회가 통 없었는데 인터넷 취미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포항에 사는 여류시인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서 서울에 있는 출판사던가 신문사던가 가져다 직원들과 펴놓고 과메기를 먹는 정경을 어찌나 감칠맛이 나게 표현을 해 놓았던지 그만 그 글을 보고 홀딱 반하고 말았다. 이내 답글을 달았더니 주소만 가르쳐 주면 얼마든지 택배로 공짜로 보내겠단다. 굴뚝같이 먹고 싶은 마음에 호의를 받아들이고 싶었으나 소심한 작자가 "아유..말씀 만으로도 벌써 먹은 듯 배가 부릅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헛폼을 잡는 바람에 과메기를 맛볼 절호의 기회를 잃고 땅을 치며 통곡했었다.
두드려라 문이 열리리라. 찾는 자에게 복이 있고 우는 아이 젖 준다고 과메기에 관심을 갖고 찾다 보니 그 뒤로 과메기를 먹을 기회가 꽤 여러 번 생겼었다. 바로 어제 포항에서 찬바람을 가르고 택배로 올라온 과메기와 함께 포장된 바닷물이 아직 그렁그렁 매달린 싱싱한 물미역을 받았다.
음프프프 싱싱한 물미역에 과메기 얹어 곱게 채썬 가는 파와 마늘 반 쪽 홍당무 한 쪽 얹어 초장을 듬뿍 발라 돌돌 싸서 볼이 터지도록 볼썽 사납게 씹은들 누가 흉을 볼 것인가.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살살 녹는 그 맛이란....해풍에 잘 말린 껍질을 벗기지 않은 베진 것으로서 그 꾸득꾸득한 촉감과 고소하기 이를 데 없는 육질하며 찰진 기름기로 인하여 떫은 감을 먹을 때의 감촉처럼 약간 입 안에 달라붙는 그런 깔깔한 느낌의 과메기 맛은 말 그대로 천상의 맛이었다. 평소 남편인 날 놓아먹인다고 주위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니던 마눌이 들판의 풀에 입맛을 잃어 제대로 뜯지 않고 어슬렁거리는 여윈 누렁이를 보듯 끼니를 툭하면 거르거나 소식을 하는 날 보며 안쓰러워했는데 허겁지겁 맛있게 과메기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식욕이 되살아나서 여물을 한 웅큼씩 먹어대는 소를 바라보며 흡족해하는 농부처럼 함빡 웃는 것이었다.
어찌나 고소하고 맛있던지 하도 많이 먹어서 저녁도 걸렀다. 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 함량이 높다거나 고단백질 식품임에도 성인병 예방에 뛰어나다는 과메기의 영양학적인 측면은 무시하고라도 그저 맛 만으로도 깜빡 죽는 것이 바로 이 과메기가 아닌가 한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에 먹어야 제맛이 난다.
아침에 또다시 포식을 할 요량으로 냉장실에 넣어 두었는지라 기대감으로 오늘 아침에 냉장고 문을 여니..허걱..그 감칠맛을 알 리가 없는 아이들이 날생선을 어찌 먹느냐며 다행히( 애비 맞아?) 손을 안 대는 바람에 꽤 남았었는데? 이 꽁치들이 껍질을 모두 벗겨놓았는데 도로 살아서 바다로 갔나. 보이질 않아서 급하게 마눌을 불러 캐물었더니 거실의 컴터에 앉아서 글을 쓰는 사이에 남은 걸 옆집으로 가지고 가서 몇몇 아지매들을 불러모아서 다 먹었단다. "그려..잘했어 나눠 먹어야지.." (에구구..)
지난 겨울에 난생 처음 맛본 과메기에 반해서 쓴 글입니다.^^
올해도 날이 추워지니 또 생각이 납니다..ㅎ~
저녁에 잔차 끌고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데
바람이 엄청 불더군요.....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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