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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키노2005.12.20 20:41조회 수 592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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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사실 왈바에 좀 삐쳐있었습니다. 잔차 타는 게 대체 무엇인가, 잔차 타는 인간들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 대충 이런 문제도 아닌 문제들에 나름대로 꽤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해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왈바가 새로 개편되고, 황 사건이 터지고, 바이크존..

세상은 꽤나 복잡하더군요.

저는 귀뚜라미 소리가 난다는 허브는 한번도 써보지 못했습니다. 제 잔차는 그저 조용합니다.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잔차를 타던 처음에는 바람을 가르는, 스쳐 지나가는 풍경, 구석구석 어디든 갈 수 있는, 거친 숨소리, 땀,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피부.. 이런 것들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제 할일을 다하는 휠셋이 가장 좋습니다.

프레임도 아니고, 샥도 아니고, 브레이크도 아니고, 드레일러도 아니고, 오직 휠셋입니다.

그 두 바퀴에 오로지 제 생명을 모두 맡기고 달리는 겁니다.

어찌나 고마운지 다시한번 정성스럽게 휠셋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한 인간의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는 그 엄청난 일을 하면서도 이 녀석은 여전히 조용합니다.

순간, 숨이 턱 막히며 한 깨달음이 오더군요.

고맙습니다. 휠셋, 당신 때문에 제가 한없이 작아지고, 겸손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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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휠셋님 도 님을 주군으로 잘 받들 것 같군요

    글 중간 한여름 뙤약볕 홀로 더위에 지쳐
    아무 생각 없이 강화도 해안가
    달리던생각 나게 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 그렇죠..땀 뻘뻘 흘리면서 탈 때엔 아무 생각이 없죠..
    딴 생각들을 떨쳐 버리기엔 그만 입니다. 애인처럼, 때론,
    친구처럼...너무도 사랑스런 존재 입니다..
    그 잔차가 싸던, 비싸고의 문제가 아닌........
    즐~라 하시길~^^
  • 행복 지수는 충족시킨 욕구의 양을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의 양으로 나눈 값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분자를 키워서 행복해 지려고 하죠. 분모를 줄이면 되는데... 님처럼 말입니다. 행복해 보입니다.
  • 맞습니다. 정작 자전거를 타는 도중엔 장비에 대해 생각이 전혀 안들더군요 ㅎㅎ
    하지만 왈바만 키면 뽐뿌를;;
  • 2005.12.21 00:47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집에 와서 방문열고 들여놓으며 안장 톡톡 쳐주며 '오늘도 수고했다~' 이럽니다..ㅋㅋ
  • 미친척하고 월미도에서 막배타고 지도하나 믿고
    야밤에 한치앞도 안보이는 영종도 비포장을 뚫어서 결국 을왕리 도착했을때
    저도 모르게 녀석 수고했어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돌아올때는 영종대교로 바다건넜지요
    그때 디카가 없었던게 정말 한이였습니다. 지금은 별거 아닌거리지만 (왕복 한 백십키로? ) 결국 길헤맸지만 지도하나와 풍이 그리고 제 열정을 달랑믿고 무턱대고 떠나던 여름의 열정이 그리워집니다 (다녀오고나서 출근해서 욕 디립다 먹었죠 ㅋㅋ)
    그러고보면 로드의 쾌감은 그거 같아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목적지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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